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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Jun 15. 2023

18 생일같지 않았던 그날

막내 아이 태어나고 5일 후

 막내아이가 태어난 그 주 토요일 아침.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막내 아이의 다운증후군 판정을 기다리던 가장 힘겨웠던 그 첫 주의 아침.


 첫째 아이는 친구 집에 전날 맡겨 놓은 덕에, 둘째 아이와 단둘이 아침을 맞이했다. 지금 같았더라면 정말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을텐데. 그때는 왜 그리도 힘들었는지...


 둘째 아이가 먼저 일어나 아빠인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너무 미안해서였을까,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그리고 또 다시 괴로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먼저 둘째 아이의 시선을 다른데로 돌려야했다. 그래서 만화를 틀어주었고, 이내 아이는 바로 티비에 집중했다. 작디 작은 그 뒷모습이 왜 그리도 미안했는지 눈물이 더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마저도 더 힘들고 괴로웠다. 생일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무슨 기쁨과 감사가 있겠는가, 그저 내게 가장 큰 선물은 막내아이가 다운증후군이 아닌 걸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오전 시간. 여느때 같으면 간단히 집에서 먹고, 어린이집에서도 간식을 먹었을 아이에게, 짓누린 무거움으로 괴로움으로, 아이에게 바나나 한개를 겨우 건네주었다. 그러다 문득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 축하한다며 케익을 문앞에 놓고 간다는 연락이었다. 아내의 지인이자, 첫째 아이 친구 엄마이기도 하고, 지금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는 분이었는데, 내 상태가 영 좋지 않음을 알고 계셨기에 지나는 길에 놓고 간 것이다. 분명 감사했으나, 내 마음은 온통 잿빛의 괴로움이 가득했다.


 점심을 먹고, 둘째 아이와 함께 첫째 아이를 집으로 데려 왔다. 고집을 부린 첫째 아이를 달래기보다, 예민한 마음이 앞서 결국 화를 냈고, 결국 두 아이 모두를 울렸다. 엉망진창이었다. 어렸을때, 생일이라고 여기저기 친구들을 초대하고 잔뜩 음식을 준비했으나, 겨우 한명만 왔던 그 기억보다, 더 아픈 생일이 되어버렸다.


 생일이라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생일이라는 타이틀이 되려 나를 더 무너뜨렸다. 


 저녁시간이 되고, 내일을 준비하고 자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지인 부부의 연락이 왔다. 친분이 있던 친구와 형의 부부 내외 였다. 이 두사람도 내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케익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기쁨과 감사의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하지 못하고 그저 어색한 표정으로 감사의 표현을 할 뿐이었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의 말처럼 기쁘고 축하 받아야 할 그날이 왜 그리도 괴롭고 힘들었던지...


 돌이켜 그 날을 기억해본다. 무엇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걸까. 무엇이 그리도 미안하고 괴로웠던 것일까. 막내아이의 다운증후군이 의 모든 컬러를 회색으로 바꾸고, 몸은 땅위에 있으나 마음은 끝 없는 바닥으로 끌려 내려가게 한걸까. 아니면, 내 스스로의 자격지심이 결국 폭발해버린걸까.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내 생일이 되었을 땐, 그 날과는 달리 가벼운 생일 축하의 인사에 오히려 더 기쁘고 감사가 됐다. 아프고 힘들고 괴롭다면, 그래서 눈물이 난다면 충분히 울어야 한다. 억지로 피해서도 참아서도 안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괜찮아졌을 때, 다시 그 시간을 돌이켜볼줄도 알아야 함을 근래들어 깨닫게 된다.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내 자신에게도 미안함 마음이 든다. 그렇기에, 더 사랑해야하고, 더 함께 해야하고, 더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 이제야 몸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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