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또 낭떠러지에 내몰렸다. 지난 수년간 이런 기분은 몇 번이고 찾아왔었다.
집 주변에 철길이 있다. 베란다를 내다보면 방음벽이 보인다. 벽 뒤로는 때때로 기차가 지나가고, 그 뒤로는 산이 있을 뿐이다.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파라디 섬 주민들이 벽 너머에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나는 혼자 살고 있다. 부모님의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아빠가 벌어오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혼자다.
밖으로 나갔다. 방음벽을 따라 쭉 이어진 골목길을 걸었다.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철길 위를 지나는 다리 밑에서 멈춰섰다. 약 100미터 앞 공터에 개집이 있었다. 큰 개 한 마리가 늘 그곳에 묶여 있었다. 멍하게 그 개를 바라봤다.
나는 아무 곳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병무청 말고는 나를 찾는 곳이라곤 전혀 없다.
개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포 같은 것을 물어뜯으며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개를 쓰다듬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개는 아주 열심이었다. 개의 입 아래서 뭔가가 덜렁거렸다.
누군가 나를 가엽게 여겨 손 한 번 내밀어 준다면.
개가 고갯짓을 할 때마다 기역 자 모양의 무언가가 나란히 덜렁거렸다. 나는 그다지 좋지 않은 시력으로 개가 열중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포착하려고 애썼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모포 같긴 했지만 모포에 다리 같은 게 붙어있을 리는 없었다.
이제 정말 죽을 때가 됐구나. 이번에야말로 진짜구나.
내가 개한테 더 다가가려고 움직였을 때, 갑자기 개가 고개를 들고 내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개는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개는 명백하게 내 뒤쪽 어딘가를 넘어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개는 낑낑대며 이리저리 돌다가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별안간 내 뒤쪽에서 돌풍이 불어 모래바람이 나를 덮쳤다. 나는 10초간 서 있다가 돌풍이 불어온 쪽으로 돌아서서 그곳을 벗어났다. 개가 물어뜯던 게 무엇이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