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Talks 강연을 준비하며 (ft.왜 일하는가)
TEDx 살롱이벤트의 연사가 되어주시기를 희망하기에 본 메일을 보냅니다.
저희는 이번에 ‘will(의지)’라는 주제로 연사님들을 초청해 강연하게 되었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크리에이터님의 영상은 저희에게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주시기도 하지만 영상을 볼 때마다 의지를 불타오르게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 특히 하고 싶어도 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저희 20대 같은 경우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님의 이러한 영향력은 저희 이번 강연 주제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의지는 넘치지만 하는 방법을 모르는 20대 또는 이제 막 자기계발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유튜브를 1년 넘게 운영하면서, 좋은 기회가 닿아 TEDx Talks 강연 연사로 초청받아 강연을 하게 됐다.
'과연 내가 연사로 서도 괜찮을까?'
부족한 스스로를 알기에 망설였지만, will(의지)라는 주제는 나와 너무 잘 맞는 키워드라고 느꼈다. 매번 나를 가슴 뛰게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단어다. 게다가 내가 이미 지나온 20대 초반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라면, 나도 그들 중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러고 싶다!
심사숙고해 강연을 수락하기는 했는데, '의지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제의 강연이라니... '의지'와 '성공'은 무게감이 있는 거대한 단어들이고, 그만큼 정의내리고 강연에서 다루기에 조심스러웠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자아탐구하며 20대를 보내온 만큼 하고 싶은 말들이 내 안에 뒤섞여 있었지만, 이것들을 하나의 줄기로 묶어 주제를 뾰족하게 다듬고 스토리텔링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지금의 나는 누구이고, 내 정체성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뻗어 나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어떤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인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곧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들 한다. 이 프레임에서라면 어쩔 수 없이 20대 후반의 나는 '직장(職場)인' 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지극히 평범하다 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직장인이라는 평범한 껍데기 안에서 나 스스로 특별하다고 여기는 면모가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이 행복한 직업(職業)인이다. '6시에 정시퇴근하는 워라벨'보다는 성장과 퍼포먼스를 지켜내고 싶다. 나는 열정과 비전의 가치를 높이 사며, 내 일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며, 일을 '되게 만들게' 하기 위해 기꺼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벌리고 감수한다. 깊고 넓게 성장하고자 하는 내 안의 열정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게 하는 긍정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에서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을 오히려 바보 취급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적당히 일하고, 성취감이나 행복은 퇴근 후에 찾으면 된다고도 한다. 회사는 그저 꼬박꼬박 월급으로 투자금을 충전해 주는 '시드충전소'라는 관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시니컬한 관점은 똑똑한 것이 아니라, 결국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본다.
직장인과 회사의 계약 관계는 명확하다. 직장인은 회사에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고, 회사는 그 대가로 돈을 돌려준다. 그런데 돈이라는 물질적인 보상은 좋은 동기부여 수단이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내적 동기를 침범하기도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성취감, 보람 같은 일의 의미가 월급의 액수로 덮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나의 이 소중한 젊음과 시간, 노력을 보상하는 것이 '오로지 돈'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누구라도 얼마를 받아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하는 직장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국 우리는 직장에서 아주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의미가 있고, 일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 좋아할 수 있을 때 인생이 더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일의 주인은 회사가 아니고 나 자신이어야 한다. 비록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나의 권한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범위 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동료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일 할때만이 우리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일하는 시간을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시간이 아닌 나를 위한 성장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에게 '진정한 워라벨'은 퇴근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삶이 아니라, 일로써 성장하는 나의 모습과 퇴근 후 나의 모습이 상호작용하며 '나'를 완성해가는 균형점이다.
지난 7월 강연을 마치고, 뜨거운 여름을 보내던 8월 우연히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읽었다. 그의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에 열렬한 공감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안심이 됐다. 다행이다, 내가 영 틀린 이야기를 하고 온 것은 아니구나, 하는.
기록해둔 몇 구절을 남긴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근면하다는 것이고, 일에 대한 태도가 언제나 성실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맛보는 진정한 기쁨은 일 속에 있다. 놀이나 취미의 세계에서 기쁨을 찾으면 일시적으로는 즐거울지 모르나 진정한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일은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일에서 충실감을 얻지 못하면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성실하게 일에 몰두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