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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소영 Oct 06. 2021

취향을 뾰족하게

나의 언어로, 나의 취향을 말할 수 있는가

 얼마전 친구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데려와 함께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대화들을 나누었습니다. 작곡을 전공한 친구인데 클래식 공연 기획사 쪽에서 일하고 있다며 본인을 소개한 그녀는 #베토벤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로 소개하며 평범한 음악 이야기, 공연계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표현의 깊이가 얼마나 심오하고, 자신만의 취향이 얼마나 뾰족하던지 그냥 보통 사람이 '저는 베토벤을 좋아해요'하고 말하는 것과는   호소력의 차이가 있더군요. 대화 하던  한번 피아노 실력을 보여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에 멋지게  세곡을 연달아 연주했는데  모습이 흡사 뮤지션에 가까웠습니다.  또한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있었던 지라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음표들을 보고 들으며 부럽다는 느낌을 넘어 잠깐이지만 동경하기까지도 했습니다. 그러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나만의 확고한 관점, 철학, 취향을 하나씩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원래 취향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에서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  먹을래?'하는 물음에 그냥 '같은 걸로'하는 마음으로는 단단하고, 명료한 취향이 형성될리가 만무하죠. 본인이 직접 알아보고, 공부하고, 돈을 지불하고 아깝다/안아깝다를 평가하는 순간부터 취향이 만들어지는것이죠. 그래서 음악을 하나 듣더라도 끝까지 한번  보고, 유행하는 'BEST 100 리스트' 듣기보다는 하나의 장르, 하나의 작곡가, 하나의 뮤지션을 골라 깊게 파고들어 끝을 보는게 이제 필요한 때가   같아요. 그래야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를  있고, 그래야 나중에  취향과 취미가 (JOB)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취향이라는게 우열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약간의 공부는 필요한  같아요. 음악을 예로들면 보통의 초보 리스너 수준에서 좋아할  있는 것들은 청음의 멜로디 느낌이 익숙하고, 비트가 신나는 것이라면 중급에서부터는 다양한 기교와 복잡한 구성, 작품세계의 해석이나 이해가 필요한 것들이고, 상급부터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 또는 기존의 멜로디, 악기 편성, 화성을 넘어 새로운 조합 등을 보여줄  있는 실험적인 것이 되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야던지 초심자가 공부하지 않고 거장의 반열에 있는 작품들에서 레벨에 감동받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음악을 선택하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아요. 책을 읽더라도 '나는 김영하', '나는 김애란'   있는 확고한 취향이 자리잡아야 본인의 관점, 문체, 시야, 관심사, 화두가 정해지는  같아요.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어느 원두로 마실지를 생각하는 까다로운 사람만이 자신의 색깔이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여행지를 찾지 않고, 영화를 보더라도 자신만의 폴더 안에서 좋아하는 감독/배우/작가를 골라 줄세워 초이스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만이 옷을 사더라도 본인만의 색깔을   있는 시그니쳐 룩을 만들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농담조로 세상에서 제일 옷을  입는 사람이 스티브잡스라고 하더라고요. 명확한 자신만의 시그니쳐 룩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저도 동의합니다.  디폴트 값을 정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했을거에요.


 취향을 얇고 뾰족하게 만드는 훈련은 평소 감정을 최대한 언어의 형태로 이야기하는 데에서 출발  있을  같아요. 예컨대 이번에 새로 출시한 #로에베 향수가 너무 좋다고 한다면 갑오브갑이니, 찐향수니, 개좋다느니 하지말고 다양한 형용사와 부사, 비유와 은유를 통해서 표현해보는거죠. 요즘 SNS에는 예쁜 묘사와 형용이 거의 전무하고 그저 '마약김밥'이나 '가성비갑'  같은 천박한 유행어들로 환유된 언어들만 남용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것들을 차치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뭐가 좋고 싫은지를 명확하게 하면서 취향을 발전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부터는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에 타인의 기준이 아닌 저만의 기준으로 능동적으로 골라보려합니다. 다른 사람이, 다른 매체가 알려주는 '좋은 ' 대한 기준을 깡그리 무시하고 저만의 스탠다드를 하나씩 공고히 다져가는 작업을  보아야겠어요. 누군가에겐 벤츠보다 볼보가, 로렉스보다 지샥이  좋은 시계일  있잖아요. 요즘처럼 광고와 뉴스의 경계가 없는 시대에서는 자본의 논리가 만들어낸 줄세우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존감을 유지할  있는 좋은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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