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는 교도소 의사다
나는 교도소 의사다.
한국의 교도소에는 적게는 500명 많게는 2000명의 수용자가 있다. 한 교도소에 주로는 1명, 많아야 2명의 의사가 근무한다. 그래서 하루에 적게는 70명 많게는 200명의 환자를 마주하게 된다.
'신입 진료'로 아침을 시작하며, 사동을 돌며 '순회 진료'를 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과 진료실로 교도관이 동행하여 진료를 보는 '동행 진료'를 한다. 응급 환자가 발생할 시에는 주말이나 밤에 전화를 받는다. 외부 응급실 진료가 필요할지 결정해주어야 한다.
교도소의 의사는 교도관과 의사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진료와 치료 도구는 부족하고 쓸 수 있는 약도 제한되어 있다. 그나마 쓸 수 있는 약들도 오래전에 나온 약이라 효과가 아쉽다. 외부 진료가 필요하면 교도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수용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나가고 그가 도주하지 않도록 감시도 해야 한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외부 응급 진료를 보낼지 결정해야 하지만, 보안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환자군도 굉장히 독특하다. 수많은 진상 환자를 보고 꾀병 환자를 본다. 사회에 있을 때는 병원을 쳐다도 보지 않던 사람들이 교도소에 들어와서는 사소한 불편함 하나까지 해결해 달라 요구한다. 그럼에도 평소에 관리를 전혀 안 했던 수용자들이 많기에, 정말 심각한 병이 있는 환자들이 있다. 수많은 꾀병 환자들 사이에 숨어 있는 진짜 환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교도소 안에서 의사로 살면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갈등이 많다. 살아오며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을 저지르고 들어온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감빵생활.
그 중간 어딘가의 슬기로운 감빵의사생활을 그려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