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뭐해? (상)

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세 가지 유형

by 나오나무

지난 연말에 정년 퇴직한 선배가 반갑게도 안부 전화를 주었습니다.

집에서 쉬어보니 두어 달까지는 평소 못했던 것을 하면서 잘 보냈는데, 그 이후부터는 심심하고 시간이 더디 가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재취업을 해서 일하니 돈도 돈이지만 활기가 생기는 것 같다며,

저에게도 이런저런 자격증을 공부하면 퇴직 후 재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담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쉬다가 연초에 재취업한 직속 선배와는 저녁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섬세하지만 의리와 강단이 있어 퇴직 후에도 후배들이 많이 찾는 사람입니다.

그답게 1~2개월 만에 직장에서 신용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 내심 부러웠습니다.

그는 퇴직 후 틈틈이 여행을 다니고 평소에는 도서관에서 맘껏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업급여 지급이 종료되는 시기가 다가오자 ‘선뜻 나를 뽑아주는 곳이 없네’ 하는 현타가 오더니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선배는 방긋 웃으며 희망섞인 격려도 잊지 않더군요.

“걱정마! 우리처럼 열심히 산 사람들은 밖에서도 통하더라고. 당신도 잘 될거야, 나처럼.”


두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3년차 선배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2년 전에 저에게 인수인계하고 정년퇴직한 전임자 선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분의 근황은 풍문으로 듣고 있었는데 막상 통화를 하니 풍문은 역시 소문에 불과하더군요.

선배는 퇴직 후 2년 6개월 동안 세 군데 직장을 다니다가 지금은 잠깐 쉬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부를 주고받고 나서 전임자는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취업하려고 덤비면 일자리는 생기게 마련이니 너무 걱정마세요.

그런데 한 1~2년은 놀면서 푹 쉬면 좋겠어요. 있잖아요, 60살이 넘으니까 몸이 해마다 달라지더라구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활동적일 때 하고 싶은 일들을 체험하면 좋겠어요.”


퇴직자에게 직접 듣는 바깥(?) 소식은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이 체험했던 시간과 후배에게 해주는 말은 다르고 또 같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공통점은 재취업에 성공했고, 일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퇴직 전후에 찾아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지만 막상 부딪쳐보니까 별로 실체가 없는 감정이더라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퇴직 후의 자유로운 시간에 대한 반응과 감정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지요.


퇴직을 앞둔 직장 동기들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집니다.

첫째는 30여 년을 힘들게 일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자기에게 1~2년의 안식기간을 주겠다는 부류입니다.

이들의 계획은 가족의 지지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감동적입니다.

둘째는 퇴직 후 가급적이면 빨리 재취업을 희망하는 부류입니다.

이들의 사정은 매우 다양한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거나 늦은 결혼으로 자녀가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경우,

그리고 자유시간에 대한 무료함과 불안감을 예방하려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합니다.

세 번째 유형은 퇴직 후에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일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제각각이지만 말투와 행동이 싱싱해서 옆에 있는 사람까지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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