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악몽을 꾸었다. 내 등은 젖었다. 가끔 심한 악몽은 몸까지 이렇게 만든다.
어렸을 때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 나이가 들면서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악몽을 가끔 꾼다. 깨어나서 보면 그렇게 선명했던 내용은 거의 사라진다. 생각나는 부분과 나머지는 각색해서 써 보았다.
우리 가족이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다. 밤길이고 눈이 오고 있다. 인터체이지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했다. 나는 왜 이곳에 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가족들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집이 한 채 있다. 작은 주택이다. 불빛도 보인다. 나는 우리가 놀러 온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들은 원래 알고 있던 곳인 양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가족인데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 나는 안방으로 갔다. 여전히 신랑으로 알고 있는데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난 가까이 곁으로 가서 얼굴을 보려고 애를 써본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 내 말은 아무리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여러 번 깜박여 보아도 신랑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꿈속에서는 답답한 마음만 느껴졌다.
안방 문을 열고 누가 들어왔다. 덩치가 큰 남자가 나를 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보낸다. 나를 아는 듯했다. 이 사람 얼굴은 보인다.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굴까. 내가 누구냐고 했더니.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나 때문에 인생이 엉망으로 되었다면서 분노했다. 나 때문에 다쳐서 현재의 팔다리를 다 절단했었고 다시 큰 수술을 통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꿈에서는 이 남자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보였다. 사지가 잘려나간 모습과 과정이다. 그 남자는 복수를 하려고 온 것이다. 설명이 끝나고 남자는 신랑 쪽으로 향하더니 얼굴 없는 우리 신랑을 때리기 시작했다. 신랑은 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나는 안방을 나와 막내 방으로 갔다. 신고를 하려고 핸드폰을 찾았다. 내 핸드폰은 안방에 두고 나왔다. 막내에게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막내는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듯했다. 112에 신고해야 해! 막내도 핸드폰이 없다. 옆방 큰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피아노 소리만 난다. 내 소리가 안 들리는 게 분명했다. 발자국 소리가 났다. 우리 신랑을 죽였나?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그 남자의 것이라 확신했다. 나는 작은 아이를 꼭 껴안았다. 저 남자를 죽여야 해.
악몽이어서 다행이다.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