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캐나다는 의료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의료가 좋다면서 이민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 무료라는 것이다.
무료 맞다. 적어도 눈 앞에서 돈을 내지 않는다.
대신에 세금을 많이 낸다. 결국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지 못 한다. 그런데 의료 시스템을 들여다 보니 이상하다.
우선 캐나다에서 탄생한 성적 좋았던 실력있는 의사들은 대부분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로 떠난다. 가까운 미국을 가장 많이 간다.
캐나다의 의사 자리를 채우는건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 들과 캐나다에서 의사 면허는 땄지만 미국 갈 실력은 안되는 사람들이나 캐나다에 남고 싶은 사람들이다.
유럽에서 온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백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유색인종이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등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나다 의료 수준은 많이 떨어진다. 거기에 무료라는 취약점이 하모니를 이룬다.
무료라는게 참 무섭다.
나라 제정으로 충당하다 보니 열악할 수 밖에 없다. 내는 돈 없다고, 혹은 세금 냈으니 득을 봐야겠다며 별일도 아닌데 병원을 찾는다. 병원 시설은 노후되었다.
덕분에 병원은 포화상태다. 가정주치의 약속은 오늘 아픈데 예약은 일주일 뒤면 참 다행인거다. 그래서 워크인을 간다. 사람이 미어 터지고 3-4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가끔 오늘 꽉 찾다고 내일 오라고도 한다.
의사를 만나면 세상 그렇게 느려 터질수가 없다.
개인 병원도 아니거니와 나라에서 정해준 하루 받을 환자 수와 환자당 수령할 비용이 정해져 있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예약을 하고 왔는데 왜 한시간을 더 기다리는가.
의사를 만나니 참 느긋하다. 이래서 한시간을 더 기다렸구나... 짜증이난다.
그랬더니 대충 귓속, 입속, 눈알등을 불을 비춰 보더니 애드빌이나 타이레놀 중 잘 듣는걸 먹으랜다.
다른곳이 아파도 처방은 같다. 그래서 병원을 잘 안간다. 대충 진단해보고 심해지기 전까지 약으로 버틴다.
만약 상태가 안좋아 전문의를 봐야한다면 고난의 문이 열린다.
전문의 예약이 대부분 몇달 뒤다. 난 지금 아프다 이놈들아.
그때까진 애드빌과 타이레놀이 나의 친구다.
전문의를 만나러가면 또 느낀다. '이래서 몇달이 걸리는 구나...'
세상 시간 다 가진것 처럼 느긋하다. 그리 오래 기다려 보러 왔으니 난 찍소리도 못한다.
아들이 눈에 다래끼가 생겼다. 병원 가봐야 어떤지 알기에 집에 있던 안약과 따듯한 수건 찜질로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도 차도는 커녕 더 커지는게 아닌가.
가정의를 만나기로 했다. 한국처럼 안과를 바로 갈 수 없다.
전문의 추천을 받고 왔다. 추천은 무슨 추천이냐 몇명 있지도 않은데. 추천보단 지정해주는 느낌이다. 집에서 쓰던 비슷한 안약을 처방받고 왔다.
몇일이 지나고 전문의 측에서 전화가 왔다. 일방적으로 이날 이때 오란다. 그게 6개월 뒤다.
다른 날짜는 없냐니 그 다음은 또 한달 뒤 란다. 짜증이 난다...
다래끼가 심했던지 아들은 6개월이 지나도 눈이 부어 있었고 전문의를 찾아 갔다.
이 의사가 가관이다. 이런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잔다. 미친놈인거 같다. 이미 6개월이 넘은건 안중에도 없나보다.
가만히 보니 아이들은 눈꺼풀 뒤집고 시술하기 까다로우니 건들기 싫어하는 티가 난다.
한달 더 보고 아니면 전화하란다. 그럼 다시 좀 빠르게 시간에 넣어주겠단다.
집에서 40분 차타고 가서 비싼 주차비 지불하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시간도 많이 해놨다) 저러고 나왔다.
짜증이 난다.
그 뒤로 경과를 지켜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어린 아들도 지쳤다. 눈에 주사를 놓고 칼로 째고 어쩌고 설명을 다 해줬더니 자기가 어떻게든 참아 볼태니 전화 하란다. 미안함과 감동이 밀려왔다.
전화를 하니 한달 뒤에 오란다. 고맙다 이것들아.
갔다. 이 의사는 또 똑같은 소리를 한다. 저번과 정말 똑같은 소릴한다.
어린 아늘놈이 말한다. 자기 할 수 있단다. 시술 해달라 한다. 지금도 그 모습을 떠올리니 눈물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 짜리가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떨고 있다. 대견하다.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아들.
눈을 움직이면 안된다며 눈에 힘을 불끈 쥐고 있다. 난 조용히 아들의 손만 잡고 있다. 내 모든 에너지를 보내준다는 느낌으로...
눈 안쪽으로 시술하는 거라 자국은 남지 않는다 했다. 남았다 이놈아.
