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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27. 2023

시인의 집이 시를 쓰고 있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025



시인의 집이 시를 쓰고 있었다



시인의 집이 글쎄 시를 쓰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도 시를 쓰고 있었다

검은 돌담에 푸른 담쟁이 가득했다

돌담에서 햇살의 파도소리 들렸다

조심히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푸른 잔디의 파도가 잔잔해졌다

뱀과 고양이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기 호랑이와 뱀이 놀고 있었다

감나무 아래서 시인의 어머니가

사시(斜視)로 시집을 읽고 계셨다

방에서 시인은 남포등을 켜고

타자기로 시를 두드리고 있었다

오래된 라디오는

그리운 성산포를 낭송하고 있었다

시인의 친구들은

카페로 리모델링한 창고에 있었다

우영팟에서는 감귤꽃을 모두 벗은

어린 알몸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시인의 집은 조용히 시의 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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