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은 열리는데 무엇인가 허전하다. 마스크! 다시 문을 열고 현관 앞의 마스크 착용. 또 이런다. 몇 번의 실수에 아내가 현관문 바로 앞에 마스크를 두었지만 잘 나가다 한 번씩 실수. 코로나 사태 터지고도 해가 바뀌었으니 몸에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가끔 속을 썩인다. 역시 코로나는 적응되지 않는 것인가? 오늘 찍을 새 사진 생각과 카메라 챙기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린 것. 요즘 탄천의 자연에 푹 빠졌다.
집 앞을 흐르는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하여 성남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한강 지류다. 특히 오늘은 일요일. 삶의 활기도 느끼고 새 구경도 할 요량으로 탄천 앞으로. 사실은 운동을 위해 매일 오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공트장.
작은 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와서 즐기는 것 중 하나 사진. 올해는 사진으로 탄천의 자연을 기록하는 봉사 동아리에 가입. 회원분들과 함께 자연을 담고 있다.
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않는 것은 호수고 저수지지 강이 아니다. 법률 공포처럼 정확한 날짜를 말할 수는 없지만 흐름이 빨라지는 공사 후 강이 살아났다. 강이 살아나는 순서. 징검다리 사이의 시커먼 거품이 사라진다. (이곳 성남은 계획도시다. 큰 다리 사이에 많은 징검다리가 있다,) 다음은 거품에 덮여 있던 검은 이끼들이 벗겨지고 작은 물고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음은 새들이 모여들고 그 뒤를 800미리 대포 렌즈로 무장한 새 사진작가들이 내 부러움을 부추긴다. 나도 300미리 렌즈 하나 질렀다.
강이 살아나니 작은 새들이 부쩍 늘었다. 자연 동아리에서 배운 작은 새 이름들. 물닭, 논병아리, 할미새, 물떼새, 직박구리 등등. 올해는 고니 가족까지 탄천을 찾았다. 고니는 백조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시베리아에 날아오는 겨울 철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도 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고니 관찰은 처음 하는 경험이다.
흰색이 나고 부리에 노란색이 짙은 어미 두 마리와 회색빛에 노란색이 없는 새끼 네 마리 모두 여섯 마리가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우아함의 상징인 백조. 고니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백조의 탄천! 고니의 숯내. 할배 개그 하나. 아카데미상은 에리자베스 테일러가 타고 오스카상은 리즈 테일러가 탔다. 고니와 숯내는 순우리말이다. 당연히 백조와 탄천은 한자어. 나? 국어로 밥 먹고 산 사람.
SNS를 정리하다 보니 부산 친구가 보내준 해운대 사진 한 장. 온 백사장을 갈매기 떼들이 덮고 있다. 반평생을 해운대에서 보낸 친구지만 이렇게 많은 갈매기 떼들은 처음이란다. 이곳 탄천에도 요즘 들어 갈매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역설! 자연이 치유된다.” 부랴부랴 며칠 전의 뉴스를 찾는다. 세상 참 좋아졌다. 기록이 필요가 없다. 대강의 제목만 기억하니 바로 뉴스가 떴다. 멕시코 소로나주 세리 해변에 멸종 위기의 올리브각시 바다거북이 돌아왔다는 기사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사다. 요즘 기자들을 낮추는 단어들 참 많이도 쓰인다. 이 기사에 제목을 붙인 기자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 “인간이 사라지니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 부화” 내용을 읽어보니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다. 그냥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 감소 정도. 누구나 알고 있는 말 아닌가.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 모색 정도가 맞는 말이 아닐까! 어그로라는 단어와 상관이 없기를!
탄천의 흰목물떼새도 2급 멸종위기의 보호 조류다. 지금도 탄천은 공사 중이다. 며칠 전 사진 속에 갈무리했던 물떼새가 공사 장소 이동과 함께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강이 맑아졌단 생각만 했지 사람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단 생각은 못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부쩍 생명체들의 수가 늘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사람들의 숙제가 코로나로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
가족, 친구들도 마음껏 만나고 강변이 아닌 체육관에서 이곳 와서 사귄 어르신들과 마음껏 달리는 상상을 한다. 물론 그때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데 코로나가 일조했다는 말이 생기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