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의 경로
인생은 언제부터 재밌어?
스물두 살이었던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숨 돌릴 틈이 생기니 인생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준비 없이 시작되고 정리 없이 끝나는 하루들을 모았던 때가 있다.
기억은 있으나 추억은 없이 쇠잔한, 지금보다도 어린 기억이 있다.
불안한 아침과 위태로운 저녁을 보내고
계획만 있고 기대는 없는 시간을 살기도 했다.
울만큼 슬프진 않지만 웃을 만큼 기쁘지 않은 계절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묻은 시절엔 지나가는 바람에도 나는 작아졌다.
내 안에 아주 깊숙한 곳에 여전히 사는 생명에
애써 닿아보려고 큰 숨을 들이켠다.
들이 쉰 숨을 돌릴 요량은 없어 허무하게 내쉰다.
여전히 나는 인생이 무엇이라 논하기에는 경력이 부족하나
시간은 흐려질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은 필연적으로 예습이 불가능하고 복습이 한정적이라
나는 늘 미진한 점수만을 기록한다.
이 모든 것을
여기까지를
한계라고 기록한다.
가만히 내 숨소리를 듣곤 한다.
이 숨이 완성되기까지에 깃든 영광스러운 손길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덕분이 아니었다면
내게 오지 않았을 세상들을 되짚는다.
한계의 마지막 지경(地境)에서 나를 이끌어
지면에 닿도록 이끌어준 감각들을 기억한다.
나는 아직 인생이 어렵고
삶은 늘 내 능력보다 진도가 빠르다.
적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계절의 꼬리를 볼 때면
여전히 착잡하고 쓸쓸하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추운 겨울도 있지만
찬 기운이 주는 상쾌함에 싱긋 웃는 겨울이 있는 것처럼
동트기를 기다리는 어두운 새벽도 있지만
밤새 하늘을 가르는 별을 바라보는 새벽이 있는 것처럼
아직 재밌지는 않지만
꽤 사랑하는 장면들이 많은 내 인생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남는 말이 많은 매일을 보내는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