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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04. 2021

서시(序詩)




서시(序詩)



꿈만 꾸었다 너무 오랫동안 꿈의 섬 이어도에서 살다가 지상으로 돌아왔다 꿈속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세상을 이 지상에 만들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꿈과 삶과 글이 하나로 만나 행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어도 공화국』을 쓰기 시작한다 [이어도 공화국]을 만들기 시작한다 내가 쓴 모든 글들은 『이어도 공화국』을 쓰기 위한 습작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은 [이어도 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연습이었다 나는 앞으로 100권의 『이어도 공화국』을 쓸 작정이다 나는 앞으로 백 년 동안 [이어도 공화국]을 만들 작정이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시나브로 할 것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않아야만 하리라 나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넘어, 백 년 동안의 꿈과 희망을 위하여 출발한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세상 읽기와 나만의 세상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나팔을 불며 시작한다


긴 꿈을 꾸었다 눈을 떠 보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길 없는 길을 걸어서 간다


바다의 발걸음에 맞추어 해변의 모래밭을 걸어본다 바다의 발걸음 소리에 맞추어 해안선을 읽어본다


걷다가 문득 모래 한 알이 된다 가슴 하나가 전부인 모래알이 된다 눈이 없는 모래 한 알이 본다 입이 없는 모래 한 알이 부른다 귀가 없는 모래 한 알이 듣는다


모래밭이 온통 파도무늬로 가득하다 가슴속 모래밭까지 온통 파도무늬로 가득하다


전생에 나는 한 마리 낙타였다 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놀려대던 한 마리 곱사등이 낙타였다 나는 이제 다시 시아노박테리아가 되어 산소를 만들기 시작한다


모래알 하나가 모래알 하나를 평생 사랑하고 있다 모래알 하나는 모래알 하나만을 평생 사랑하고 있다


또다시 바닷가 모래밭을 걷고 있다 너무나 먼 강을 따라 내려와 모래가 된 바위를 알고 있다


당신은 바다처럼 울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바다보다 깊이 울어본 적이 있는가


갈대는 봄부터 몸을 비운다 갈대는 봄부터 마음을 비운다 그런 갈대의 숲 속에 작은 개개비 둥지 하나 만들기 시작한다


아직 황금빛 모래에 도달하지 못한 몽돌들이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몽돌 속에는 저마다 빛나는 모래 한 알 들어있다


바람은 자꾸만 나에게 바람이 되라고 한다 자꾸만 나에게 떠나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는 바람이 되라고 한다


모래밭 끝에 숲이 하나 있다 그 숲으로 간다 용설란 가로수 길을 걸어서 들어가고 있다 길 가 용의 혀들이 싱싱하다


용설란 가로수 길 끝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다 바람의 헌 옷들이 하얗게 탱자 꽃으로 꽃피어있다


탱자나무 울타리 밖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문이 보이지 않는다 용설란 꽃대를 타고 내려온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나에게 비밀을 속삭여 주었다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는 로즈마리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로즈마리는 자줏빛 꽃잎을 터트렸고 나 또한 로즈마리처럼 자줏빛 꽃잎을 터트리며 걸었다


로즈마리 숲을 지나 비익조를 만났다 삼광조와 팔색조도 만났다 비익조가 아직도 숲 속에 살고 있다


라플레시아,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을 피우기 위하여 손도 잘라버리고 다리도 잘라버리고 오직 붉은 심장 하나로 살아가는 꽃


깊은 숲 속에 옹달샘이 하나 있다 그 옹달샘에는 가끔 병든 새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옹달샘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푸른 하늘 깊은 가슴속으로 날아오른다


옹달샘 곁에 오두막이 한 채 있다 숲 밖이나 숲 위에 집을 짓지 않고 숲 속에 보이지 않는 집을 짓는다


오두막에서 나무처럼 살고 있는 노인을 만났다 이어도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큰 나무 같은 촌장님 이셨다 


