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세계화
세 번의 미국 생활 중 그 첫 번째, 손녀와의 첫 만남. 귀국 며칠 전! 아내가 손녀를 안고 세 조손이 달구경. 며칠 후의 이별이 아쉬운 아내의 말씀! 손자는 태어 나기 전이다.
"루아 야! 달 봐라. 할마도 한국에서 달 볼게." 아직은 대화 상대가 못 되는 손녀. 그냥 넋두리.
갑자기 울컥했던 기억. 나이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루아는 손녀 이름!
그 후로 6년 동안 손녀를 도합 네 번이나 더 볼 수 있었다. 글로벌, 지구촌 실감!
“마스크 28장 확보. 부치는 방법 모색 중."
“귀한 kn95마스큰가요. 우리는 필요 없어요. 5월까지 재택근무. 아빠, 엄마 쓰세요.”
무슨 군대의 음어 같지만 엄지 사용이 서툰 아빠와 미국 사는 딸의 카톡 내용이다.
아침에 눈 뜨면 폰으로 뉴스 확인부터 하는 요즈음이다. 오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뉴스.
“미국 전시 체제 국방물자 생산법으로 마스크 생산.”
“미국 50개 주 모두 재난 지역 선포.”
미국이 마스크 생산을 위해 전시체제에 돌입했다는 소리. 미국 전시 체제나 마스크 현황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미국에 친지 있는 사람들 가슴이 철렁할 뉴스다. 딸에게 보낸 문자와 돌아온 답. 안도의 한숨. LA의 노숙자들과 민영화된 의료 체계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미국은 법이 엄해서 다행. IT계통은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집 밖으로 나가면 예외 없이 벌금 400달러니 걱정 말라는 딸의 말.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손주들이 답답할 것이란 안타까움. 모래를 잔뜩 사놓고 애들과는 두꺼비 집 놀이로 시간 보낸다는 얘기에 가슴이 먹먹. 하루빨리 지나가기만 바라며 답답한 마음을 옛 노래로 달래고 앉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이 광란의 비를 대지에 뿌리고 있다....“훌 스탑 더 래인” 비의 사연은 다르지만 요즘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일과! 기타, 연습이라기보다 마음 안정용. 면 마스크 쓰고 집 앞 탄천 산책. TV 시청. 컴 앞에서 일기 같은 잡문. 세상 참 편... 한 게 맞나 모르겠다.
산책을 나가면 벌써 여름이 다가서고 있다. 산책하는 어르신들이나 체력 단련하는 젊은이 들이나 코로나 정도는 걱정이 별로인 것 같다. 아니 적응이나 투쟁 중이겠지. 딸 집이 있는 산타크라리타에는 6.25 참전 기념 도로가 있다. 그때와 비교, 우리나라가 미국 걱정을 하다니!
딸이 미국 아파트 살 때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 딸 산후조리를 위해 아내와 미국행. 근감소증을 한 번 앓았던 나는 매일 근력운동. 하긴 미국에서 딱히 내가 할 일도 없었다. 아파트 체육관에서 집에서 가져간 고무밴드로 근력운동. 그 모습이 유도하는 모양새였던 모양이다. 옆에 있던 동양인 풍의 아가씨가 말을 건다. “아 유 재패니스?” 약간 열받았다. 유도가 일본 운동은 아니란 생각. “노 암 코리안!” “안녕하세요! 암 하프 코리안!” 서툰 우리말 인사와 영어. 반갑다. 무지. 고향 까마귀도 반갑단 말도 있는데. 나는 영어를 못 하고 그 아가씨는 우리말을 못 한다. 그냥 말 없는 표현. 나이 차이가 많으니 보디랭귀지도 어색. 마음만! 시간이 맞지 않는지 그 뒤 두 달 정도 더 있었지만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에 갔을 때는 딸도 이사! 그때의 아쉬움과 미국 시민인 손주들과의 대화를 위해 영어 문장 포스트잇 한 장!
미국은 어린이 중심 사회다. 10세 이하의 어린이를 혼자 두면 어린이 학대에 해당된단다. 가족 관계에 관여하는 이런 법은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에피소드 하나.
돌 지나기 전의 손녀와 가족 여행. 엄마 떨어지기 싫어하는 손녀를 베이비 시트에 억지로 앉혔다. 내게는 매달았다는 느낌. 1시간을 지나지 않아 지루한 손녀가 울어댄다. 내가 안으려니 딸이 큰일 난단다. 아동 보호국에 딸 뺏긴다는 말. 미국법 엄하다.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사는 이민국가 미국! 법이 무르면 지탱하기 힘들 거란 내 생각.
미국은 넓다. 당연히 휴게소까지도 멀다. 딸 울음소리에 조급해진 사위가 과속. 순찰차의 추격. 미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았다. 두 손이 보이게 좌석에 손을 올려놓았다. 나 외에는 태평. 우리말로 딱지 한 장!
다시 한번 미국 법은 엄하다. 뒤에 들은 말.
"벌금 우리 돈 환산 약 50만 원. 다행히 교통법규 교육은 인터넷으로."
교육 가면 직장에도 영향이 있단다. 문화 차이? 이런 법은 우리도 본받았으면 하는 생각.
학교 다니면서는 전화가 잦아들었다. 약간 서운한 마음. 미국도 숙제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처럼 검사를 하고 하지는 않지만 책 읽기 20분. 이런 숙제란다. 비대면 수업이니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그러다 딸의 전화.
"샌드라 오"라는 여자 배우가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굉장히 유명한 캐나다인이다. 그런데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복잡하다. 한국계! 코리안 아메리칸!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는 "~계"란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 배우의 한국 사랑은 유명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수상할 때 펄쩍 뛰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한국 사랑이 대단한 미국인. 유독 우리나라에는 한국계란 말에 거부감이 강하다. "그냥 미국인이다." 이런 댓글이 많이 달린다. 아마 병역 문제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데 생각을 바꾸어 보자. 이스라엘이 세계가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된 이유! 나는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의 힘이라 생각한다. "샌드라 오" 대단한 배우다. 미국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 수상에다 이 시상식의 사회자로 나선 적도 있다. 내 손주들도....
학교 언제 가노
정서방 생일 전 날
정서방이 누고
아빠
폰 너머 들리는
우리말 서툰
미국 사는
외손녀의 너무나 예쁜 미소
입가에 절로 퍼지는 웃음
백지 위에 쓰여지는 단어
행복!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설 풍경. 조카들은 고향으로. 세배는 우리 식구들끼리.
우리 식구보다 미국 사는 손주들의 세배를 먼저 받는다.
"할아버지 세배!"
화면 속의 손주들이 너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