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분노와 송강호의 분노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고

by 김윤철

코로나는 사람의 생활까지 바꾸는 힘이 있다. 바깥출입을 하기 힘드니 집콕으로 지나온 여행기록 정리. 자연히 싫어하던 시간 여행.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도 된다.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 운전사" 2017년 9월의 기록이니 벌서 3년이나 지났건만,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의 연기가 새록새록. 특히 이름조차 몰랐던 엄태구의 연기가 기억 속에 뚜렸히 박혀있다.


토요일. 한인 타운 CGV에서 아내와 택시 운전사 관람. 아내와 극장 구경, 몇 년만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재 증명! 아니 할배 증명. 모처럼 장면, 대사 한 마디마다 의미를 찾으며 집중해서 관람. 시간 죽이기용 TV영화와는 또 다른 감흥! 극장 문을 나서며 영화 보는 내내 생각나던,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김수영 시인 소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그 1연!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나 역시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 이유를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딸과 어렵게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왕궁의 음탕 과 딸 얼굴의 상처 어느 게 더 가슴 아플까! 최루탄에 쫓기는 학생들과 부서진 택시의 거울. 어떤 큰 불보다 자기 발등의 불씨가 더 뜨거운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삼 남매의 학비 걱정해야 하는 나 역시 송강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이름하여 소시민!


그 2연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비극 전야! 광주 택시 운전사(유해진)의 집에서 류준열의 노래에 흥겨워하는 모습은 또 다른 작은 분개이다.

상투적인 말! 소시민! 출연자들의 흥겨움은 작은 것과 반대편의 분노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그 춤은 비극을 극대화시키는 역할까지. 중요 소품 중의 하나인 주먹밥은 1 연의 기름기 많은 갈비의 대칭점에 두고 싶다.


그 마지막 연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 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 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많은 관람하신 분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대사. 전화기 잡고 울먹이며 치던 대사!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다." 시에서도 이 부분이 클라이맥스다. 모래, 바람, 먼지, 풀에게까지 하는 하소연. 이 부분과 연결되는 말! 결말 부분의 택시 손님이 하는 대사 "광화문!" 조조여서 적은 손님에 더욱 적은 외국인 관객에 영어 자막이 더 외롭게 느껴진다. 그래도 가슴엔 감동이!


독일인 배우의 "노 광주! 노 머니"대사에 관객들 빵! 우리나라에서도 이 장면에서 터졌을까 궁금. 이국땅에서 해 본 경험이 아닐까 추측. 6개월 남짓 살아본 나도 이런 생존 영어 몇 번 경험. 하여간 송강호, 유해진은 정말 명배우. 내가 좋아하게 된 국카스텐의 공연 포스터까지. 국카스텐이란 단어 역시 독일어. 이영화의 외국인 배우 토마스 크래취만 역시 독일 배우! 갖다 붙이면 묘한 인연이 된다.


지금은 "소시민의 작은 분노" 대신 "선택적 분노"란 말이 더 실감 난다. 김수영 시인의 시대보다 민주화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현대라면 시인은 어떤 시를 쓰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