이어도에 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이어도 사람들은 이어도 숲에 나무를 함께 심고 함께 가꾸어준다 사과나무도 좋고 소나무도 좋다 이어도 사람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고 있었다


깊은 숲 속에 조촐한 집을 짓는다 옹달샘 곁에 옹달샘 집을 짓는다 무덤 같은 집을 짓는다 이어도에 나의 집을 짓는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이어도에 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요한 방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 공동체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어도 공동체 그런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


이어도 사람들은 모두가 나무와 함께 태어난다 이어도 사람들은 무덤 대신 한 그루 나무와 등대로 남는다


물은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것이 진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을 때에도 나무는 홀로 고요하게 물을 온몸으로 뿜어 올리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거대한 나무 숟가락들이 숲을 이루었다 하늘을 휘휘 젓다가 하늘을 떠먹는 나무들이 있다 나무로 부활한 사람들이 있다 낮에 내가 다니던 길로 밤이면 착한 꽃사슴들이 둘러보리라 나무 숟가락들은 그들에게도 하늘 한 수저 떠먹여 주리라


이어도에는 게으른 몽상가가 살고 있다 가끔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따라 탱자나무 울타리 밖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산책은 살아있는 책이다 시간으로 산 책 그리하여 산책은 죽어도 죽지 않는 책이다


산책길에 어느 게으른 몽상가를 만났다 그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태어났다 바다를 건너온 그는 오늘 나를 만났다


겨울나무는 모래시계처럼 몸을 크게 한 번 뒤집는다 나무들은 그렇게 하늘과 땅의 영혼을 제 몸 안으로 가득 끌어들인다


이어도 사람들은 최소한 한 권 이상의 자서전을 쓴다 아름다운 자서전을 한 권 남기기 위하여 더욱 아름답게 살기를 꿈꾸고 실천한다


이어도 숲 농장이 있다 이어도 숲 전체가 이어도 숲 농장인 셈이다 이어도 숲 농장에는 온갖 과일나무들과 온갖 채소들이 많다 이어도는 축복받은 땅이다


이어도 수면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수면실이 있다 이어도 수면실을 찾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잠 속에서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하나 찾을 수 있다


이어도 자살촌이 있다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희망촌이 있다 이어도 자살촌은 가난할수록 좋다


이어도 사랑촌이 있다 이어도에는 없는 사랑이 없다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랑이 있다 이어도 사랑촌에서는 언제나 몸부터 사랑하지 않고 마음부터 사랑을 한다 영혼부터 사랑을 한다 이어도 사랑촌은 그렇게 깊은 곳이다


이어도 부활촌이 있다 세상에서 지친 사람들이 새롭게 부활할 수 있는 곳이다 이어도 부활촌에서 나는 지금도 이렇게 부활하고 있다


이어도 창작촌이 있다 이어도에는 풍경소리가 있다 세상에서 길을 잃은 당신은 이어도 창작촌에서 당신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어도 생명촌이 있다 옹달샘처럼 끊임없이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다 이어도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이어도의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의 보호자가 된다 이어도에서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이어도에는 이어도의 꿈을 이어주는 이어도 생명촌이 있다


이어도 꿈동산이 있다 어린이들의 꿈동산이 있다 옹달샘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꿈동산이 있다 이어도에는 아직도 그런 아이들의 이어도 꿈동산이 있다


이어도 명상촌이 있다 이어도 사람들 대부분의 시간은 명상의 시간이다 모든 생활 속에는 명상이 들어있다 그리하여 이어도에는 깊은 이어도 명상촌이 있다


이어도 하늘촌이 있다 이어도에는 오래된 사람들이 많다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살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어도에는 참으로 많은 어른들이 있다 이어도 하늘촌은 이어도 생명촌과 이어도 꿈동산 바로 곁에 있다


이어도에는 군주도 따로 없고 백성도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오직 다른 생명들처럼 사람은 모두가 오직 사람으로만 존재한다 이어도에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무한한 행복이 최고의 덕목이다