아들 눈꺼풀에 작게 피부가 푹 들어가 있다. 짜증이 난다.
전화했더니 사진 찍어서 보내달란다. 그러고 전화가 왔다.
이상하단다. 자기도 이해를 못 하겠단다. 아이들은 더 클거니 크면서 없어지길 바래보잔다. 그러자 이놈아.
한국에 갔을때 동네 안과를 방문했다. 설명을 하고 이런 자국이 남았다, 어찌하냐 물었다.
의사가 말하길 자신이 캐나다의 의료에 대해 평가하진 않겠지만 이라 말하며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냐는 뜻이 명확했다.
한국 치과에 가서 입만 벌려도 이건 외국의 치료라고 바로 안다고 한다. 이젠 이렇게 치료 안하는데... 라고 하며 말이다.
아이 셋중 둘이 한참 아팠다. 감기인듯 한데 오래 지속됐다. 병원 약속도 힘들거니와 가봐야 의사가 주는 처방은 나도 이제 할 줄 알기에 약을 먹이며 일주일을 넘겼다. 미안하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응급실을 찾았다. 39도를 넘기는 아이 둘을 데리고 갔다.
자. 기다림의 시작이다. 그정도 고열인데 취해주는 조치는 없다. 불편한 의자에 축 늘어진 아이 둘을 데리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좀전에 온 어떤 아이는 해열제를 받아 먹는게 아닌가.
가서 물었다. 왜 우리 애들은 안주냐고. 갑자기 이상한 변명을 한다. 꼭 줘야 하는건 아닌데 뭐 달라면 주고 어쩌고 하며 말을 흐린다. 눈치가 백단인 한국인은 이미 파악이 끝났다. 우리아이들 접수하고 담당이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이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고맙다 이것들아. 그제야 약을 받아 먹고 열이 조금 내렸다.
시계는 5시간을 넘기고 있다. 정말 징그럽다. 가만히 기다리는 멀쩡한 나도 힘든데 열이 끓고 기침을 해대는 아이들은 어떨까.
그런데... 어린이 전문 병원이라 아이들이 많은데 참 이상하다.
저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뛰어다닌다. 왜 왔니?
그래... 자식 아프면 부모 마음은 다 같으리라. 그런데 왜 왔니?
저렇게 팔팔한 아이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거니?
그렇다. 무료다. 돈이 안드니 증상이 경미해도 일단 병원을 가보자. 가정의 만나기는 힘드니 일단 가기만 하면 모든 검진이 이루어지는 응급실을 가자. 이민자들 끼리 하는 조언이다. 좀 아프면 엄살을 10배로 부풀리고 응급실을 가라고 말이다. 손만대도 소리를 지르라고 말이다.
그렇게 6시간을 기다린 뒤 안으로 들어가서 또 30분을 기다린다. 정말 징그럽다.
의사를 보고 검사를 받고 폐렴 진단을 받았다. 둘다... 미안하다. 가정의 가도 별거 없어서 그랬어... 미안해...
폐렴으로 아이들의 병을 악화시켜 놓은 부모다... 아니다... 이나라 의료 시스템이다.
많은 분들이 수술 날짜를 기다리다 돌아 가시곤 한다.
혹은 검진의 적극성 부족으로 병을 키우다 손 쓸 수 없을때 발견하곤 한다.
가봐야 뻔한 진료에... 슬슬 병원을 가지 않게된다.
가려면 엄청나게 필요한 시간과 체력에... 슬슬 병원을 가지 않게된다.
직장 동료들과 대화해 보아도 답은 같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사람부터 이민온 사람까지 모두들 불만이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말해주면 하나같이 너무 좋겠다고 한다.
이래도 무료 의료가 좋은가?
한국에서 아이 대리고 병원 갔을때 (이중국적이라 의료보험 적용) 소아과 미어터진다 그랬고 의사선생님 두 분이고 우리 아이들 앞에 30명 정도 있었다. 캐나다 적인 마인드로 몇시간 예상하며 있는데 20분 만에 부르더라... 그리고 들어가서 깨달았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분의 환상의 하모니. 너무 멋졌다. 둘의 호흡은 정확했으며 아이에 관한 질문은 이미 진료를 하면서 묻고 계신다. 캐나다 처럼 천천히 문열고 들어오며 "하~이~~~ 하우 알~~~~유우우우우우~~~~~" 하지 않는다. 아파서 왔는데 무슨 하우알유냐? 반갑냐?
또 한번 놀란건 끝나고다. 오천원 인가? 그정도 내고 나왔다.
오천원 낼래 아니면 일주일 뒤에 올래?
또한 정작 치과와 안과 (검진 및 안경등) 는 보험이 안된다. 직장 보험은 된다. 그것도 보험마다 커버리지가 다르다.
치과... 비싸다.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실력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치과를 가서 작은 문제를 해결 하고자 하는데 더 큰 문제를 가지고 돌아오게된다.
나는 직장 보험으로 치과가 매우 싸다.
그래도 치과를 안가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애드빌과 타이레놀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