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CT 검사

by 예재호

1. 협심증 환자에게 관상동맥 조영술이 필요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이제 더 이상 트레드밀 테스트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2. 관상동맥 CT검사를 받아보신 분이 계십니까? 최근에는 건강검진 항목에 자주 포함되기도 하는 이 검사는 기존의 트레드밀 운동 부하 검사나 심근 SPECT 검사를 대체하며 협심증 환자의 표준 진단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Coronary 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 CCTA)은 조영제를 사용하여 관상동맥의 혈관 상태를 시각화해 주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우리는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경화반의 성상(취약도)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CCTA 검사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관상동맥 조영술 검사가 필요할지를 알려주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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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협심증은 관상동맥의 협착이나 혈전의 폐색으로 발생하는 특징적인 흉부 통증 혹은 불쾌감을 뜻합니다. 관상동맥에 생긴 경화반이나 혈전은 사고 장소 너머 부위의 혈액 공급 장애를 유발합니다. 혈액 공급이 줄어든 심장근육은 산소와 에너지가 부족한 허혈 상태에서 수축해야 하므로 그 때문에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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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설명이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무거운 바벨 등을 드는 무산소 운동을 오랫동안 할 경우 어느 순간 근육이 찢어질 듯 아프거나, 쥐가 나는 증상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평소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이용해 ATP를 생산하는 것과 달리, 산소 없이 비상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려다보니 젖산과 아데노신 등이 만들어집니다. 이 아데노신이 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6. 이러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치료는 혈류를 회복시켜 주는 것입니다. 즉, 사고 발생 너머 조직에 산소를 다시 전달하기 위해 막힌 혈관을 뚫어줍니다. 막혀버린 수도관을 시원하게 뚫어주면 그간 빗물을 받아 쓰며 근근이 버티던 마을 사람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의사들은 관상동맥에 접근해 풍선으로 직경을 넓히고 넓혀진 관에 금속 망(스텐트)을 넣어 관류량을 회복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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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데 이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준다’는 게 말은 매우 쉬울지 몰라도 실제로는 극히 위험하고 복잡하며 침습적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말 막힌 게 맞는지 확인만 하는 것도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장은 한시도 멈춰있지 않고 언제나 움직이는 장기이며, 시술 중 심장이 멈추게 될 경우 즉시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관상동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필히 대동맥을 거슬러 올라 심장까지 역으로 접근해야 하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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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래서 관상동맥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 의외로 의료진에게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은 ‘과연 이 환자에게 조영술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혈액 검사나 초음파 검사처럼 별 부담 없이 ‘검사해 보고 괜찮으면 다행이니까 ‘라고 생각하고 진행할 수준의 검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9. 그래서 예전까지만 해도 운동부하검사, 트레드밀 테스트라 하여 환자가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하며 그 사이 증상이 유발되는지, 혹은 심전도 상 변화가 생기는지 등을 확인했습니다. 운동 중에 증상이 발생하면 그제야 관상동맥 이상이 의심되므로 충분히 위험을 감안하고 조영술을 시작하자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러닝머신에서 운동하기 힘든 분들은 심근 SPECT 검사라고 하여 혈관을 통해 동위원소가 잘 흐르는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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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런데 문제는 트레드밀 테스트에서는 분명히 괜찮았던 환자가 며칠 뒤 갑자기 심근경색이 생겨 사망하기도 하고, 심근 SPECT 검사에서 질환이 의심되어 조영술을 해보니 막상 아무 병변도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기존의 검사는 어쩔 수 없이 하긴 하지만,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의사들 또한 확신을 가지고 검사나 치료에 임하지는 못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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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런 딜레마를 풀기 위해 최근에는 CCTA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를 1차 선별 검사로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이드라인에서 저·중등도 위험군 흉통 환자에게는 침습적 조영술에 앞서 CCTA를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CCTA 검사가 표준 검사로 지위가 승격된 데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가지 연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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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먼저, 영국에서 진행된 SCOT-HEART 연구가 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을 호소하는 9,849명의 환자 중 4,146명(42%)을 대상으로 CT 검사를 받게 하고, 나머지 인원은 고전적인 트레드밀 운동부하 검사 등의 기능검사를 시행하여 비교했습니다. (LANCET 2015, NEJ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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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의사들이 환자들의 증상이 관상동맥과 관련되었다고 확신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확률이 1.79배 늘었습니다. 트레드밀과 같은 기존 검사보다 CCTA 결과를 훨씬 더 신뢰했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단이 명확해지자 후속 조치도 달라졌습니다. CTCA 군에서는 검사 계획이 변경된 비율이 15%로 대조군 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치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CCTA의 결과에 따라 약물 처방과 치료방향이 바뀐 경우도 23%나 높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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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후 5년 동안 환자를 추적관찰한 후속 논문 결과가 더욱 놀랍습니다.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근경색 발생률이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입니다. 41%나 말이죠. (48명[2.3%] 대 81명[3.9%]; 위험비 0.59, 95% 신뢰구간 0.41~0.84; p = 0.004) 이는 확실한 진단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스타틴 사용이나 항 혈소판제제 복약을 권하게 된 것에 기인한다고 논문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15. 생각해 보면 모니터에 올려진 자신의 좁아진 관상동맥 혈관을 직접 눈으로 본 환자들이라면 훨씬 더 열심히 약을 먹게 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15. 두 번째로 미국에서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인 PROMISE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립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CCTA 검사가 멀쩡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침습적 혈관조영술이 행해지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가 증명되었다고 밝힙니다. CCTA는 트레드밀 등 기존의 기능 검사에 비해서 관상동맥 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즉 막상 검사를 해 봤는데 “꽝”이 나온 건수가 더 적었습니다. 무시무시한 혈관조영술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시행되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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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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