이어도에서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서는 모두가 한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서는 처음부터 결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도에서는 어느 누구도 사람을 소유하지 않는다 이어도는 다른 어떤 세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다


이어도를 아시나요 아름다운 나라의 끝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시작되는 곳 당신은 그런 나라 이어도를 아시나요 이어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이어도를 당신은 아시나요


제주도에는 강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어도에는 강이 있습니다 깊은 강이 있습니다 맑은 강이 있습니다 길고 선명한 상처가 있습니다


이어도에는 황조롱이가 살고 있습니다 황조롱이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젖과 자궁이 없어서 가장 안타깝습니다 


이어도는 별무덤입니다 도시를 떠난 별들이 모여 사는, 별똥별들이 부활하는 별무덤입니다 이어도 하늘에는 지금 별들이 너무 많습니다 당신들의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이 지금 이어도 하늘을 가고 있습니다 


거름이 되지 못하는 똥물은 물러가고 아직도 거름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똥만 남아라 붉은점모시나비가 날던 그 자리에 곧 부용화가 피어나리라


이어도 앞바다에 멍텅구리 배 한 척이 있습니다 그 멍텅구리 배를 볼 때마다 내가 한 때 갇혀 살았던 지옥의 멍텅구리 배 생각에 다시 멀미가 납니다 오늘도 이어도 앞바다에 멍텅구리배가 있습니다


이어도에는 아버지가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어머니가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남편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아내가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자식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대통령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국회의원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스스로의 길을 간직한 그런 거울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이어도에는 시인이 살고 있어요 이어도에는 너나들이가 살고 있어요 너는 너고 나는 나인 이 시대에 너는 나고 나 또한 너인 그런 아름다운 시인이 살고 있어요 


이어도에는 연꽃이 피어 있어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향기로운 사랑의 연꽃이 꽃 피어 있어요 나도 이제는 그렇게 은은한 향기의 연꽃이 되고 싶어요


가장 아름다운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꽃입니다 이어도 카페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향기를 선물하는 시인이 있다 그는 평생 로즈마리를 길렀고 사람들은 평생 그에게서 로즈마리 향기를 가져갔다


이어도에 한 아이가 찾아왔다 아직 오지 말아야 할 아이가 서둘러 찾아왔다 그 아이는 인천 효성동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놀랍게도 아버지를 찾아서 여기까지 왔단다 준수의 아버지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 내가 전생에 살았던 세상 속으로 걸어서 간다


세상으로 건너오는 길에 은어들을 만났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은어축제에 초대받은 그들은 그냥 불러주기만 해도 고마운 고향에서 자신들을 위하여 축제까지 마련해 주겠다는 인간들에 대하여 너무나 황송하다며 온 몸이 빛나는 꿈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와 나는 이어도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배를 타고 왔으며 나는 헬기를 타고 왔다 이어도는 내 꿈의 고향이었고 그가 새롭게 부활한 낙원이었다


바람이 차다 바람이 파도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파도가 높다 파도가 마라도 가슴팍을 후려친다 고구마같이 생긴 마라도에서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 퉁소를 불던 사람이 불을 놓아버린 이후로는 아무리 퉁소를 불어도 뱀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가오리 한 마리 바다 위에 납작 엎드려있다 나는 그 가오리 등을 타고 바다에 떠 있다 하멜이 지나갔던 길 위로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모세의 지팡이 같이 생긴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나는 모세가 아니므로 그 뱀을 집어 들지 못한다 


산 안에 방이 있는 산이 있다 산과 산 사이에 방이 있는 산, 방 안에 산이 있는 방이 있다 방과 방 사이에 산이 있는 방, 나는 그런 산방산 안에 있다


꿈속에서 보았던 흰 사슴을 찾아간다 오랜만에 한라산을 오른다 1100 도로를 달려 올라간다 영실 휴게소에서 약수를 떠먹는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한라산 훼손 지 복구용 흙 그 흙 한 봉지 배낭에 짊어지고 올라간다 


