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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연 Jun 19. 2024

『한국영화사』 60년

영화사가 노만 3

2024년 5월 10일 오후 6시 책방 노마만리 2층에 위치한 김종원영화도서관에서 '노만의 한국영화사 출간 60주년 기념' 기획전시의 오픈 기념식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영화사가 노만과 영화평론가 김종원,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 및 임직원들, 한상언영화연구소 고문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이효인 교수, 영화사하얼빈 이진숙 대표 등을 비롯하여 약 30여명의 영화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책방 노마만리 김종원영화도서관에서 개최된 '노만의 한국영화사 발간 60주년' 기획전시 포스터


이날 오전 노만은 서울 공덕동 자택에서 한상언 대표와 유창연, 김명우 연구원과 함께 천안으로 출발했다. 천안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마치고 책방 노마만리에 도착한 그는 한 대표와 함께 2층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전시물을 관람했다.

먼저, 2층 전시장 계단 벽면에는 그의 저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여원사, 1959)에 소개된 81편 외국영화의 포스터가 전시되었다. 줄리앙 뒤비비에의 <망향>(1939),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1948), 마이클 파웰/에머릭 프레스버거의 <분홍신>(1948), 크리스티앙 자크의 <싱고아라>(1949), 존 포드의 <아일랜드의 연풍(말 없는 사나이)>(1951) 등, 해방기와 전쟁기, 전쟁 이후인 1950년대 중후반 시기 국내에 개봉된 외화들이었다. 노만은 캐롤 리드의 <심야의 탈주 Odd Man Out>(1947)의 주연배우 제임스 메이슨의 명연기를 인상적으로 언급했다.

전시는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영화청년, 노만'은 청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이 담긴 사진첩이 공개되었다. '영화기자, 노만'은 그가 영화계 입문 이후 몸담았던 잡지 《영화세계》와 《국제영화》, 《스크린》 등의 잡지 실물, '영화사가, 노만'에는 김종원 소장본인 『한국영화사』철필등사본과 2023년 법문사사 출간본. 윤백남과 나운규 관련 논문이 수록된 1972년과 1978년 한국영화학회 발간 학술지 《영상예술》, 잡지《사상계》1962년 5월호에 수록된 <저항 속에 싹터온 한국영화>가 전시되었다. '한국영화사 주요 저작들'에는 한상언영화연구소에서 소장 중인 박누월의 <조선영화발달사>가 수록된『영화배우술(1939), 윤기정의 <조선영화이야기>가 수록된 영화써-클원수첩(1949), 강호의 조선영화사개요(1962) 등의 저작들이 선보여졌다. '한국영화사 저작들', '세계영화사 저작들'에는 이후 국내외에서 출간된 한국영화사, 세계영화사 통사 및 연구 저작물들이 선보여졌다.

[한국영화사] 출간. 조선일보 1963.4.5. 기사

오후 6시. 전시개막식 행사가 개최되었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이효인 교수와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 영화평론가 김종원의 축사에 이어, 마이크를 쥔 노만은 전시 개막 소감을 이야기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것만 해도 나는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역사를 쓴다는 자체가 어떤 사관(史觀)이 완전히 서있고 난 후에 해야 하는데, 사실 저는 너무 어려서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지금 보면 좀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건 우리가 알아야겠다 하는 당시 환경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 6.25 이후에 점차로 한국영화들이 다시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피아골>(1955, 이강천 감독) 같은 수작도 나왔고. 그런데 그때 뭐가 있었냐면, '과연 한국적이라는게 무엇인가?', '한국적인 것'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세계에 나가려면 한국적인 것을 찾아야 겠다는 움직임이 그때 있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정말 만용에 가까운 일을 시작했던 겁니다. 우리 흐름을 알아야 겠다는, 젊은 혈기에 한국영화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한국영화사를 쓰기 위한 자료는 1950년대 후반부터 모았고, 본격적인 집필은 1959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료가 너무 없는 거에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 동아일보 창간호에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신문을 모두 보았어요. 광고까지도 열심히 보았습니다. 영화와 관계된 것을 알아내려면 광고도 봐야 했지요. 한 1년 이상 걸렸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료도 없었던 상황에서 이것을 왜 썼는가. 한국영화의 역사와 흐름을 알 수 있는 뼈대는 우리가 세워놔야겠다, 그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그 뼈대에 살을 붙일 수 있는 것은 내 후대에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그걸 해놓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헛점투성이에요.

사실은 한상언 박사가 이 기획전시를 내게 이야기했을때, 정말 사양했습니다. 실은 부끄러웠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계기가 되어 오늘 여기 모인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고, 우리 영화를 연구하는 후배들이 열심히 보완하고 있고, 그런 후배들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자는 뜻에서 오늘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영화사 뿐만 아니라 영화학에 대한 것은 정말 없었거든요. 저도 한양대와 중앙대에 강의를 나갔었지만, 정말 자료가 없었어요. 텍스트도 없고. 그래서 우선 등사 프린트라도 해서 교재로 만들자, 해서 만든 것이 오늘 남아있는 『한국영화사』입니다. 책을 그대로 출판한 것은, 이건 하나의 자료로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오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출판을 했습니다.

이제 제 것은 다 끝난 이야기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열심히 연구를 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가지로 부끄럽고, 송구스럽고, 감사합니다."

노만 선생의 전시 인사말씀. 2024년 5월 10일 천안 노마만리 김종원영화도서관.


이번 '브런치스토리'에서의 <영화사가 노만> 연재는 노만의 증언과 인터뷰를 비롯한 여러 기록과 사료들을 토대하여 구성된다. 특히 그가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1950년대 중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무렵 까지를 비중있게 다룰 것이다. 또한 직접 제공한 사진 자료들을 비롯해, 한상언영화연구소에서 발굴, 소장, 전시 중인 각종 사료들이 함께 수록된다. 아울러 그동안 신문, 잡지 등 각종 매체에 기고한 여러 글들은 물론,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가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연재는 총 100회분으로 매주 월~금에 발행된다.


해방 이후 최초로 한국영화통사를 집필한 역사가로 이름을 남긴 이후, 오랫동안 영화계 어디에서도 이름을 볼 수 없었던 그가, 다시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꺼내 전해주고 있다. 이 글은 그것을 전하고자 하는 기록이다.

2023년 5월 10일 천안 책방 노마만리 김종원영화도서관에서 개최된 전시 개막식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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