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Dec 15. 2021

봄날의 여행

이어도 문학관 11




봄날의 여행




물구나무서기로 오는 새벽

잠 밖으로 따라 나온 숫 갈매기가

나이 크기만큼 열린 새벽 속으로

날아올랐다 몸으로 내린 햇살이 나를

넘어뜨렸다 벌렁 누워버린 그림자쯤으로

낮게 젖어있는 나도 일어서 걷고 싶었다

벌건 대낮에도 속살을 벗어 던지는

분수처럼 제자리 뛰기라도 해야 했다

나는 강의실 귀퉁이 태양이 버린

그늘에 그늘로 앉아 그 속으로 달려오는 햇발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였다 기웃거리는

얼굴들이 까마득히 지워져 깊은 칠판처럼

나도 나를 비워버리고 개나리 빗어주는

남서풍 속살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된 나는

바람보다 오랜 기슭을 넘어 간다

어깨 너머로 휘파람처럼 물러서던 어린 날

모래톱에 묻어두었던 발자국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여울물 소리를 실패에 감으며

부르시던 어머니보다 나이 크기만큼 먼저

도착하여 뒤돌아보면 징검다리에 서 계시는

어머니는 늘 강아지쯤으로만 바라보셨다

그러나 나는 들꽃 속에 숨어 손바닥에

귀 기울이고 잠든 강아지풀을 흔들면 복실이로 

깨어나 꼬리 흔들며 다가오는 것이 좋았다

오요요, 오요요, 오요요요, 요요요요요요 ………,

손금을 밟으며 기어 온다 나도

어머니 손금 속으로 기어들고 싶은데

문득 돌아와 보면 시가지의 가슴마다

초라하게 작아진 희망의 형식을 안고

바람은 바람을 불며 바람 불어간다                    






강산 2시간        

                                    

허그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

나는 언제나 서둘러서 준비한다

평화로에는 벌써 불을 켠 차들이 많다

교통방송에서 알려준다 오늘은 허그데이란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따뜻한 날이란다

나는 누구를 가장 깊이 안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누구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살아있는 나를 가만히 안아주기로 한다

나는 나를 가만히 안으면서

나를 생각하고 있을 당신도 함께 조용히 안아준다

세상은 이렇게 서로를 안아주면서

교통사고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평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차를 멈추고 허그를 검색하니 

‘허기’의 강원도 방언이라고 알려준다

나는 어쩌면 오늘도 허그에 허기가 져서 외롭다

우리들은 어쩌면 오늘도 이렇게

허그에 허기가 져서 교통사고를 꿈꾸기도 한다 


꿈은 또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자동차 한 대

결국 꽝, 앞에 달려가던 자동차를 힘껏 안고 비명을 지른다 


아, 


오늘도 한 번 안아 보려고 

바다보다 깊은 어둠을 건너온 

나는 오늘도 그대를 안을 수가 없다

동쪽 하늘은 붉어 오는데

서쪽 하늘에는 구름만 가득하다 


나와 그대는 언제쯤 안아볼 수 있을까

달과 태양은 언제쯤 안아볼 수 있을까 


오늘도 빈 등대 불빛만 아침까지 깜박이고 있다





주강현 2시간 


돌고래와 물개의 사랑. 조금 특이한 사진같다. 하긴 인간이 개와 고양이와 찍은 이같은 사진은 너무 흔하다. 하지만 정작 인간이란 포유동물은 호모사피엔스 동종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매일 싸우고 험담하고 음모 꾸미고 공격하고 지지고 볶는다. 때로는 인간 자체가 싫어질 때가 있다. 나도 인간인 주제에.....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뭐 ~^ 그렇다는 거다. 누구나 36.5도의 따스한 포유동물이 그리운 겨울.





주강현 2시간 


누구나 화려한 공작이 되고 싶어한다. 공작이 멋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작은 공작 본연의 길, 닭은 닭 본연의 길이 있을 뿐. 우열은 없다. 우열 자체가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우리 인간은 생각으로 죄를 짓고 입으로 죄를 번다. 그런데도 허상을 쫓아 공작이 되고 싶은 닭들이 널렸다. 정치판이 그러하다. 닭대가리들 머리로 뭐 어쩌겠는가. 문제는 그 닭대가리들이 국민을 그야말로 궁민으로 내려다본다는 것. 뽑히는 순간, 궁민들은 닭대가리 뇌에서 즉각 사라질 것이다.





[김주대시인의 그림] 한반도 – 종전선언을 위하여

등록 2021.12.14 06:00:00



곡예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훈련

머리카락 위를 전차처럼 전진하는 마음

바늘 끝에 선 낙타가 세계를 긴장시킨다

슬픔을 쌓아 도달한 높이에

본 적 없는 우아한 자세를 전시한다

길에서 길을 뽑아 촘촘한 안전망을 허공에 설치하는

곡예는 신에게 드리는 경배

실핏줄처럼 번진 수많은 갈래 중에

고난을 걸어간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기울어지고

냉정해지기 위해 불을 삼킨다

한 발도 놓치지 않고

칼날 위에 대평원을 건설하는 중이다. 곡예는



▲ 김주대 시인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강산 2017년 12월 14일  ·           

                                    

제주공항 오는 길에 보니

한라산이 특별하게 아름답다

오늘은 서울에서

내 생에서 가장 비싼 방에서 지낼 듯

살다보니 이런 호사도 누리는구나

이렇게 홀로 가는 길고 깊은 여행이 시작된다





강산 2017년 12월 14일  ·           

                                     

나의 보호자는

부처님과

하느님 두 분 이신데

한 분만 상주 가능하다니

이를 어쩐다...,

공평하게

다른 더 바쁜 일 하시라고

나 홀로

기도하고

참선하는

것이 참 좋겠다





강산 2017년 12월 14일           

                                         

내년 2월 정년퇴임 예정이신 안혁 교수님께서

너무 마음이 급하셔서

서둘러 수술을 결정하신 것은 아닐까?

90년 6월에

나의 심장을 열어 수술을 하셔서

나의 심장에 대하여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거의 28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찾아뵙고

겨우 심전도 검사만 하였는데

과거의 심장수술 차트와 심전도 검사지만 보시고

바로 당장 입원하여 수술을 하시자고 하시어

나는 아직도 너무 당황스럽다


당초 나의 계획은

정밀검사를 하여

지금 내 심장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한 내년 말쯤에나 수술을 할 생각이었는데...,

더구나 이번에는

대동맥판막까지 인공판막으로 교체할 듯 싶은데..,


불완전하지만 부모님께서 주신 판막을

좀 더 사용하는 것이 좋을 지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지

고민이 깊어진다

지금도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만 잘 하면

그런대로 일상 생활은 할 수 있는데...,


한라병원에서 진료기록과 영상자료도 가져가고 있으니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좀 더 정밀검사를 한 후에

수술 날짜는 다시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워낙 큰 수술이니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만약에 수술 날짜를 뒤로 미룬다면

안혁 교수님께서 퇴임 후에 가신다는 병원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서울대학병원에서 다른 교수님께 하는 것이 좋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수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