준수와 함께 세상으로 건너오는 길에 나는 은어들을 만났다 은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그만 준수를 잃어버렸다 준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 낡은 집에서 살기로 작정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니다 우연과 필연은 어차피 같은 말이다 나도 처음에 문을 열어보고 그냥 돌아가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늘 전망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나는 늘 전망 좋은 사람과 살고 싶다


첫날밤을 치러 내기 위하여 밤새 청소를 한다 속옷까지 모두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온 몸으로 청소를 한다 몸과 마음을 청소하다가 그냥 쓰러져 잠을 설친다


바다와 하늘과 바람의 섬 이어도에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지상으로 다시 건너왔다 소박하고 조촐하게 새롭게 출발한다 출발은 이렇게 늘 가슴 설레며 아득하다


내가 지난 30년 동안 살았던 이어도와 이 세상은 참 많이 다르다 이어도에서는 집은 집이고 땅은 땅이다 빈집이 있으면 그냥 살고 싶은 사람이 살면 되고 빈 땅에 씨를 뿌리고 싶으면 아무라도 씨를 뿌리면 되었다


거실과 방까지 신발을 신고 들어와야만 했다 어느 누가 살았었는지 몰라도 떠나간 뒷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전기를 만드는 사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이것은 전기 탓이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일 투성이다


빈 집은 빨리 낡는다 비어있는 사람도 일찍 죽는다 새로운 집을 만들기보다는 헌 집을 고쳐 쓰기가 더 어렵다 거실 청소를 한다 해탈이 따로 없다 해탈과 탈피는 어디라도 있다


청소는 끝이 없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여자들의 주 업무가 청소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청소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듯싶다 하지만 나는 기쁜 마음으로 청소를 한다


뼈대 없는 내가 뼈만 있는 발전소에 있다 나는 지금 뼈대 속에 살아 있다 발전소에서 나는 지금 가랑이를 쫘악 벌리고 불을 지피고 있다


번쩍, 번개가 하늘의 소식을 전한다 하느님은 오늘도 하늘 발전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계신다


나무들 속에는 발전소가 있다 부지런히 퍼 올리고 있다 나무들은 밤낮없이 땅의 소식을 하늘에 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남자는 숟가락으로 팍팍 퍼서 먹는다 여자는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먹는다 나는 잠을 자다가 가끔 나의 숟가락을 만져본다 


첫눈이 어지럽게 내린다 나는 이제 첫눈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언제나 시작만 있었다 길 입구에서 나는 언제나 나의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전기를 만들고 있다 불빛을 만들고 있다 별빛을 만들고 있다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전생에 나의 이름은 진성(鎭星)이었다 아버지 친구 분이셨던 신발가게 아저씨가 술 한 잔 얻어 마시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들었다


쩨쩨하게 살지 말고 통 크게 살아보자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살아보자 목숨을 걸어볼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에 목숨을 걸어볼 것인가 내 평생의 소망에 목숨을 한 번 걸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 공화국]을 기필코 만들어보자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살고 싶다 옹달샘의 샘물이 되고 싶다 그 옹달샘에는 가끔 병든 새들이 찾아오면 좋겠다 그 병든 새들이 옹달샘에서 나를 마시고, 기력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력을 회복한 새들이 다시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이미, 그 새의 몸이 된 나 또한, 그와 함께 깊은 궁창이 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먼저 아름다운 산을 하나 가꾸고 싶다 그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 숲 속에 조촐한 오두막을 하나 짓고 싶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만들고 싶다 그 쉼터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스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나무와 함께 살다가 나무로 부활하고 싶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무덤 대신에 나무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죽어서도 서로 사랑하는 나무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 죽어서도 서로 곁에서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 부는 날은 가끔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 공화국]을 만들기 위하여 먼저 이어도 베이스캠프를 친다 서귀포 화순항 내려가는 길, 월라봉 입구에 본거지를 먼저 만든다 문을 먼저 만든다 [달문moon]을 먼저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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