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6천 빚 갚던 남자가 잠시 멈춘 이유

내가 빚보다 더 중요하다

by 달빛 타로

야간 근무를 마치면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 바빴다. 밀려오는 졸음에 꽃을 볼 여유도 없었다. 오늘은 버스를 타지 않고 공원으로 걸어갔다. 꽃구경을 마음껏 하고 아내에게 톡을 보냈다.


꽃이 마음속에 들어와 자리 잡는다는 것은

내가 좀 한가해졌다는 뜻이다. 마음의 여백이 있어야 꽃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좀 더 한가해지면 내가 꽃잎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다. - 조용헌 작가의 내공 중에서


세월이 약이란 말이 맞다. 2억 6천 도 1억 4천으로 줄었고 꽃을 볼 여유도 생겼다. 아마도 빚을 다 갚는 날에는 꽃잎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는 기쁨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3년 동안 하루를 26시간, 한 달을 36일, 일 년을 400일처럼 살았다. 일찍 일어나서 점심, 저녁 도시락을 준비했다. 한 시간 빨리 출근해서 독서하고 출퇴근 버스에서 경제공부를 했었다.

빈 수저통만 챙겨서 갈 때도 있었고 바쁜 날에는 과일과 샌드위치로 배고픔을 해결했었다.

쉬는 날에는 추가 근무를 신청해서 한 달 60시간을 더 일하고 수당을 받았다. 이렇게 일 년을 400일처럼 살았으니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잠시 멈추아야 할 시기가 왔구나.'

회사에 연가를 신청하고 4일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딱히 할 일은 없지만 느리게 하루를 즐기며 휴가를 보내고 싶다.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에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냉장고에 콩나물이 보여서 국과 무침을 만들었다.

랜만에 아이들 아침도 챙겨주고 등교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다행스럽게 3년 동안 나의 빚은 줄었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훌쩍 커져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을 보내고 늦잠을 잤다. 오후에는 장모님에게 선물할 이불을 가지고 빨래방에 갔다. 빨래할 시간을 내지 못해서 몇 달 동안 보관만 했던 이불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빨래하는 동안 욕심을 내어본다. 경제서적, 자기 개발서가 아닌 소설책을 읽는 사치를 누리기로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구매한 지가 3달이 넘었는데 이번 휴가 때 완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