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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대화형 인공지능

공격받은 물까치의 둥지

by 김윤철

2025. 5. 3 토

눈을 뜨자 물까치 둥지부터 살폈다. 새가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물까치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얼핏 알이 보이지 않는다.

창문을 열고 자세히 보아도 알이 없다. 걱정하던 일이 기어이...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폰으로 빈 둥지 사진을 찍었다.

자연의 섭리. 인간은 자연에 간섭 말라!



어제의 일을 더듬는다.

거실에서 TV 시청 중 갑자기 까마귀 소리.

창밖을 살피니 까마귀가 물까치 둥지로 들어가고 있다.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창문을 열고 까마귀를 쫓았다.


얼마 후 저녁 시간 물까치들이 모여든다.

까마귀와 까치의 한바탕 드잡이. 까마귀가 물러간다 싶었는데

아침이 되니 여섯 개의 까치알이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까치의 한 판 패!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



대략 열흘 전.

물까치가 12층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도시에서 흔히 있는 일이란다. 신기한 마음으로 새가 놀라지 않게 조심하며 관찰.

이중창에 방충망까지 있으니 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역광이다.

그래도 열흘 정도 지나니 알을 여섯 개나 낳았고 둥지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알을 품는 것 아닌가 추측.

한 달여는 새 집에 세 들었다 생각하기로 했는데 까마귀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안타깝지만 챗GPT를 찾는다. 이름하여 대화형 인공지능. 놀랄 노자다.

인기 SF영화의 주인공인 터미네이트보다 한 수 위란 생각이다.

f_figUd018svc3ccngchivdrk_q3rq1l.jpg 빈 둥지! 알이 없어졌다.

대화형 인공지능에 질문을 던졌다. 나는 회비를 내지 않는 무료 기기 사용.

"까마귀가 물까치를 공격하기도 하나요?"

답이 왔다. 공격 대상은 아니지만 다음의 경우는 공격할 수도 있단다.

"영역 다툼, 먹이 경쟁, 둥지 방어, 서열 관계"

그러면서 내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특정 장면을 목격하셨나요?"

이게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세상에나! 21세기 무섭다.

"까마귀가 까치둥지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100% 알이나 새끼 공격이다. 껍질이 남을 수도 있지만 그냥 삼키면 흔적도 없다.

힘이나 두뇌도 까마귀가 까치보다 위다."

100%는 인공지능이 사용한 말이다. 또 까마귀가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말까지.

"둥지 위치를 알려 줄 수 있나요?"

"12층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밑이다."

"물까치가 둥지를 떠날 수도 있지만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며 사용 않는 CD나 풍선을 이용한 까마귀 퇴치법까지 알려 준다.

마지막 인공 지능의 질문.

"다른 질문이 있으면 말해 달라."


까무러칠 지경이다. TV에 나오는 여자 친구 흉내 내는 장난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건 거의 선생님 한 분 모신 기분이다.

과연 21세기다. 내일부터는 인공 지능 공부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공부하는 법을 복지관에서 배워둔 게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나는야 20세기를 더 오래 살았지만 또래 중에서는 신식 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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