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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05. 2021

3. 징검다리




3. 징검다리



저 먹감 하나가 추억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저 먹감 하나가 하늘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저 먹감 하나가 땅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내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고 산을 보고 바다를 보는 일이다. 내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산을 보는 일이다. 보는 장소와 방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는 늘 그렇게 시작한다. 나는 어쩌면 하늘과 바다와 산을 보기 위하여 30년 넘게 발전소에 출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3년만 벌어서 수술을 받고 그만두려던 발전소에서 나는 벌써 30년 넘게 바다를 바라보며 어슬렁거리고 있다. 

    

발전소들은 대부분 바다와 인접해 있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산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30년 넘게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여수바다와 인천바다를 거쳐 지금은 제주바다와 함께 살고 있다. 마라도와 가파도와 형제섬 그리고 저 수평선 너머에 있다는 이어도를 바라보며 산 지가 벌써 20년 이상 되었다.     


산방산과 월라봉은 늘 같은 위치에서 나와 인사를 하지만 달은 날마다 다른 위치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반달은 같은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꿈을 안고 차오르는 반달이 있고 마음을 비우며 사위어가는 반달이 있다. 어제 아침에 내가 만난 반달은 벌써 사분의 삼을 살아버린 달이었다. 나의 삶도 어쩌면 이제 사분의 일 정도만 남아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나의 생활은 요즘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어도 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야만하는 처지에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아픈 만큼 나도 함께 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그럴것이다. 저 하늘에 떠 있는 반달도 요즘에는 마스크처럼 보인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좋은 세월이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아마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일 것이다. 치사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정작 감염된 사람들 입장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함과 미안함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울 것이다.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그 마음을 잘 안다.


1990년 6월 8일에 나는 1차 심장수술을 받았다. 이 지상에 태어나면서부터 25년 동안 함께 살았던 심장병을 겨우 떠나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빈자리에 곧바로 간염이 자리를 잡았고 간경화로 진행되었다. 심적 고통이 더 심했다. 심장병은 나 혼자만 아프면 되지만 간염은 달랐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간염균을 전염시킬 수 있었다. 그것까지 염려하다보니 이중 삼중으로 마음이 아프고 쓰라렸다. 나는 다행히 인터페론이라는 주사까지 맞아가며 집중적인 치료를 하여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간염도 간경화도 없이 완치되어 그런 마음의 빚은 없어졌다. 코로나19 등의 전염성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그런 마음의 병으로 많이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경계해야할 일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여러 가지 병들이 더욱 무서운 병일 것이다. 바이러스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그렇고 미움도 그렇게 감염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코로나 바이러스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들은 최선을 다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로에게 배려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우리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새로운 미래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반달이 새로운 반달을 기다리고 있다. 나 또한 새로운 반쪽을 기다리고 있다. 달은 날마다 다른 위치에서 나를 맞이한다. 우리들은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코로나19 또한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떠날 것이다. 우리들은 날마다 새롭게 반성하면서 살아야만 한다. 반성은 새로운 길을 낳는다. 세상에는 허투로 보낼 것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 우리는 많은 숨어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불합리한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것들을 하나씩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운명일 것이다. 


제주바다를 보면 알 수 있다. 수평선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제주의 밤바다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수평선을 따라 밤 배들이 불을 밝히고 조업하는 것을 보면 더욱 뚜렸하게 알 수 있다. 수평선은 직선이 아니라 둥그렇게 휘어져 있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알 수 있다. 우리들의 맨 눈으로도 확실하게 보인다. 지구의 테두리를 따라 둥그렇게 휘어져 있는 수평선이 잘 보인다. 우리들의 삶과 우리들의 관계도 그럴 것이다. 우리들의 수평선도 직선이 아니라 둥그렇게 휘어져야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똑똑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화력발전소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전기와 터빈과 보일러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분이 보일러다. 일반 가정용 보일러를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요즘에 근무하는 제주도발전소는 규모가 작은 편인데도 보일러 크기가 8층 아파트만 하다. 어제 낮에는 그 보일러 연소시험을 하느라 바빴다. 그 보일러의 임무는 물을 끓여서 540도씨의 온도와 127킬로그램 퍼 제곱센치의 압력에 해당하는 증기를 생산하는 일이다. 보일러 최적의 연소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시험을 통해 데이터를 비교분석하는 일을 한 것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설비를 컴퓨터로 조작한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전기는 꼭 필요한 것인가?,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전기는 물이나 공기처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전기를 직접 만들면서도 고민을 멈출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이 지금처럼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한 원인을 나는 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컴퓨터도 발명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환경도 파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기를 사용하고부터 100년이 지나면서 우리들의 세상은 너무나 급속히 변하고 말았다.


