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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스팟 Jul 10. 2023

예술과 대중 문화 사이 그 어딘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저는 본가가 광주입니다.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간 김에 비엔날레를 가 봤어요. 올해 광주 비엔날레는 본 전시는 어제막이었지만, 9월에는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립니다. 혹시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광주 쪽을 지나가실 때 한 번 정도 들러 보세요.

어릴 때는 비엔날레 전시를 매번 학교 체험학습으로 가곤 했습니다




비엔날레에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고, 특히 광주 비엔날레는 행동주의적인 경향이 있어서 더 깊게 전시를 즐기려면 광주의 문화적 기반을 알아야 하는 면도 있습니다. 더욱이 작품 설명에 대한 부분도 간략하게만 되어 있고, 도슨트가 없으면 작품을 해석하는 것부터 난해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있었습니다. 공통점을 찾아 보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작품들’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어제 비엔날레 전시에서 저는 작품 그 자체에 대한 감명보다는, 대중문화에 익숙한 제가 어느 정도 수준의 표현까지를 흥미롭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참여형 행사(팝업스토어 같은)가 많아졌고, 예술 그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특정 분야를 디깅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현상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예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하는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바라본다면, 단순히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늘어놓아서는 곤란해집니다. 콘텐츠로 풀어내는 ‘본질’은 명확해야 하고, 힙해야 합니다.


전시회를 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전시회에서 작품을 소비하고, 사진을 찍어 옵니다. 그 사진은 내가 전시회에 다녀왔다는 증거, 전시회에서 추구하는 주제를 어느 정도 지지한다는 증거, 내가 그 전시회를 이해했다는 증거로서 기능합니다. 작품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작품을 소비하는 나’를 위한 기록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흥미로워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 본질은 지나치게 깊게 들어간 철학적 담론이나 해석조차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적당히 멋져야 하고 적당히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그 ‘본질’은 우리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인 교양과 지식 수준은 분명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수준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이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향유하고 싶어하는 개념들도 점점 더 깊어집니다. 대중들이 흥미로워할만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말하면, 우리는 사람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곳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반 발자국만 앞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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