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와 운동

by 예재호

1.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CT 상 동맥경화가 심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2. 석회화(calcification)는 유감스럽게 생겨 버린 경화반이 숙성되는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관상동맥 CT에서 이 석회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구하여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가늠하는 데 활용해 왔습니다. (석회화지수, CAC점수) 한데, 마라톤과 같은 지구력 운동을 즐기는 분은 좌식 생활만 하는 사람보다도 석회화지수가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운동선수의 역설‘이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설마,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심장병이 더 잘 생긴다는 이야기일까요? 석회화지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적정한 운동 전략에 대해 다룹니다.




3. 협심증 환자의 표준 진단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관상동맥 CT조영술(CCTA)에 대해 먼저 다루긴 했지만, 실제 건강검진에서 주로 시행되는 검사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관상동맥 CT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검사의 차이는 조영제를 쓰느냐 마느냐인데, CCTA와 비교해 일반 CT는 방사선 조사량이 적고, 조영제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검사를 받는 것도 훨씬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대신 조영제를 쓰지 않으니 혈관자체를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4. 반대로 혈관 상태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CCTA 검사는 맥박수를 낮춰야 해서 베타 차단제를 먹어야 하며 검사 중에 숨도 오래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심장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장기다 보니 멈춘 장면을 잘 찍어내려면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천천히 움직이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심혈관 위험도를 예측(Risk Stratification)하는 목적으로 가이드라인에서도 CCTA가 아닌 일반 CT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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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런데 일반 CT로는 혈관을 볼 수도 없다는데 과연 뭘 보려고 검사를 권유하는 걸까요? 그 해답은 바로 오늘의 주제, 석회화 지수(CAC, coronary artery calcium)라 할 수 있습니다. 칼슘이 많은 조직은 CT 검사에서 하얗게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심장 CT 단면에서 하얗게 보이는 부위의 넓이(mm²)를 측정하고, 하얗게 보이는 정도를 하운스필드 단위(HU)라는 단위로 측정 가중치를 주어 점수로 구합니다. (프로그램으로 자동화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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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반적으로 이 점수 (아가스톤 단위, Agatston units)가 400점을 초과하는 환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여 추가검사를 권유하고, 10 미만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낮다고 평가해 왔습니다. (이때 면적에 포함되는 기준은 130HU 이상의 밝기를 띈 부위에 한정합니다.) 아주 밝게 보이는 400 HU 이상의 석회화 병변은 가중치가 4배 더 높습니다. 이런 병변은 아무래도 칼슘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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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동은 경화반을 안정시키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운동은 전단응력이 낮은 부위까지 혈류가 충분히 전달되게 함으로써 NO(일산화질소)가 많이 분비되게 하고, 그 결과 동맥경화성 환경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연쇄적으로 낼 수 있습니다.


8. 그런데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관상동맥의 석회화(CAC) 지수는 역설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 과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한 예로 21,758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석회화지수, CAC 점수가 100 점 (Agatston 단위) 이상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주당 3,000 MET-분을 기준으로, 상대 위험도 1.11, 95% 신뢰구간 1.03-1.20) 100점이면 400점에 비하면 낮을 수 있지만 0점에 비해서는 높으니 찝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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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운동이 혈관을 보호하는 효과도 내지만, 반대로 혈관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고강도 운동은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늘리며, 그 결과 혈관에 물리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경화반 형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 본다면 운동으로 유발되는 NO보다 활성산소(ROS)가 많아지면 경화반 예방 효과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10. 특히 혈압 상승이 문제가 됩니다. 운동선수 중에는 평상시에는 정상 혈압이지만, 운동 시에만 혈압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운동성 고혈압환자도 있는데 이 경우 일반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고 알려졌습니다. (남성의 경우 운동 중 최대 수축기 혈압이 210mmHg 이상, 여성의 경우 190mmHg 이상 측정되면 운동성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11.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운동을 즐기는 분들에게 나타나는 경화반은 파열될 가능성이 더 적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CAC 점수가 수백 점이 나와도, 실제 심혈관 질환 위험성은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여전히 낮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우리가 앞서 다루었듯이 경화반이 생기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생기더라도 터지지 않고 잠자코 남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U-T7zcAfzc?xmt=AQF0wD0np8LX1QspKEONFnHLfrHbqaR_ABzlRfQsKOhQ


12. 이러한 상반되는 결과를 통해 이제 단순히 석회화지수, CAC 점수만 볼 것이 아니라 경화반 특성도 함께 고려해서 환자의 치료 방침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13. 2014년 발표된 미국인 3,398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경화반의 부피는 관상동맥질환(CHD) 및 심혈관질환(CVD) 위험과 비례하는 반면, 경화반의 밀도는 반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실제 사고를 치는 것은 말랑말랑한 경화반이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운동선수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밀도가 높은 경화반, 즉 석회화가 진행된 성숙한 경화반은 오히려 보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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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러한 결과는 스타틴을 처방한 군에서 되려 CAC 점수가 높아졌다는 연구와도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아토르바스타틴을 80mg 처방한 군과 위약군을 복용하는 군을 비교해 CAC 점수 변화를 측정했을 때 되려 스타틴을 복용한 군에서 CAC 증가가 26% 증가하여 대조군의 18% 증가에 비해 더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CAC 점수가 높아졌다고 해서 스타틴이 심혈관질환을 늘린 것은 아닙니다. 스타틴이 경화반을 성숙, 안정화시키므로 위험을 오히려 낮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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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결론적으로 경화반의 성상이 실제 질병의 발생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6개국 12개 센터에서 32,0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CONFIRM(Coronary CT Angiography EvaluatioN For clinical Outcomes: An InterRnational Multicenter Registry) 연구에서 도 이러한 결과가 증명되었습니다. (국내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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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역시 비석회화 플라크(non-calcified plaque)가 가장 사고를 많이 일으키고, 완전 석회화된 플라크(calcified plaque)는 위험이 가장 낮았습니다. (연구에서는 HU 기준을 <30 HU미만으로 설정하여 비석회화 플라크를 구분함, 지방의 밝기) 심지어 놀랍게도 CAC 점수가 0으로 조사된 인원 (즉, 예전 기준대로라면 심혈관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룹)에서도 상당수 관상동맥 질환을 진단받게 된 점도 알려집니다.


17. 물론 CAC가 낮은 것이 높은 것보다 나쁘고, 높더라도 별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해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여전히 CAC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관상동맥 질환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드시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실제 관상동맥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 추가검사는 앞서 다룬 조영술 검사, CCTA와 초음파 검사 등입니다. 더불어 CAC 점수가 0점인데도 관상동맥 질환을 앓은 분들은 위험요인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석회화가 되지 않아 CT에 나오지 않았을 뿐 말랑말랑한 경화반은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가족력과 흡연이 가장 강력한 예측인자로 알려집니다.


18. 참고로, 운동도 적당하게 할 때가 가장 좋습니다. 운동량 또는 운동 강도와 사망률은 U자형 관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2001년부터 건강한 조깅하는 사람 1,098명과 건강한 조깅하지 않는 사람 3,950명을 전향적으로 추적 관찰한 코펜하겐 시티 하트 연구(Copenhagen City Heart Study)에 따르면 가벼운 조깅(HR: 0.22)과 중간 강도 조깅(HR: 0.66)을 하는 사람들이 사망률 감소 효과가 가장 컸지만, 격렬하게 조깅하는 사람들의 사망률(HR: 1.97)은 좌식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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