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2
잠 안 오는 약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절친 4인방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방과 후에도 몰려다녔다. 학교에선 매달 시험을 봤다. 월말고사라고 했던가. 매월 시험을 보고 평균 90점이 넘으면 상장을 줬다.
4인방 친구 중 한 명이 어느 날 시험공부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 초등학생 때 스터디를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진지했는지 모른다. 4인방은 한 해 동안 상장을 다 타 보자고 결의를 했다.(풋)
월말고사를 앞두고 우리들은 며칠 동안 모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스터디라는 게 그렇다. 잘못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 다들 해봐서 알 것이다. 나도 혼자서 그냥 문제집 풀고 틀린 거 고치고, 기본적인 외울 거 외우고, 못한 거는 찍기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ㅎㅎ
마지막 승부수란? 포기다!
아무튼, 모여서 공부하다가 수다 떨고, 군것질하고 노닥거리다가 시험이 코앞에 이르렀다. 우리들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그 친구는 비장하게 자신에게 해결책이 있다고 했다. 일명 ‘잠 안 오는 약’을 먹고 시험 전 날 총정리를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거다. 자신은 그렇게 해서 시험을 잘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잠 안 오는 약’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름은 모르고 약국에 가서 달라고 하면 준다는 것이다. 그때는 수험생들에게 파는 약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도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4인방은 그 친구가 시키는 대로 한 명씩 약국에 차례대로 들어가 그 약을 샀다. 독약을 먹는 것처럼 무섭기도 했다. 그 약만 먹으면, 뭔가 뿅 하고 암기가 척척될 것 같은 야릇한 설렘도 있었다. 시험 전날 그 약을 먹고 우리 4명은 공부를 미친 듯이 했다. 서로 시험에 나올 것들을 찍어주기도 하고 핵심정리도 하면서 밤을 새웠다.
d-day날이다. 잠을 못 자서 정신이 몽롱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걸 생각하면, 엄청난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했다.. 비몽사몽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네 명 모두 참담했다. 여태까지 본시험 중 가장 최악이었다. 상장은 고사하고, 실수 대환장 파티였다. 그 시험 이후로 우리 스터디는 없어졌다.
목표만 쫒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은 과정도 포함이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묘약이나 지름길도 없다.
있으면 좋으련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