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어욱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16

by 강산




한라산 어욱




한라산 어욱은 새가 되지 못하여

봄부터 베를 짜기 시작한다

초가지붕에도 오르지 못하여

베옷 한 벌 장만하기 시작한다


천둥 번개 요란한 여름에도

베틀소리 멈추지 않는다

새 옷 한 벌 얻어 입지 못하고

만가(輓歌)도 없이 숨 죽여 가신 님들


해 좋은 날, 어욱꽃 마을까지 내려온다

수의 한 벌 챙겨들고

요령소리 앞세우고

잃어버린 마을까지 잊지 않고 찾아온다


무너진 돌담 하나 대답이 없어

빈 상여 소리에

빈 수의 한 벌 흩어져 날아가고

갈 곳 잃은 바람의 곡비

온몸이 휘청거린다


뼈만 남은 한라산 억새

흰 눈 내려 헛묘에 묻히고

한라산 자락에는 해마다

메김소리 가득한 오름 하나씩 늘어난다




* 어욱 : 억새의 제주도 말

* 새 : 제주에서는 볏짚 대신 새로 초가지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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