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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서천꽃밭 농막 창밖이 소란스럽다
가을가을, 가을이 왔다고 합창을 한다
창문을 열어보니 달이 하늘을 가위질한다
가위에 상처 입은 내가 피를 흘리고 있다
나는 나를 가만히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밤하늘이 푸른 바다가 되어 출렁거린다
섬도 되지 못하고 여도 되지 못하고
평생 물속에 엎드려 있는 암초가 보인다
오늘도 배가 지나가다가 상처를 입는다
오늘도 달이 지나가다가 상처를 입는다
그럴 때마다 암초는 더 큰 상처를 입는다
이제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싶다
허리를 펴고 일어나 너에게 가고 싶다
이제는 어둠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싶다
이제는 구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싶다
이어도서천꽃밭 농막 창밖이 조용해진다
가위질된 밤하늘이 햇빛으로 기워지고
지붕까지 올라간 호박이 노랗게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