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생활 5년 차에 큰 슬럼프가 왔습니다. 힘들다 하면 힘든 일이 따라오더군요. 업무가 밀려서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추가 근무까지 하는 날이라서 집에 가지 못하고 회사 숙직실에서 잠을 잤습니다. 챙겨 온 간식으로 아침은 바나나, 오이, 점심은 고구마, 고기만두, 저녁은 냉동식품, 구론산으로 간단하게 때웠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나 싶기도 하고 추석을 앞두고 기분이 지하 10층(?)까지 내려갔습니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 5년 동안 절약하고, 독서하고, 블로그,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고, 빚을 갚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네요. 갑자기 개그맨 유재석 씨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내가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걸 계속한다고 된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런데 해야 해요." 성공이 보장되지 않아도 꾸준하게 걸어가야겠죠. 며칠 전 읽었던 '돈 말고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정지우 지음)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시작이 반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중간 지점에서 멈춘다. 중간지점 바로 뒤에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 중간지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하는 것이다."
저는 중간 지점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그래도 계속 가라.'(조세 M 마셜 지음) 책 표지에는"그만두고 싶을 때, 한 걸음만 더!"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힘들지만 하루 할 일을 꾸준히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찌질하게 절약하는 직장인, 당신을 위로하고 싶네요. 당신은 잘하고 있다고, 당신은 칭찬받아야 할 마땅한 사람이라고 타강남이 힘찬 기운을 팍팍 드립니다. 추석이라서 그런지 쪼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 행복이 당연한 것인지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박신양 배우가 스타 특강에서 했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러시아 시 내용) 즐거울 때 보다 힘들 때가 더 많은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나의 힘든 시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힘든 시간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며칠 전 산책하면서 우연히 봤던 기특한 (?) 호박입니다. 철창살에 끼인 채로 성장한 호박입니다. 호박은 불행한 환경을 이겨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