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문어 Aug 28. 2023

사랑, 사랑, 사랑,

험난한 인생 속 사랑 찾기

졸업전시 D-75


막힌 둑이 톡 하고 터져버리듯 눈물이 난다. 며칠간 기절하기 직전까지 밤을 새고 다시 눈뜨기를 반복했다. 알수 없는 불안감과 무기력감. 나는 무엇하나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 없다. 몇달 전부터 식욕이 줄더니 체중이 빠른속도로 줄어갔다. 하루에 한끼 먹는 밥은 먹었다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주말에 겨우 힘을내서 내과에 가보았다. 12시까지 운영한다던 내과는 대단한 인기로 10시 10분에 접수를 마감했고, 나는 11분에 도착했다. 힘이 빠졌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기절하기 직전까지 나를 내버려둔다. 이 모든건 챙겨먹던 약을 5일째 제대로 먹지 못해 일어난 일인 듯 하다.


참 기묘하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좋다는데 눈물 날 감정을 막는 약을 먹어야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끝까지만 가면 되는데 하루하루 통제감을 잃고 잠들기 전마다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내 모습이 10년전과 너무 닮아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기필코 그 동네를 벗어나겠다는 분노와 일종의 열정이 졸업까지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지만 대학을 들어오면서 내가 여태 경험한, 살아온 날들의 그 모순과 고통이 하나둘씩 피부로 느껴졌으며, 지나온 날 하루하루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너무 혐오스럽고 더러웠다. 그런 하루들로 인해 만들어진 내 모습은 도무지 봐주기 힘들었다. 사랑할 구석을 찾기가 너무 힘겨웠다. 근원을 파해칠수록 상처만 더 들춰질 뿐 그 누구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편들어줄 이가 없었다. 그래서 신을 더 찾고 의지했던 것이었고.


그렇지만 신의 계획과 사랑을 이해하기엔 난 하찮은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썩어문드러져가는 세상을 보면 살고싶은 의지는 계속해서 작아지기만했다. 내가 아직 보지못한 세상이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보고나서야 주변의 것들을,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다시 조금씩 생겨났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와는 무관한 듯 보이는 삶이 있다. 가난, 애정결핍, 피해의식, 우울증을 얻은 나와,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기면증을 얻은 동생. 내가 가족을 팔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줄 아는, 멀쩡히 자기 삶 잘 살아가는 축복받은 오빠. 10년이 지나서야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우리 엄마 아빠. 아아 인생은 아름다워 - ! 우는 나에게 청승맞다하고, 힘들어서 가만히 누워 쉬던 나에게 미친년, 그렇게 쉬고 싶으면 나머지 인생도 마저 쉬라던 사랑스런 부모님.


약물로 잘 막아두었던 감정들이었다. 미친듯이 욕하고 싶지만 다들 각자의 힘듦과 사정이 있었음을 백번 이해하기에 미워할 수 없고 계속 탓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눈물로 변해 계속해서 흘러넘쳤다.


2023.07.24 씀

작가의 이전글 "애가 이상해졌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