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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30. 2024

야외공연장에서 베토벤을 듣다

할리우드볼의 올 베토벤 공연

"뉴욕에는 브로드웨이, 엘에이에는 할리우드볼이란 말이 있다. 할리우드볼에서 엘에이필하모닉 베토벤 연주 있다." "뭔데?"  "올 베토벤!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엘에이하모닉이 베토벤만 연주한다. 한국 사람도 사람 출연한다. "


이게 웬 떡! 인터넷을 뒤져 "자연적인 분지에 1922년 개장한 야외공연장,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풍선 모양의 객석과 아치형의 무대가 있다. 년에 한 번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친한 공연장이다."  

k팝 위주의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 k팝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권장하는 음악 장르란 딸의 말.

비속어와 난잡한 차림의 음악과 다르게 건전하고 깔끔한 군무가 거부감을 없애준단다. 비틀즈가 양복 입은 것과 같은 효과?


정도의 지식만 숙지하고 당일 한인촌으로. 모처럼 아내와 고상한 데이트. 단 영어 서툰 노친네들 위해 딸이 가이드로. 코리아 타운. 말만 들어도 생각나는 순대국밥. 아내는 순대는 한국 가면 실컷 먹을 수 있단다.

꿩 대신 닭. 아내의 권유로 북창동 순두부. 여행 가면 그곳 음식을 우선하는 나지만 순대는 자주 생각이 난다.

촌놈이라 그런가?


든든하게 배 채운 후 할리우드볼로. 차에서 내려 볼 셔틀로 공연장으로. 공연 시간이 조금 남아 공연장 감상.

먼저 의자.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나무 의자다. 백 년 역사의 공연장. 엉덩이 걱정 보다 레트로 느낌. 고상하다? 고급스럽다? 어쨌든 기분 좋은 필이 팍팍! 멀리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도 보인다.


야외 공연장의 특색인가? 음식 반입이 자유다. 무대를 등지고 앉은 사람들은 모두 와인잔을 앞에 두고 있다.

한국 사람인 나는 마시는 건 모르지만 소리 내며 먹는 것은 못 하겠다.


우리 좌석. 지금도 어딘가는 이런 의자가 있겠지? 백년의 전통!


드디어 공연 시작. 세 작품 중 첫 번째는 코리올란 서곡!

공명을 위해 분지를 택했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정말 라디오나 LP판으로 듣는 소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영웅 서사라서 더 웅장? 글쎄다. 정말 귀 호강. 실내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


두 번째는 트리플 협주곡. 베토벤 유일의 삼중협주곡이란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와 협주하는 삼인이 모두 한국 사람이다. 한국계가 아닌 한국 국적의 세계적인 연주자들. 피아노 김선욱, 첼로 최하영, 바이올린 클라라 주미 강! 강주미 바이올리니스트만 독일과 2중 국적. 화면에 나타나는 얼굴도 전형적인 한국의 미남 미녀형!

이 세 연주자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니고 초청된 협연자들이다. 기분 짱! 국뽕이 아니라 팔은 안으로 굽는다.

공연 후 인사 때도 휘파람 응원까지. 코리아 타운이 가까워서? 아니, 2만여 좌석 중 아시아계는 찾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세 번째는 너무나 우리 귀에 익은 교향곡 5번. 우리에겐 운명교향곡으로 더 알려진 곡이다.

철없던 시절 자주 하던 아재 개그, 아니 할배 개그. 요즘 젊은이들도 알란가?

설사 교향곡. 좔좔좔좔--  ㅋㅋㅋ


멋진 데이트 후 차 기다리며 볼 천천히 감상.

이번 공연은 할리우드볼의 여름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

LA의 여름은 덥지만 이 공연은 더위를 식혀 주고도 남을 만큼 청량했다.


세  연주자의 연주 모습
연주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 한국 연주자들
화면에 나타난 이번 연주 소개와 한국 연주자들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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