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이 뜨면

by 청아연

<정월대보름과 개기월식이 같이 일어나는 건..>


퇴근길 신호를 기다리며 라디오를 틀었다. 창문을 내렸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해 금세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보였다.


밥을 먹으며 TV를 켰다. 뉴스 자막으로 월식에 대한 내용이 흘러 지나갔다.

책을 하나 들고 소파에 앉아 몇 페이지를 넘겼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떠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찬 공기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평소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체육공원에 도착해 트랙을 걸었다. 가벼운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옆을 여러 번 지나갔다.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옷을 벗어 허리에 묶자 몸이 떨렸다. 땅을 박차는 발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왔다.


옆으로 축구공이 굴러왔다. 운동장에 몇몇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먼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보였다. 뛰던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졌다.

트랙을 벗어나 스탠드에 앉았다. 신발을 벗고 발바닥을 몇 번 문질렀다. 종아리를 주무르다 보니 이마에 찬바람이 닿았다.

운동장에서는 축구가 계속되었다. 뛰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가 겉옷을 입었다.

주머니에 넣어놨던 핫팩을 들어 얼굴에 댔다.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는 계속 빨간불이었다.

차들이 앞을 몇 번 지나치고 나서 발걸음을 뗐다.


빠앙-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멈춰있는 차들 뒤로 붉은 달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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