나는 퇴근하면 원시인처럼 산다. 완전히 자연인으로 살고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완벽하게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 밤에는 좀 피곤하여 일찍 잠이 들었다. 일찍 자면 언제나 꿈을 많이 꾼다. 피곤하면 언제라도 그냥 잠을 잔다. 잠속에서 혹은 꿈속에서 사는 것도 때로는 재미있다. 나는 내가 꾸는 꿈도 나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꿈이 오히려 삶보다 생생한 삶 같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삶이 오히려 꿈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거대한 팔각형 건물이 있었다. 팔각형 건물 안쪽에 거대한 팔각형 광장이 있었다. 그러니까 하늘이 보이는 팔각형의 광장을 빙 둘러서 건물들이 붙어 있었다. 1층은 문처럼 혹은 길처럼 뻥 뚫려서 기둥들만 서 있었다. 사람들이 사방팔방에서 그 문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팔각형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거기가 시장이라고 하였다. 무엇을 파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거기서 무엇이라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거대한 쇼핑몰이라고 하였다.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다시 각 방향의 건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따라서 어느 건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건물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은 달나라 같기도 하고 토성 같기도 하였다. 잘 만들어진 길에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도로 같은데 자동차들은 없고 사람들이 자동차처럼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마다 신발에 바퀴가 달려 있었다. 신발자동차였다. 로보트처럼 금속판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다니지 않고 자동차처럼 달리고 있었다. 길 밖으로는 은하수가 흐르고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지구는 이미 망해서 새로운 세상에 살고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지구를 내려다보며 추억에 잠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붙들고 지구로 돌려보내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나는 바퀴 달린 신발을 벗어던지고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 별들을 밟고 걸었다. 그렇게 걸어서 겨우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감격에 겨워서 꿈속에서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엇인가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살았던 집으로 가는 길이 참 좋았다. 나는 서서히 눈을 뜨고 꿈속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밥상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예장 1988 제8호》가 펼쳐져 있었다. 1987년 12월 1일에 인쇄한 책이었다. 다양한 예술을 담고 있는 서울예대 교지였다. 참 아름다운 예술마당이었다. 아, 나는 뒤늦게 다시 예술을 읽기 시작한다. 잊고 지냈던 이름들이 나를 다시 흔들어 깨우고 있다. 내가 가지 못했던 길들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 나는 이제 다시 처음부터 그 아름다운 길을 찾아서 떠난다. 




징검다리



하나
길이었다 덜 자란 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어머니는 방물을 파셨고 새벽 샛강의
입김 자욱한 안개 속으로 떠나시곤 했다
나는 담장 밑에 펼쳐놓은 꼬막껍질에
쑥국 끓이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노을만 어렵게 어렵게 감아 들이던
바람개비가 스스로의 바람결을 가늠할 수 있을 때
물오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파랑 간짓대 들고
오리 떼를 몰아내던 골목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머니 뒷모습을 지우던 안개 속으로
하얀 꽁무니가 사라지고
나도 그 속으로 따라 날아가고 싶었다


할아버지 산소가 보이는 징검다리 사이로 햇살이
주검처럼 부서지며 흘러갔다 하류에서
한 몸으로 몸을 섞기 위해 취로사업 나가신
아버지가 무너진 둑에 묻히고 작업복이 천수답
허수아비에 내걸리던 날도 나는 그 저수지 뚝에서
삐비 꽃을 뽑아먹고 돌아오는 길
가로수 구멍 속에 몇 개의 돌을 더 던져 넣었다
어머니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줄도 몰랐다
그 해 여름 장마는 담장의 발목을 적셨고
두꺼비 같은 우리 식구들은
한밤중에 회관으로 기어 올라갔었다


학교 앞 코스모스로 기다리기를 즐겼다
하학종소리 사이로 보이는 형의 검정고무신 앞은
발가락이 먼저 나와 있었고 생활 보호 대상자
가족 앞으로 달려오는 옥수수 빵과 건빵
나는 그것이 좋았다 우리는 뿔 필통 속 몽당연필로
흔, 들, 리, 며, 징, 검, 다, 리, 건, 넜, 다,
끈이 풀리는 소리로 흘러가는 여울물 소리는
우리를 다시 묶어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다녔다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들은 그 새끼줄 속에서 자유로웠다
우리들의 기차는 징검다리를 비로소 건너다녔고
오후의 서툰 기적소리 울리며
동구 밖까지 나가 놀던 소아마비 동생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찾다가 찾아보다가
어린 집배원이 된 큰 형도
동생의 소식은 가져오지 못하고 한 떼
건너가는 동네 아이들만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다섯
여울물 소리는 끈이 풀리는 소리였고
또 다시 묶이는 소리였다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누이가 파란 눈의 아이를 보듬고 돌아와
빨래터에는 방망이질 소리가 잠들지 않았고
헛발 짚은 어머니는 물 속에 더욱 자주 빠지셨다
……………… 배고픔과 어머니 ………………
들판에 흐드러진 달맞이꽃 사이로 그렇게 어머니는
젖은 보름달을 이고 늦게 돌아오시곤 했다




