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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08. 2024

잘 차려진 바다 한 상

― 윤동주 시인과 함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007



잘 차려진 바다 한 상



1

월대 아래 월대천변 돌마루에서

어린 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자세히 보니

왼손잡이도 있고 오른손잡이도 있다

양손잡이도 있고 손이 없는 게도 있다

손이 없어 발로 먹는 게들도 있다

밥에는 관심도 없이 해찰하는 게들도 있다

밥상을 박차고 나가

친구들과 놀기에 바쁜 게들도 있다

손장난을 하고 발장난을 하는 게들도 있다

누가 빼앗아 먹을까 봐

혼자 숨어서 먹는 놈들도 있고

겁이 많아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숨어서 먹는 놈들도 있다

동구밖까지 나가서 놀기에 바쁜 놈도 있고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려는 듯

물거울 앞에서 오래도록 꽃단장하는 놈도 있고

그런 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무래도

물보다 땅이 더 좋은지 갈수록 땅으로

더 많이 기어오르고 있다

머지않아 이 게들의 종족은 물의 세계에서

땅의 세계로 올라와서 살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게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게들은 벌써 이 지상에서

자신들만의 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이미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굴을 들락거리며

나와 술래잡기를 하려는 듯

자꾸만 나에게 함께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겁이 많아서 경계심이 많아서

자신보다 약한 놈에게 망을 보라고 시켜두고

살짝살짝 곁눈질을 하며 식사를 하는 놈들도 있다

게들도 진화를 하면서 계급이 생기고 차별이 생기고

......,


2

징검다리를 건너려는데

징검다리 바로 위쪽에서

잠자리들이 샤워를 한다

꼬리를 살짝살짝 물에 스치며

수면 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몸을 적시기 시작한다

비누거품을 만들 듯

물결을 살결처럼 닦으며

잠자리들이

물빛과 햇빛에 샤워를 한다

그 곁에서 소금쟁이들은

깜짝깜짝 놀라며

튕겨 오른 물방울을 피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군무라도 추는 듯 일사불란하다


이제 곧 물길이 바뀌리라


외도 앞바다와 내도 앞바다가

월대천 징검다리를 거슬러 올라와

너무 싱겁게 먹는 게들에게

짜고 맛있는 바다 한 상 잘 차려줄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바다를 떠나온 게들도

하루에 두 끼는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을 받고 만수무강하리라


3

외도동 앞바다가 월대천의 문 노크를 한다

내도동 앞바다가 월대천의 문 노크를 한다

외도동 앞바다와 내도동 앞바다가

노크를 하고 월대천 안으로 문 열고 들어간다

그 뒤로 바다 한 상이 거하게 차려져 들어간다

앞바다는 뒷걸음질 치고 뒷 바다가 길을 알려준다

잔칫날 큰 상이 방 문을 겨우 통과하듯

월대천 징검다리를 어렵게 어렵게 통과해 들어간다

몇 번을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를 반복하다가

반찬그릇 몇 개 방바닥에 떨어뜨리고 겨우 통과한다


길목을 지키던 왜가리 한 마리

방바닥에 떨어진 반찬그릇에서

작은 생선 몇 마리 주워 먹는다


아, 저렇게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진수성찬이며 산해진미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 보름달이 떠 있다

저 둥근 대보름달은

누가 날려 올린 연일까

방패연도 아니고 가오리연도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기름칠이 잘 되어

얼굴까지 다 보일 것만 같은

둥근 솥뚜껑을 어떻게 하늘까지

날려 보낼 수 있었을까

어떤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서 빛나게 했을까

장독대에 올려둔 어머니의 정안수 때문일까

아침마다 새로 올려놓던 하늘수박과 주왕물 때문일까


아, 나는 이제야 겨우 알았구나

달이 날마다 월대천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였구나

잘 차려진 한라산 한 상과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을 함께 받아서

진수성찬과 산해진미를 밤새도록 먹었구나

다 이유가 있었구나

날마다 바다를 불러오는 이유가 있었구나

날마다 산등을 두드려주는 이유가 있었구나

옛날 선비들은 이미 다 알고

시도 지어 올리고 노래도 불려주고 하였다는데

요즘 시인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보름달이 식사하는 자리에도 초대받지 못하는구나



  https://youtu.be/yOPkR8-Lk98?si=b4DyvN8LCSg_zqPV

https://youtu.be/9VwzeLBkMp4?si=sfqxxomRCWw2BY7a



https://youtu.be/cq7rcyGYv68?si=jc8JaNMrYVJNYHsI


https://youtu.be/G9HA6gQFbKY?si=1Rxuj9eb2gdV881N

https://youtu.be/4ExHODnOKlk?si=Rn7i7dD3wRZY3qmL




 

윤동주 시인의 전체 작품 목록








1. 초한대(시) _1934.12.24. 1집, 중판, 삼판


2. 삶과 죽음(시) _1934.12.24. 1집, 중판, 삼판


3. 내일은 없다(시) _1934.12.24. 1집, 삼판


4. 거리에서(시) _1935.01.18. 1집, 중판, 삼판


5. 공상(空想)(시) _1935년 10월 이전, 1집, 삼판 * <숭실활천> 1935년 10월 발표


6. 창공(蒼空)(시) _1935.10.20. 1집, 중판, 삼판


7. 남(南)쪽 하늘(시) _1935.10.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옮겨 씀


8. 조개껍질(동요) _1935.12. 1집, 중판, 삼판,


9. 고향집(동시) _1936.01.06. 1집, 삼판, 본인이 작성한 목차에는 (동요)


10. 병아리(동요) _1936.01.06. 1집, 중판, 삼판, * <카톨릭소년> 1936.11.


