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맥경화는 하필 심장, 뇌에 잘 생기는 걸까?

by 예재호

1. 왜 동맥경화는 하필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처럼 중요한 곳만 골라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요? 몸의 다른 부위의 동맥에서는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일어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는 걸까요?


2. 동맥경화는 전신의 동맥에 모두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더 동맥경화가 잘 생기는 혈관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 분지가 많이 나뉘고 굴곡이 많은 혈관일수록 동맥경화가 잘 일어나고, 여기에는 낮아진 전단응력이 관련된다고 알려졌습니다. 뇌와 심장의 혈관은 굴곡이 많고 분지가 복잡하게 나뉘어 전단응력이 낮아 동맥경화가 잘 생길 뿐 아니라, 경화반의 생성이나 혈전이 생기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쉬운 장기여서 동맥경화에 취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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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들의 아래팔 혈관은 뱀이 지나가는 것처럼 울룩불룩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는 충분한 양의 혈액이 투석 기계로 순환할 수 있도록, 특정 정맥의 혈류량을 인공적으로 크게 늘린 결과입니다. 동정맥루(AVF) 수술은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시술로 원래대로라면 모세혈관을 거쳐 압력이 충분히 감소된 뒤 정맥으로 들어와야 할 피를 동맥에서 바로 유입되게 만듭니다. 갑자기 혈류량을 늘인다니, 혹시라도 터지거나 새지 않을까 걱정이 되실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적응을 잘합니다. 혈관이 늘어난 혈류량만큼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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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처럼 늘어난 혈류량을 감지해 혈관 직경을 늘리도록 작용하는 역할은 혈관 내피세포가 합니다. 내피세포는 글리코칼릭스(Glycocalyx, 털), 세포 간 접합부(Junctions), 이온 통로(Ion Channels)등을 통해 현재 혈관에서 혈액이 얼마나 흐르고 있는 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물리적 단위를 전단응력(Shear stress)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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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단응력이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썩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혈관 속에서 피가 흘러가며 벽을 훑고 지나가며 발생하는 마찰력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위 전자현미경에서 보이는 내피세포의 털, 글리코칼릭스가 더 많이 누울수록 전단응력이 크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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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 전단응력은 혈류량 (Q)에 정비례하고 혈관 내경(반지름)의 세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그 결과 피가 많이 흐를수록 전단응력은 증가하고, 혈관 단면적이 커질수록 전단응력은 감소합니다. 비슷한 유체의 물리 법칙을 다룬 적이 있는데요. 맞습니다. 지름의 네 제곱에 저항이 반비례한다는 푸아죄유의 법칙이었습니다. 실제로 전단응력 또한 푸아죄유 법칙을 응용해서 구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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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상 체온, 정상 혈압이 있듯이 적정 전단응력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동맥의 정상적인 전단응력은 15~20 dyne/cm² 의 범위라고 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동정맥루 수술을 받은 투석환자의 경우, 동맥과 직접 이어진 정맥의 혈류량이 갑자기 늘어나므로, 내피세포에서는 크게 증가된 전단응력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재빨리 내경의 지름을 늘리게 됩니다.


8. 이 과정에서 NO(산화질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NO는 중막의 평활근 세포에 작용해 칼슘 농도를 낮추고, 칼슘이 줄어든 근육은 수축하지 못하고 이완하게 됩니다. 전단응력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될 경우 NO는 혈관을 아예 리모델링하기도 하는데요. 치밀하게 이어졌던 평활근 세포는 느슨해지고 혈관 직경이 커진 채로 유지됩니다. 이때 평활근 사이 결합조직을 느슨하게 만드는 효소가 앞에 다뤘던 MMP입니다. 투석 환자의 혈관이 커지는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9. 평활근의 수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개발된 혈압약이 칼슘채널차단제(CCB)이며,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도 NO를 통해 효과를 냅니다.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UpyIKagZfm?xmt=AQF0nx8EamUJx3w9fktc-CoSxXkvtkz_y4MYQDqKJDwAtA


10. 흥미로운 점은 혈관 내피세포 입장에서는 전단응력이 높아지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완전히 반대라는 것입니다. 높아진 전단응력은 역설적으로 혈관벽을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투석환자의 동정맥루 또한 혈관 두께가 두꺼워지고 견고해집니다.