1988년 나의 글은 징검다리에서 출발하였다 그 해에는 올림픽의 해이기도 하였다




# 꿈삶글


내 꿈의 처음과 끝에 징검다리가 있다

내 삶의 처음과 끝에 징검다리가 있다

내 글의 처음과 끝에 징검다리가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참 행복했다

아름다운 징검다리 만나서 참 좋았다


# 나와 아버지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밟고

나는 아버지를 밟고

아들은 나를 밟고

강을 건너가는 징검다리


# 돌과 물의 만남 


돌과 물이 만난다

돌길과 물길이 만난다

우리 서로

가는 길이 달라도

가슴 한 번 안아주고 떠나자 


# 물이 아무리 밀어도


내가 너에게 발을 담그니

너는 나의 발을 씻겨주고

가슴을 안아주고

가끔은 

나를 통째로 삼켜 버렸지

그래도 나는 끝끝내

여기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지


# 월대천 징검다리


겨을비가 내린다

가랑비가 내린다

징검다리 젖는다

나도 함께 젖는다

물이 되어 흐른다

바다 되어 흐른다

관탈섬 추자도 지나

다도해를 건넌다

연어를 따라 

종착역으로 간다

내가 밟고 지나온

징검다리가 있다

반월산에 누워있다

반달 두 개 나란히 있다

나는 다시

그 징검다리 건넌다

이승과 저승이

징검다리처럼 젖는다

소한 대한 지나서

봄비가 내린다

내 몸에서 새싹이 돋는다


# 말의 징검다리


여자 라는 말이 있다

여자기 라는 말이 있다

자기 라는 말이 있다 


어머 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 라는 말이 있다

머니 라는 말이 있다


# 시간의 징검다리


우리들의 새끼줄 기차는

징검다리를 잘도 건넜다

하지만 우리들의 도롱테는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었다

마을 앞 월경리쪽으로

호남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세상은 바퀴의 시대가 되었고

우리들은 바퀴가 되어 굴렀다

우리들의 바퀴들은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다

물 위를 걸을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이제

꽃상여를 타고 징검다리 건넌다

바퀴는 갈 수 없는 길

꽃상여는 핑경소리 따라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간다


# 사람의 징검다리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정답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강을 잘 건널 수 있도록 징검돌이 되어주었다

나도 이제는 누군가에게

강을 잘 건널 수 있도록 징검돌이 되어주고 싶다


# 기억의 징검다리 


고향집 아래채 옥상에서 찍은 빨래터와 징검다리 사진이 자꾸만 나를 붙잡는다 나는 저 징검다리 아래로 소를 끌고 다니곤 하였다 낮에는 징검다리 건너 갱본에 소를 매어두곤 하였다 그러면 정자나무 아래 놀이터에서 어른들은 소를 보며 소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공기놀이를 하거나 뛰어다니며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놀았다 내가 기르는 오리들은 자꾸만 빨래터 위에까지 올라가려고 하였고 나는 자꾸만 징검다리 아래로 쫓아 내려 보내야만 하였다 가끔은 빨래터에 꾸정물을 일으킨다고 돌을 던지는 어머니들도 계셨다 오리는 머리가 약해서 돌로 머리를 맞으면 물 위에서 빙빙 돌며 죽기도 하였다 나는 오리들을 빨리 키우기 위하여 날마다 물에서 물고기를 잡곤 하였다 오리들은 밤에 집으로 돌아와 알을 낳았다 하지만 어떤 오리들은 가끔 낮에 물에서 알을 낳기도 하였고, 제 새끼를 갖고 싶은 오리들은 남몰래 풀숲에 오리알을 꾸준히 낳고 모아서 직접 알을 품는 오리들도 있었다 보통 오리들은 성질이 급해서 알을 품지 못하여 닭에게 알을 품도록 하여 오리 새끼들을 부화 시키곤 하였다 나는 가끔 나의 오리들이 몰래 낳은 오리알들을 물속이나 풀밭에서 오리 몰래 훔쳐오곤 하였다


