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침공!

그 시작

by 김윤철

2020. 1. 20. 4월에 아빠 보러 손주들과 함께 온다는 딸의 말과 함께 삼 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 산타크라리타 LA에서는 미세 먼지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신 귀국과 동시에 미세 먼지 대응책이란 말로 13년 간 정들었던 경유차 폐차. 시원 섭섭? 아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람의 앞일은 예측 불가다. 별생각 없이 한 이 행동 하나가 얼마나 후회가 되어 돌아올지 그때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우리나라에서 내 만남의 주된 장소는 주민센터의 문화 강좌와 노인종합 복지관의 배움터였다. 주민센터는 4월 등록. 복지관은 5월 개강. 1월의 귀국이라 모임 나갈 시기가 맞지 않아 집 앞의 탄천에서 혼자 가벼운 운동과 주민센터의 문화 강좌에서 익힌 기타로 소일하며 손주들과의 만남을 희망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는 백수 생활.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딸이 4월 25일 자 한국행 비행기표 예매 사진을 가족 밴드에 올렸다. 새삼 손주들의 재롱이 눈에 아른아른.


집 앞을 흐르는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하여 성남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백리가 채 안 되는 짧은 한강 지류다. 2013년 내가 이사 올 때만 해도 냄새가 나고 지저분했던 강이 지금은 시민들의 강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힘든 분들은 거의가 이곳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내게는 코로나와 싸우는 최후의 방어선 구실을 하는 장소다. 낯 선 곳으로의 이사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노인종합복지관도 바로 이 탄천 바로 옆에 있다.



4월 두 째 주 갑자기 주민센터의 문화 강좌 중 하나인 기타반이 폐강되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 코로나 바이러스! 지금까지 괴롭히던 미세먼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독종이다. 4월부터 시작하는 주민센터 기타반 모임 한 번 참석. 몇 년을 함께 한 수강생들과 귀국 인사도 채 못 한 채 폐강. 5월부터 시작하는 노인종합 복지관의 강좌들은 수강 신청조차 하지 못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관계 단절. 비행기 표 예매까지 마쳤던 딸의 귀국 취소! 나이에다 정기검진까지 해야 하는 나는 오래된 경유차까지도 포기했다. 엎친데 덮치고, 눈 위에 서리까지! 별 수 없이 집 콕. 딸의 귀국 선물인 새 옷과 신발은 제 방에서 고이고이 주무신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지금 상태에서 얼굴까지 찌푸리고 있다면 나뿐 아니라 식구 모두 힘들 것이란 생각! 하긴 다른 생각나지 않게 쉴 새 없이 무엇인가 하기는 한다. 친구들 역시 마찬 가지인 듯. 만나지는 못 하고 전화나 문자, 카톡 등을 하면 자주 듣는 말.

“뭘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바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맞다.”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생활상 하나. 가까이 있는 친구들은 우연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다. 대신 멀리 있는 친구들은 SNS를 통해 수시로 만난다. 나? 은퇴 후 경상도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겼다. 친구는 묵은 친구가 좋다는 말 실감.


비가 오는 날도 우산을 쓰고 탄천으로 걷기 운동 간다. 지금은 건강 염려하는 것도 아니다. 은퇴와 함께한 병원 신세 후 얼마간은 근육량도 신경 쓰고 했지만 지금은 거의 습관이다. 밥 먹으면 운동 가방부터 챙긴다. 운동 중독? 내 생각은 그냥 습관이다. 담배도 의사 말이면 끊는다. 몇 번이나 실패한 금연이지만 큰일 난다는 한 마디에 아무런 금단 현상 없이 성공! 운동도 금연도 건강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그냥 습관!


그 습관이 지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도 그 습관 속으로.


운동 나가려니 손녀에게서 화상 전화가 왔다. 미국도 집콕 신세라 심심하다며 한참 통화. 손녀가 갓 입학한 유치원도 비대면 수업이라 친구들과 못 만나니 할마, 할빠가 대화 상대다. 통화가 끝나니 해가 제법 높이 올라왔다. 이리저리 생각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패딩은 그냥 입고 탄천 강가로.


문을 나서니 뭔가 허전하다. 다시 들어와서 마스크 챙기기. 신 벗기 싫어 몇 번 아내에게 부탁했더니 이제 아예 현관 앞에 마스크 통을 놓아두었건만 또 실수! 나이가 연세다. 건강 걱정할 시기. 더구나 지금은 면역력 떨어진다는 환절기다. 분명 어제는 손이 시렸는데 오늘은 덥다. 옷 벗기 귀챦아 오리털 파카 입은 체 운동. 제법 땀이 난 모양이다. 아직은 이놈의 괴물 같은 코로나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가까이 있는 친구들과도 만남이 있다. 단 비대면! 줌 상으로. 만나서 소주 한 잔. 이런 우리 세대에게는 전혀 실감 나지 않는 만남.


“냄새난다. 빨리 씻어라!”

코로나로 예민해진 건강관리 때문에 아내에게 자주 듣는 소리다. 면역력 강화란 생각에 코로나 이후로 운동의 강도를 조금 높인 탓이다.

“안 춥지! “

아직 외출 미루고 컴을 보고 있던 아내의 질문 아닌 확인. 내가 만든 손주들 작년 핼로윈 파티 유튜브를 보고 있다.

“크게 보니 멋있다. 유튜브는 잘 배웠다.”

나도 컴으로 보기는 처음이다. 폰으로 보는 것보다는 실감. 그런데 땀! 코로나 사태의 웃픈 현실이다.


“뭐 필요한 것 없나?”

꾀가 말짱한 우리 아내. 운동 다녀온 내게 날씨 확인하고 장보기.


샤워 후 소확행 중의 하나인 커피 타임. T.V를 켜고 빨래 개키기, 눈은 오락 프로를 보면서도 빨래는 모양이 제법인 모양이다. 쉬는 날이라며 집에 있던 둘째가 외출하며 하는 소리!

“생활의 달인 나가도 되겠다.”

근 50년 전의 군대 습관. 관물 정돈하던 솜씨! 이것 역시 소확행 중의 하나. 이 나이에 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니!


저녁이면 운동 경기 중계 아니면 웃을 수 있는 오락프로 시청!

또 다른 작은 행복 거리를 찾아야 되겠단 생각!


손주들 돌보기 힘들었던 아내는 “내가 없으면 애들 어쩌나?” 걱정!

기우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쓸데없는 걱정! 손자 녀석은 벌써 레고 만들기에 빠져 전화 끊어라고 칭얼댄다. 역시 인간은 망각의 장점과 현실 적응이란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에 적응? 모르겠다. 그래도 처음보다 두려움은 많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