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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30. 2021

새별오름과 바리메오름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8





새별오름과 바리메오름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8




나는 주로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간다. 오늘은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제일 먼저 진료를 받고 새별오름 들러 이어도공화국에 가서 로즈마리 화분을 만들 예정이었다. 초봄에 묻어둔 로즈마리 가지에서 뿌리가 나왔을 것이다. 꺾꽂이한 가지에서 새로운 싹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뿌리가 나왔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뿌리 내린 가지마다 새로운 방을 만들어주어야만 한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로즈마리 화분들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줄 계획이다. 


1층 주차장에서 원장님을 만났다. 원장님은 보통 아침 8시쯤 출근을 하신다. 5층 병원 입구에서 다섯명이 먼저 와서 이미 기다리고 있다. 아직 문도 열지 않은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원장님은 먼저 인사를 하고 병원 문을 연다. 오늘은 진료받을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때 보다 먼저 왔음에도 순서는 더 뒤인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개인병원에서도 코로나 백신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발전소 필수요원이어서 좀 일찍 백신을 맞을 듯 하다. 며칠 전에도 두 번째로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인지 의향을 조사하였다. 나는 어쩌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을 확률이 많을 것이다. 언론에서 혈전 생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원장님께 여쭈어 보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혈전 관리에 있기 때문에 미리 전문가에게 여쭈어본 것이다. 원장님 말씀은 무조건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원장님도 4주 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았다고 하셨다. 언론에서 과장한 것이기 때문에 걱정 말고 무조건 맞으라고 하셨다. 


나는 피를 뽑고 3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피검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보통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병원 간호사들은 보통 8시 40분 경에 출근을 한다. 9시에 진료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는 약 1시간 정도 책을 보며 기다렸다가 9시 조금 넘으면 피를 뽑고 또 기다려야만 한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때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였다. 한 달 전보다 나의 피가 훨씬 더 묽은 상태에 있었다. 그래도 같은 용량의 와파린을 한 달 더 유지하기로 하였다. 진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는 평화로를 달려 이어도공화국으로 갔다. 이어도공화국에서 꽃들과 좀 놀다가 오후에 바리메오름으로 갔다.


바리메오름은 노꼬메오름 곁에 있는 오름이다. 오름들은 보통 두 개나 세 개씩  함께 모여있다. 바리메오름도 큰바리메오름과 족은바리메오름이 있다. 노꼬메오름도 큰노꼬메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이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오늘 큰바리메오름에 올랐다. 바리메는 정상의 분화구 모양이 바리때(스님들의 밥그릇)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이 오름을 올랐다. 숲이 울창하여 뜨거운 여름에 오르기 좋은 오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곳에 멧돼지를 주의하라는 붉은색 글씨들이 많았다. 주의사항도 함께 적혀있었다. 멧돼지와 마주치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고 등을 보이지도 말고 바위나 큰 나무 뒤로 숨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였다. 산책로 주변에 멧돼지 발자국들과 주둥이로 땅을 판 흔적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 오전에 땅을 판 것인지 어제나 그제쯤 땅을 파고 돌아다녔는지 멧돼지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니 혹시 바리메오름에 가시려거던 혼자는 가지 않기를 추천한다. 


올해는 가까운 화순곶자왈에서 종꽃을 많이 보지 못해서 서운했는데 큰바리메오름에서는 배가 터지도록 많이 보고 많이 들었다. 오름 입구부터 산딸나무꽃이 환하게 피어서 나를 맞이하더나 조금 더 오르니 산딸나무꽃 뿐만 아니라 때죽나무꽃, 종꽃들이 원없이 종소리를 쏟아내리고 있었다. 이맘때쯤 종꽃이 보고 싶다면 바리메오름으로 찾아간다면 후회하는 일은 적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찔레꽃과 하얀 종꽃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모습과 향기가 온 숲을 비틀거리게 할 정도였다. 하늘을 향해 종을 울리는 산딸나무꽃과 땅을 향해 종을 울리는 때죽나무꽃과 하늘로 기어오르는 찔레꽃들과 감옥을 빠져나오며 함성을 질러대는 가막살나무꽃들이 온통 오름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리메오름은 전망도 좋아서 멋진 한라산이 보이고 제주시도 훤히 잘 보이고 물론 드림타워도 보인다. 또한 제주도에서 가장 최근에 생겼다는 비양도도 잘 보인다. 어느날 일어나보니 어디선가 날아온 섬이 생겨났다는 비양도, 그 비양봉 주위 바다가 우난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산방산도 훤하게 잘 보였다. 노꼬메오름을 비롯하여 제주도 서쪽의 오름들이 잘 보였다. 그 중에서 나의 눈에 확 들어와 박히는 오름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새별오름 이었다.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새별오름은 가까이에서 보면 큰 무덤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들불축제가 열리는 앞쪽만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전체적인 윤곽이 뚜렸하게 잘 보인다. 새별오름은 말발굽모양의 화산이다. 말의 발처럼 생겼는데 우리들이 흔히 보는 앞쪽은 말의 발톱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다쪽으로 터져있는 타원형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바리메오름처럼 분화구가 둥그런 밥그릇 모양이 아니라 한쪽이 터져버린 타원형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에는 백록담을 비롯하여 성산일출봉, 사라오름, 다랑쉬오름 등과 같이 원형의 분화구를 간직하고 있는 오름들도 많지만 새별오름처럼 한쪽이 터져서 원형을 유지하지 못한 분화구를 가진 오름들도 많이 있다. 그런 오름들은 대부분 말발굽오름들이 많다. 

  



   

바리메 오름에서 보니 새별오름과 이달오름이 더 잘 보인다

새별오름 보이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보통 새별오름 한쪽 면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나

사람들도 그렇고 세상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들의 눈에는 사람들도 그렇고

세상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들의 눈에는

한 쪽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세상이 더 잘 보입니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사람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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