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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Jul 07. 2024

독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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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가 절실하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한다. 라고 자신에게 거의 세뇌하듯 되뇌어왔다. 실제로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했지만, 요즘엔 그렇지 못하고, 그런 생각이 그저 관성으로만 남아있는 느낌이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머리가 너무 흐리멍덩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나는 의자에는 앉았으나 자세를 잡지 못했고 집중하지 못했으며 이책 저책 옮겨다니다가 겨우 다자이 오사무의 아주 짧은 단편 하나를 읽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작품의 첫 문장을 옮겨본다.


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회색 줄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 「잎」


저녁을 먹고 난 뒤엔 얼마 전에 읽던 카뮈에 대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 클래식 클라우드 – 카뮈 (3)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텍스트와 그에 대한 내 생각을 기록한다.


p. 87 카뮈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연과 합일된,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방식에 대해 숙고한다. (...) “돌들과 하나가 되고 싶은 유혹, 역사와 그 야단법석을 깔보는 저 불타오르는 비정의 세계와 한 덩어리가 되고 싶은 욕망”

인세(人世)를 ‘역사와 그 야단법석’으로 표현하는 카뮈. 그리고 못 말리는 그의 자연 사랑.



p. 102-103 카뮈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쓴다. “내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소설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에게 그런 계기를 부여한 것은 가장 먼저 ‘가난’이다. 가난은 부당한 것으로서 삶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물질적인 가난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풍요로움에 눈을 뜨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아는 그 풍요로움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난다.



p. 105 부조리라는 감정은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과, 세상의 측량할 수 없는 비합리적 속성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 그는 『안과 겉』에서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라고 했다.



p. 108 “내가 아는 단 한 가지 의무는 바로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다.”

‘사랑은 꼭 필요합니다.’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이 문장은 몇 년 전부터 카뮈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주조되었던 것 같다.



p. 122 자신을 위축시키는 외부의 힘에 대해 『작가수첩 1』에서 이렇게 받아친다. “인간을 격하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는 것이 곧 인간의 위대함이다.”



p. 127-128 내가 자신의 허영에 양보할 때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생각하고 살게 될 때마다, 그것은 배반이 된다. 그때마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불행이며, 그로 인하여 나의 존재는 진실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남들에게 자신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러면 되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뭔가 주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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