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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Sep 24. 2023

17. 나는 이제 서귀포를 노래한다




17. 나는 이제 서귀포를 노래한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 이어도에서만 살았다

너무 좁고 답답한 이어도에 갇혀서 살았다

나는 이제 다시 서서히 세상으로 돌아온다

섬들의 징검다리 건너 오니 서귀포가 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의 마음 위에 나의 마음을 올린다

나의 마음 위에 너의 마음을 올린다

우리는 한 몸으로 푸른 하늘 오른다




노인성이 유숙하는 섬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서귀포혁신도시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이어도 길을 걷다가 태평양으로 간다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을 만나러 간다

남극노인성이 유숙하는 이어도로 간다 


바다를 본다 바다 해(海) 글자를 본다

인간들의 욕망이 낳은 쓰레기들의 섬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욕망들의 얼굴,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가 아프다

아픈 어머니에게 방사능 오염수까지 먹인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트로이목마를 끌고 온다

북극곰의 신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바다와 하늘이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막내아들이 

뜨거운 어머니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다

유숙하던 노인성도 곁에서 돕는다

서천꽃밭 꽃감관도 불사화를 가져온다 


용궁으로 가는 올레에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노랫소리 들려온다 하늘에는 서천꽃밭이 있고 땅에는 마고성이 있고 바다에는 이어도가 있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노인성과 꽃감관도 떠나지 못한다




서귀포 노래




아름다운 서귀포 칠십리를 아시나요

일출봉에서 송악산까지 서귀포의 희망을 아시나요

이중섭이 사랑하는 서귀포 앞바다 섶섬을 아시나요

제주올레가 시작되는 성산포를 아시나요

서귀포 칠십리와 서귀포 백사십리를 당신은 혹시 아시나요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범섬 문섬 섶섬 새섬

지귀도 서건도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을 당신은 아시나요

폭포의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엉또폭포

돈내코의 원앙폭포까지 당신은 혹시라도 알고 있나요

서귀포의 목마르트르 이중섭거리를 당신은 아시나요

서귀포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당신은 아시나요

맛있는 감귤을 낳는 서귀포의 감귤꽃 향기를 아시나요

바다와 잘 어우러진 서귀포의 아름다운 공원을 아시나요

자구리공원 걸매생태공원 칠십리시공원 정모시공원 

서복불로초공원까지 당신은 서귀포의 공원들을 아시나요

건천이 많은 제주도에 유수천이 많은 서귀포를 아시나요

예례천 중문천 회수천 악근천 연외천 영천 창고천 강정천

천지연폭포를 낳은 솜반천과 정방폭포를 낳은

동흥천과 정모시를 당신은 혹시 아시나요

서귀포의 돌담들을 당신은 아시나요

흑룡만리, 서귀포의 검은 용들을 당신은 아시나요

담장, 돌담, 밭담, 산담, 잣담, 원담을 아시나요

그 돌담에 숭숭 뚫린 바람의 길을 당신은 아시나요

구멍이 숭숭 뚫려 숨을 쉴 수 있는 사람들을 아시나요

빈틈이 많아서 더욱 아름다운 서귀포 사람들을 아시나요

꽃이 더욱 선명하게, 배경이 되어주는 검은 현무암을 아시나요

저 혼자 서쪽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사연들을 아시나요

한라산 동쪽 능선에 누워있는 설문대할망을 아시나요

설문대할망의 잠꼬대와 발놀이를 당신은 아시나요

서귀포 앞바다에 떠오르는 노인성을 아시나요

보면 오래 살 수 있다는 남극노인성, 목숨별, 수성(壽星)을 아시나요

용골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라는, 카노프스(Canopus)를 아시나요

사람이 죽었을 때 저승으로 인도하는 별, 북극성을 아시나요

살아있는 사람의 길흉화복과 무병장수를 주관하는 별, 노인성을 아시나요

남성리 마을 삼매봉 정상에 있는 남성정(南星亭)을 혹시 아시나요


서귀포의 사랑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눈물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예술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태평양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수평선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서천꽃밭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이어도를 아시나요 서귀포의 당신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저녁노을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서쪽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항구를 아시나요 서귀포의 시인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화가를 아시나요 서귀포의 음악을 아시나요 서귀포의 노래를 아시나요 서귀포의 그림자를 아시나요 서귀포의 무지개를 아시나요 서귀포의 노지문화를 아시나요 서귀포 105개 마을의 꿈과 희망을 당신은 아시나요


서귀포처럼 아름다운 당신은 혹시라도 이어도서천꽃밭을 아시나요





여섬이 되었네



이어도는 최고

대상군 해녀네

깊은 물속으로

한 번 들어가서

나올 줄 모르네

비바람 불어도

모습 안 보이네

태풍이 불어도

나오지를 않네

해양 과학기지

테왁처럼 떠서

님을 기다리네

용궁으로 떠난

님을 찾아 나선

긴 사랑의 물질

끝날 줄 모르네

숨비소리 없이

돌아오지 않네

나도 님 찾아서

이어도로 가네

사랑을 찾아서

여의도로 가네

전복보다 좋은

여섬으로 가네

이어도 여의도

여섬이 되었네



정방폭포



산은 바다의 지붕 위에 떠 있고

바다는 산에서 내려온 물들의 집


수직은 수평 위에 서 있고

수평은 쓰러진 수직의 잔잔한 잠


산의 고향은 바다

바다의 고향은 산


하늘이 수직으로 떨어져

단애 아래 수평으로 걷는다


산은 바닥에서 다시 출발하고

바다는 또 하늘에서 내려온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목숨들

날아오르지 못하는 날개들


바닥이 너무 깊이 젖어

일어서지 못하는 수평선

허리 굽힌 윤슬이

툭, 어깨를 치며

손을 내민다




외돌개 



1


외돌개 만나러 가서

선녀탕을 먼저 본다


외돌개 만나러 가서

코끼리를 먼저 본다


그대는 보이지 않고

하늘과 바다를 본다


범섬 문섬 섶섬 새섬

삼매봉, 한라산 본다


외돌개는 포구에서

내 마음을 붙잡는다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을 계류기둥, 돌 말뚝



2


사람들은 스스로

외돌개가 된다


외돌개에 와서

자신의 모습 본다


세월에 무너진

가슴들 쓸려가고


홀로 서 있는

자신만 남아있다


뒤늦게 울부짖는

파도의 통곡소리



3


포구에는 배들이

드나들고

우리들

마음의 포구에도

돌기둥은 필요하나니


혼자라서 외롭다고

울부짖는 그대여

다시 한번 돌아보라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뿌리 쪽부터 돌아보라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을 돌기둥, 거기

또한 그대 서럽게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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