11. 더불어 단순한 구조적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증가된 전단응력은 내피세포 사멸을 억제해 내피세포 회전율을 감소시키고, NO와 같은 혈관확장제는 물론 PDGF와 같은 성장인자를 덜 내어놓게 하며, tPA 등의 섬유소용해제와 항산화제를 더 많이 분비해 내피세포의 내구도를 크게 높입니다. 그 결과 내피세포는 손상, 세포 접착, 세포 증식 및 지질 흡수와 같은 병원성 자극에 덜 민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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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반대로 전단응력이 낮아지면 내피세포는 경계태세에 돌입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단응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혈류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출혈이나 폐색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출혈은 생명을 위협하는 큰 일이므로 혈관 내피 입장에서는 특별히 경계해야 할 일은 맞는 것 같습니다. 내피세포는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염증 반응을 시작합니다. 순환근무 중인 혈액 내 단핵구를 불러들이는 신호, MCP-1가 방출되고 단핵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VCAM-1(vasular cell adhesion molecule-1)을 늘립니다.


13.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위 변화는 동맥경화가 시작되는 상황, 즉 산화된 LDL 콜레스테롤을 인지한 내피세포의 반응과 판박이입니다. 더불어 혈관 확장을 할 이유가 없으니 (반대로 수축을 해야 합니다) NO 생산이 감소하고 그 결과 내피세포는 점점 산화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그 결국 내피세포는 탈락하거나 손상되며, 새로운 세포로 분열하고 증식합니다. (내피세포 회전율 증가)




14. 예전부터 과학자들은 동맥경화가 일어나는 장소가 무작위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 요인들은 전신적인데 반해 정작 동맥경화 발생은 상당히 국소적인 경향성을 띄고 있습니다. 특히 유난히 혈류 흐름이 방해받는 동맥 가지와 혈관이 휘어지는 부위가 가장 취약했습니다. 연구 결과 낮고 떨리는 전단응력(Low Oscillatory Shear Stress)이 작용하는 곳일수록 동맥경화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집니다.


15. 낮은 전단응력은 죽상동맥경화 관련 유전자(MCP-1, PDGF 등)를 더 많이 발현시키는 반면, 높은 전단응력에 노출된 내피세포는 반대로 죽상동맥경화 관련 유전자는 하향 조절되고 대신 항산화 및 성장 억제 유전자가 상향 발현되는 것이 관찰되었었습니다. 곧게 뻗은 동맥의 직선 부분은 와류가 없고 안정적인 층류 혈류가 흐르며, 그 결과 명확한 방향이 인지되는 높은 전단응력이 유지됩니다.


16. 흔히 외래에서 자주 시행되는 경동맥 초음파는 내경동맥과 외경동맥이 갈라지는 분지에서 내막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해부학적으로 혈관 분기점과 혈류 재순환 및 정체 지점의 외벽이 전단응력이 감소합니다. 이러한 부위에서 측정된 전단응력 값은 4 dyne/cm² 정도로 평균 15 dyne/cm²의 동맥 전단응력에 비해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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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과 뇌혈관에서 동맥경화가 더 자주 일어나는 이유 또한 이런 전단응력이 감소하는 부위가 많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두 장기의 동맥 혈관은 구조적으로 복잡하며, 나뉘는 분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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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게다가 심장의 관상동맥은 가만히 있는 장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축기와 이완기가 평생토록 반복되는 움직이는 장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탓에 전단응력이 낮을 뿐 아니라 변화폭 또한 크게 나타납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단 응력의 높고 낮음보다 변화(Oscillatory shear index (OSI)가 혈관 항상성 및 리모델링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관상동맥은 여러모로 동맥 경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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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물론 다른 장기의 동맥도 구조적으로 전단응력이 낮아지는 부위에서 동맥경화가 잘 생깁니다. 말초혈관(특히 하지 동맥), 신장 동맥 등에서도 동맥경화가 흔합니다. 다만 뇌나 심장에 비해 초기 증상이 덜 드러나므로 눈에 덜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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