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그림자에도 뿌리가 돋는다
고승이 땅에 꽂아 놓은 지팡이가
천년이 넘도록 꽃을 피운다는
그런 전설을 나는 믿는다
그리하여 나도 봄이어서
지팡이를 흙에 꽂아본다
며칠 전에 베어진 가로수
뿌리 없는 벚나무를 땅에 묻고
물을 주니 환하게 꽃이 핀다
뿌리 없는 것들도 이렇게
꽃을 피우고 뿌리까지 내리면 좋겠다
나의 엉덩이에서도 뿌리가 나온다
봄에는 어둠에도 새싹이 돋는다
기둥에서 고독과 함께 사는 삶과
가지에서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은
어느 삶이 더 행복할까?
어느 삶이 더 의미 있을까?
어느 삶이 더 아름다울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봄에는 뿌리 없는 인생에도 환한 꽃이 피어난다
내 손길 없이도 환하게 피어나는 가로수 벚꽃보다
어느날 갑자기 잘라져서 길가에 버려진
지팡이 같은
뿌리 없는 벚나무에서 피어나는 허약한 꽃이
나는 오히려 더욱 환하고 아름답다
나의 따뜻한 손길이 닿은 영혼에 더욱 아름다운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