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여기 왜 이래?”
“수술 했습니다.”
“어디?”
“폐.”
“암?”
“예!”
“나도 이거 대장암입니다. 저 사람은 세 번이나 했습니다.”
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곳. 어르신들이 모이는 노인복지관 체육관 락커룸. 샤워 후 머리 말리며 서로의 흉터를 거리낌 없이 털어 놓는다.
내 폐 안에 암세포가 자랄 수도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스트레스가 있을까? 더 큰 것은 이 것을 속 시원히 털어 놓을 곳도 없다는 것이다. 아내 외에는 쉬쉬 한다. 특히 가까운 자식들은 걱정 시킬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내도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 이 곳은 다르다. 동병상련. 같은 수술 경험이 있는 분들이 하는 위로는 정말 다르다. 진심이 느껴진다 할까?
“사람들 모두 매일 몇 만 개의 암세포가 만들어진다. 면역력 떨어지면 걸리고 건강하면 그냥 지나가는 거야. 김선생은 젊고 운동 열심히 하니 안 걸려.” 정말 고맙고도 믿고 싶은 말이다. 역시 스트레스는 말 통하는 사람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
요즘 언론사마다 동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텔레비전에는 개는 훌륭하다. 등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도 많고, 사람이 주인공인 프로도 반려동물을 안 키우는 인물들이 없을 정도다. 사람은 상처를 주지만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 또한 사람의 이기심이 아닌가 생각. 텅 빈 집에서 주인 오기만 기다리는 반려동물은 행복할까?
마침 미국 사는 딸이 집에 일이 있다며구조 신호를 보냈다. 첫 째 때는 산후 조리를 아내 혼자 하고 왔다. 이 번에는 나도!
반려동물을 쓰다듬을 때 스트레스가 제대로 감소 한다는 얘기. 나는 이해 불가. 아내도 저 털, 저 배설물! 스트레스 더 받는단다. 역시 우리는 라떼!
개 엄마, 고양이 아빠가 아닌 손주들 할마, 할빠 노릇하러 간다. 동물과의 입맞춤 보다는 손주들의 재롱이 열 배는 나을 거란 믿음으로 다시 미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