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자그마한 배려에도 감사함이

by 김윤철







엘리베이터 문은 열리는데 무엇인가 허전하다. 마스크! 다시 문을 열고 현관 앞의 마스크 착용. 에이 씨!벌써 몇 번 째? 역시 코로나는 적응이 안 된다.


어버이날도 못 간 고향. 장마철이 되니 걱정이 많이 된다. 망할 놈의 코로나! 뉴스에 보이는 현수막.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세요. 벌써 1년! 이젠 놀랍지도 않다. 고향 가도 대접도 못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귀향 대신 노모께 전화와 함께 약간의 용돈 송금하러 외출. 내친김에 3천여 걸음의 강변 산보와 팔 굽혀 펴기, 평행봉을 잡고 발을 땅에 붙이고 턱걸이 몇 개. 오늘 운동은 여기까지만!


내일은 백신 주사 맞는 날. 오늘은 푹 쉬는 날!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서둘러 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 계단을 내려오는 안면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미안한 듯 고개 숙이는 영감님 앞에 입마개 한 중형견 두 마리. 그렇게 무섭지도 않은데 두 분은 꼭 계단을 이용하신다. 다리가 짧고 몸통도 그렇게 크지 않은데. 보기 힘 든 입먀개까지! 우리 개는 안 문다는 사람들보다 훨씬 교양이 있다는 생각.


동네 주민센터의 기타반이 문을 닫은 것이 작년 4월 중순이니 벌써 코로나 사태가 1년이 훌쩍 지났다. 70년의 삶 중 듣도 보도 못한 감옥 같은 생활이다.


사람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든다 했는데, 취미 생활의 모임도 비대면으로. 없는 재능이지만 기부라는 이름이 붙은 봉사활동 교육도 줌으로. 모든 인간관계가 다 끊어진 느낌이다. 특히 나처럼 은퇴한 사람은 사회생활이 거의 없어진 느낌!


탄천 산책길을 젊은 여자분이 유모차를 밀고 가신다. 손주들 생각에 안을 보니 자그마한 강아지가 눈을 멀뚱이고 있다. 그놈의 코로나는 사람들끼리만 전파되는가! 거의 매일 나가는 운동길. 사람들에게는 손만 흔들면서 개나 고양이는 안고 먹이 챙겨주고 난리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연들이 넘쳐나고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연예인 중 반려동물과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잠깐 동안의 미국 생활 중 느낀 점. 풀숲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개똥이 없는 곳이 드물었다. 적어도 그곳에서는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우리 속담은 의미가 없었다. 우리와 다르게 극도로 개인주의가 성행하는 미국! 반려동물이란 말은 외로움의 다른 말이란 생각. 지금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운동하는 사람과 데이트하는 사람 제외하면 사람만 다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도 이참에 반려동물이라도 한 마리. 싫다! 그래도 사람이다. SNS로 나마 만나는 친구가 있다는 위안!


정말 힘들다. 자식들도 노인네 걱정한다고 외출을 거의 자제하고 있다. 밖으로 나다녀야 사람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할 텐데. 그 참! 그래 나만 모르고 있지 제 할 일은 다 하고 있겠지. 이 생각이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길 빌어본다.


노인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폰부터. 멀리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SNS로 안부부터. 코로나를 이기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방법 중에는 이것도 일조를 하지 않을까 생각!


머지않아 이 시련도 지나가리라 생각!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러나 그 전의 생활로 복귀는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 짧은 소견 한마디. 미국 못지않은 개인주의 사회가 되고 반려동물 관계의 사업들이 각광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실제 미국의 펫 백화점! 장난 아니다.



잠에서 깨니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운동량의 차이에서 오는 평소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아! 어제 백신 접종했구나.


나는 평생 고혈압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한 혈압 검사. 간호사 분께서 다시 검사. 혈압이 높게 나왔다는 말.

“그럴 리가 없는데요.” 이건 걱정이 아니다. 확신.

“주위 환경에 따라 혈압이 변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연세이니 간호사께서도 걱정. 역시 정상.


백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백신에 대한 문의 전화. 나야 노인네지만 젊은 사람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모양이다. “나이가 벼슬” 소리 걱정했는데 조금은 덜 미안하다. 나 이렇게 소심한 성격.


그런데 왜 혈압이 높게 나왔을까? 병원이 주는 위압감? 그건 아니다. 대범한 성격은 못 되더라도 나는 일 년에도 몇 번씩 병원 검진을 다닌다. 일 주 간격으로 각종 검사, 그리고 결과 확인. 병원이란 단어에 위압감을 느낄 군번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분석.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생각 코로나 백신! 병원이란 말이 아니라 코로나란 단어의 힘. 일종의 코로나 포비아 현상. 다른 하나는 접종이란 말이 주는 위압감. 은퇴와 동시에 병원도 많이 다녔지만 주사 접종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단 한 번 사용된 말. B C G 접종.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정말 아팠다. 열도 나고 곪고 오래전 일이지만 아팠다는 기억은 뚜렷하다. 잠재해 있던 의식이 내 혈압을 높게 나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정상 혈압으로 백신 접종. 의사 분의 접종. 이것도 처음 경험. 간호사가 의사께 연락. 의사분이 직접 주사. 단순 주사는 간호사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사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친다. 기분 탓인지 따끔하지도 않다. 뉴스 화면에서는 주사가 수직으로 꼽힌다. 많이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주사보다 덜 아프다. 사람 탓인지, 내 긴장 탓인지는 모르겠다. 주의 사항을 의사께서 설명. 주사 후 15분 대기. 이상 없으면 접종확인서 배부하며 간호사께서 다시 주의 사항 설명. 전신 마취 대수술보다 더 야단스럽다. 집에 오니 아내가 진통제 대령. 아무렇지도 않대도 먹어두란다. 두 알. 자기 전엔 내가 우겨서 한 알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같이 병원 간 아내는 팔이 아프단다. “여자는 일어나면 일을 하니 아프고 남자는 아무것도 안 하니 그렇단다.” 괜히 긁어 부스럼.


저녁이 되니 팔도 뻐근하고 열도 약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지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까지 개운하지는 않다. 어제 아침은 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 모양.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지. 오늘 목표는 근력 운동 생략 대신 만 보 걷기. 그리고 어제 못 한 샤워와 기타 손 풀기.


코로나 정도야! 내가 나다! 홧팅이다! 입술에 묘한 감촉이 느껴진다. 코밑수염!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좋아하던 배우. 크라크 케이블의 수염을 길렀다. 마스크 벗으면 용기 부족이겠지만. 아내도 보기 싫지 않단다. 코로나 덕에 별 경험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