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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에서 만난 사람들 / 배진성

― 이어도공화국 꿈삶글 0004

by 강산





이어도에서 만난 사람들 / 배진성





인천(人天)에서 나는 붉은 여우를 만났다 인천(人川)에서 나는 붉은 여우에게 물려 죽었다 대부도의 황금산 아래에서 태어난 붉은 여우에게 물려가 바다에 버려졌다 월미도 앞바다에 버려진 나는 떠내려가다 이어도를 만났다 너무나 길고 한없이 깊은 꿈을 꾸다가 깨어보니 이어도였다 내가 만난 이어도는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가 아니었다 마라도 남서쪽에 있다는 수중 암초가 아니었다 내가 만난 이어도는 단테의 신곡(神曲)에 나오는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닮았다 나는 그곳에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와 성프란치스코와 성도미니코를 만났다 그리고 나는 또한 그곳에서 예수님과 부처님과 공자님을 만났다 소크라테스와 노자와 맹자도 만났다 셰익스피어와 괴테도 만났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을 만났다 진시황과 서불도 만났다 서불을 그곳에서는 서복이라 불렀다 이어도에서도 지옥과 연옥과 천국이 함께 있었다 베드로와 배진성도 있었다 이어도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머니도 만났고 아버지도 만났다 제주도 사람들도 만났고 여수 사람들도 만났다 인천(人天) 사람들도 만났고 인천(人川) 사람들도 만났다 고향 사람들도 다시 만났다 북간도 사람들도 만났고 북한 사람들도 만났다 제주도 사람들이 먼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정방폭포 위에 위령공간이 만들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일전에 서복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던 서복 전시관 불로초공원에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바람처럼 돌았다 정방폭포에서 온 사람들이 먼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나도 따라나선다 연어의 종착역에도 가고 백두산에도 가고 북간도에도 가고……, 긴 순례를 떠난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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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uh8vtvPAyA?si=fzxMRxNtODHsA-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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