11. 오줌싸개 지도(동시) _1936년 초 추정, 1집, 중판, 삼판 * <카톨릭소년> 1937.01.


12. 창구멍(동요) _1936년 초 추정, 1집 *미발표작


13. 짝수갑(동요) _1936년 추정 * 제목만 있음


14. 기와장 내외(동요) _1936년 초 추정, 1집, 중판, 삼판


15. 비둘기(시) _1936.2.10, 1집, 중판, 삼판


16. 이별(離別)(시) _1936.03.20. 1집, 삼판,


17. 식권(食券)(시) _1936.03.20. 1집, 삼판,


18. 모란봉(牡丹峰)에서(시) _1936.03.24. 1집, 삼판


19. 황혼(黃昏)(시) _1936.03.25.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20. 가슴1(시) _1936.03.25.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21. 가슴2(시) _1936.03.25. 1집, 2집, *1에서2로 옮겨 씀. 2에 삭제표시


22. 종달새(시) _1936.03. 1집, 삼판


23. 산상(山上)(시) _1936.05.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옮겨 씀.


24. 오후(午後)의 구장(球場)(시) _1936.05. 1집, 삼판,


25. 이런 날(시) _1936.06.10. 1집, 중판, 삼판


26. 양지(陽地)쪽(시) _1936.06.26.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27. 산림(山林)(시) _1936.06.26.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5(습유작품)에도 있음


28. 닭(시) _1936.봄.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29. 가슴3(시) _1936.07.24. 1집, 2집, 중판, 삼판, *1에서2로 개작


30. 꿈은 깨어지고(시) _1936.07.27.(개작일) 1집, 중판, 삼판, *19351027


31. 곡간(谷間)(시) _1936.여름. 1집, 2집, 삼판, * 1에서2로 개작


32. 빨래(시) _1936년 추정, 1집, 2집, 중판, 삼판, * 1에서2로 옮겨 씀


33. 빗자루(동시) _1936.09.09. 1집, 중판, 삼판, * <카톨릭소년> 1936.12.