# 다시 월대천에서


월대천 징검다리 건너다 멈추고 물길을 따라간다

한라산에서 내려와 바다로 가는 물을 따라서 간다

내도 알작지 몽돌을 어루만지려고 오른쪽으로 가고

누워계신 해수관음상을 만지며 기도하려고 왼쪽으로

돌아서 가기도 한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다도해 섬들의 징검다리 건너 남해안으로 간다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가 고향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물이 되어 징검돌을 어루만진다 돌아보니

사람들이 징검다리로 보인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

나의 강을 건너게 한 많은 징검돌들이 반짝거린다

김도수 시인, 김인호 시인, 김해화 시인, 박남준 시인, 이원규 시인 ..., 

나의 전생과 후생을 이어주는 부모님과 아이들도 보인다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우리들은 모두가 징검다리로 보인다

내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밟고 강을 건넜듯이

나도 누군가를 건너게 하는 징검돌이 되고 싶다


# 또 다시 월대천에서


도근천과 어시천과 광령천이 만나 바다로 간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과 바다에서 들락거리는 물이 만난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월대천 징검다리 건너다가

반짝이는 은어들을 보았다

그 반짝임을 따라서 단숨에 섬징강에 도달한다

섬진강에서 연어들을 만나 

연어의 종착역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은어와 연어처럼 반짝이며 목욕하던 모래방천과 성천에서

깨를 할딱 벗고 헤엄치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 산으로 가는 징검다리


언제나 나는 물에서 살고 싶었다

언제나 나는 그대의 물이 좋았다

하지만 세상은 바퀴들의 세상이었다

나도 한때 바퀴로 살기 위해 물을 떠났다

나는 이제 산으로 가야만 한다

나는 이제 산에서 징검돌이 되어야만 한다

태양이 밟고 건너고 달이 밟고 건너고

별들이 밟고 은하수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어야만 한다


# 섬진강 징검다리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를 놓는 김도수 시인

섬진강 푸른물에 살아남은 버들치 박남준 시인

지리산에서 섬진강물을 바라보는 김인호 시인

지리산에서 별나무들과 함께 사는 이원규 시인

섬진강과 지리산을 닮은 철근꽃손 김해화 시인 


# 다시 징검다리 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장 든든한 징검돌이었다

형제들과 누나는 가장 따뜻한 징검돌이었다

친구들은 언제나 한 발짝 물러서서 함께 가는 징검돌이었다

내가 만난 시인들은 가장 아름다운 징검돌이었다

나도 이제는 시인들처럼 가장 아름다운 징검돌이 되고 싶다

나는 아름다운 김도수 시인을 만나서 징검다리 앞에 와 있다


# 의자 징검다리 


의자들이 징검돌처럼 앉아있다

의자들이 징검다리처럼 나란히 있다

빈 의자에 빗물이 앉아 있다

빈 의자에 낙엽이 앉아 있다

빈 의자에 허공이 앉아 있다

빈 의자에 하늘이 앉아 있다

하늘의 식구들이 징검다리 건너온다

하늘의 식구들이 지상으로 오고있다





이어주는 섬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밟고 지나간다

내 안에 섬들의 발이 있다
내 가슴속에 섬들의 발자국이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도가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주는 섬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같은 이어도가 된다

* 장종권 시인은 나의 이 시를 이렇게 짧게 읽고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다 읽지는 못했다. 아주 작은 부분만을 읽었다. 아니, 이제 겨우 읽어보려고 준비만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장종권 시인은 내가 아니고 나 또한 장종권 시인이 아니다. 


바다에는 섬이 있다. 무수한 섬들이 살고 있다. 보이는 섬, 보이지 않는 섬, 모양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이 섬들은 서로가 제아무리 하나가 되고자 해도 이어지지 않는다. 홀로 바다에 앉아 있다. 혹은 홀로 떠돈다. 홀로 아름답기도 하고, 홀로 아프기도 하고, 홀로 가난하기도 하고, 홀로 풍요롭기도 한다. 이 섬이 저 섬을 도와줄 수도 없으려니와 해코지하기도 어렵다. 섬과 섬은 애초 하나 될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도 애초 하나 되기 힘든 존재다. 이어도는 수중의 암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어 섬과 섬을 이어주는 섬이다. 홀로인 섬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이어도가 시인의 마음속에 숨어있어 따뜻한 겨울이다. 그러나 홀로 섬인 사람은 그저 섬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마음이 바다인 사람이어야 온갖 섬을 제 섬으로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고향집 옥상에서 찍은  빨래 하시는 나의 어머니
고향집 바로 앞에서 찍은 아버지 말년의 모습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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