34. 햇비(동시) _1936.09.09. 1집, 중판, 삼판,


35. 비행기(동시) _1936.10.초. 1집, 삼판,


36. 가을밤(시) _1936.10.23. 1집, 2집, 삼판, * 1에는 아인양, 2에는 가을밤,


                 삼판에는 <가을밤>으로 발표


37. 굴뚝(동시) _1936.가을. 1집, 중판, 삼판,


38. 무얼 먹구 사나(동시) _1936.10. 1집, 중판, 삼판 * <카톨릭소년> 1937.03. 발표


39. 봄(동시) _1936.10. 1집, 중판, 삼판


40. 참새(동시) _1936.12. 1집, 중판, 삼판


41. 개 1(동시) _1936년 12월 추정, 1집, 삼판


42. 편지(동시) _1936년 12월 추정, 1집, 중판, 삼판


43. 버선본(시) _1936.12.초. 1집, 중판, 삼판


44. 눈(이불)(동시) _1936.12. 1집, 중판, 삼판


45. 사과(동시) _1936년 12월 추정, 1집, 삼판


46. 눈(동시) _1936년 12월 추정, 1집, 삼판


47. 닭 2(동시) _1936.겨울. 1집, 삼판


48. 아침(시)  _1936.12. 또는 1937.1. 1집, 2집, 중판, 삼판 * 1에서2로 옮겨 씀


49. 겨울(동시) _1936년 겨울 추정, 1집, 2집, 중판, 삼판 * 1에서2로 옮겨 씀


50. 호주머니(동시)_1936. 1집, 삼판


51. 황혼(黃昏)이 바다가 되어(시) _1937.1. 1집, 2집, 습유작품, 중판, 삼판 * 1에서2로 옮겨 씀


52. 거짓부리(동시) _1937년 초 추정, 1집, 중판, 삼판


53. 둘 다(동시) _1937년 초 추정, 1집, 중판, 삼판


54. 반딧불(동시) _1937년 초 추정, 1집, 중판, 삼판


55. 밤(시) _1937.3. 1집, 2집, 초판, 중판, 삼판 * 1에서2로 옮겨 씀


56. 할아버지(동시) _1937.3.10 1집, 2집, 삼판 * 1에서2로 옮겨 씀


57. 만돌이(동시) _1937년 3월 추정, 1집, 삼판


58. 개 2(동시) _1937년 3월 추정, 1집


59. 나무(동시) _1937년 3월 추정, 1집, 삼판


60. 장(시) _1937년 봄 추정, 2집, 중판, 삼판


61. 달밤(시) _1937.4.15 2집, 중판, 삼판


62. 풍경(風景)(시) _1937.5.29 2집, 중판, 삼판


63. 울적(鬱寂)(시) _1937.6. 2집, 


64. 한란계(寒暖計)(시) _1937.7.1. 2집, 중판, 삼판


65. 그 여자(女子)(시) _1937.7.26. 2집, 삼판


66. 야행(夜行)(시) _1937.7.26. 2집, 


67. 빗뒤(시) _1937.7.26. 2집, 


68. 소낙비(시) _1937.8.9. 2집, 중판, 삼판


69. 비애(悲哀)(시) _1937.8.18. 2집, 삼판


70. 명상(瞑想)(시) _1937.8.20. 2집, 중판, 삼판


71. 바다(시) _1937.9. 2집, 중판, 삼판


72. 산협(山峽)의 오후(午後)(시) _1937.9. 2집, 중판, 삼판


73. 비로봉(毘盧峯)(시) _1937.9. 2집, 중판, 삼판


74. 창(窓)(시) _1937.10. 2집, 중판, 삼판


75. 유언(遺言)(시) _1937.10.24 2집, 초판, 중판, 삼판


76. 새로운 길(시) _1938.5.10 2집,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77. 어머니(시) _1938.5.28 2집,


78. 가로수(街路樹)(시) _1938.6.1 2집, 


79. 비 오는 밤(시) _1938.6.11 2집, 중판, 삼판


80. 사랑의 전당(殿堂)(시) _1938.6.19 2집, 중판, 삼판


81. 이적(異蹟)(시) _1938.6.19 2집, 중판, 삼판


82. 아우의 인상화(印象畫)(시) _1938.9.15 2집, 초판, 중판, 삼판


83. 코스모스(시) _1938.9.20 2집, 삼판


84. 슬픈 족속(族屬)(시) _1938.9. 2집,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85. 고추밭(시) _1938.10.26 2집, 중판, 삼판


86. 햇빛·바람(동요) _1938년 추정, 2집, 중판, 삼판


87. 해바라기 얼굴(동시) _1938년 추정, 2집, 중판, 삼판


88. 애기의 새벽(동시) _1938년 추정, 2집, 중판, 삼판


89. 귀뚜라미와 나와(동시) _1938년경 추정, 2집, 중판, 삼판


90. 산울림(동시) _1938년 5월 추정, 2집, 중판, 삼판


91. 달을 쏘다(산문) _1938년 추정, 산문집, 중판, 삼판 *1938년 10월 투고, 1939년 1월 23일자에 발표


92. 달같이(시) _1939.9. 2집, 중판, 삼판


93. 장미(薔薇) 병들어(시) _1939.9. 2집, 삼판


94. 투르게네프의 언덕(산문시) _1939.9. 2집, 중판, 삼판


95. 산골물(시) _1939년 9월 추정, 2집, 초판, 중판, 삼판


96. 자화상(自畫像)(시) _1939.9. 2집,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97. 소년(少年)(시) _1939년 추정,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98. 팔복(八福)(시) _1940. 습유작품, 중판, 삼판


99. 위로(慰勞)(시) _1940.12.3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00. 병원(病院)(시) _1940년 12월 추정, 육필자선시집,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01. 무서운 시간(時間)(시) _1941.2.7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2. 눈오는 지도(地圖)(시) _1941.3.12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3. 태초(太初)의 아침(시) _1941.5.31. 추정,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4. 또 태초(太初)의 아침(시) _1941.5.31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5. 새벽이 올 때까지(시) _1941.5.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6. 십자가(十字架)(시) _1941.5.31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7. 눈감고 간다(시) _1941.5.31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08. 못자는 밤(시) _1941년 6월 추정,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09. 돌아와 보는 밤(시) _1941.6. 육필자선시집,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10. 간판(看板)없는 거리(시) _1941년 추정,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11. 바람이 불어(시) _1941.6.2.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12. 또 다른 고향(故鄕)(시) _1941.9.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13. 길(시) _1941.9.31.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14. 별 헤는 밤(시) _1941.11.05.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15. 서시(序詩)(시) _1941.11.20. 육필자선시집, 초판, 중판, 삼판


116. 간(肝)(시) _1941.11.29.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17. 종시(終始)(산문) _1939년 추정, 산문집, 중판, 삼판


118. 별똥 떨어진 데(산문) _1939년 추정, 산문집, 중판, 삼판


119. 화원(花園)에 꽃이 피다(산문) _1939년 추정, 산문집, 중판, 삼판


120. 참회록(懺悔錄)(시) _1942.1.24.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21. 흰 그림자(시) _1942.4.14.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22. 흐르는 거리(시) _1942.5.12.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23. 사랑스런 추억(시) _1942.5.13.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24. 쉽게 씌워진 시(詩)(시) _1942.6.3.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125. 봄 2(시)  _1942년 6월 추정, 습유작품, 초판, 중판, 삼판 




 * 1집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2집 (창), 습유작품


   정음사 출판, 초판 1948년, 중판 1955년, 삼판 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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