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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6. 2022

외돌개

― 이어도공화국 13







외돌개 1



외돌개 만나러 가서

선녀탕을 먼저 본다


외돌개 만나러 가서

코끼리를 먼저 본다


외롭고 쓸쓸한 고독

하늘과 바다를 본다


범섬 문섬 섶섬 새섬

삼매봉, 한라산 본다


외돌개는 포구에서

내 마음을 붙잡는다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을 돌말뚝 




외돌개 2



사람들은 스스로

외돌개가 된다 


외돌개에 와서

자신의 모습 본다 


세월에 무너진

가슴들  쓸려가고 


홀로 서 있는

자신만 남아있다 


뒤늦게 울부짖는

파도의 통곡소리




외돌개 3



사람들은 외돌개를 보고 많은 전설을 만든다

이름도 다양하다 외돌개, 장군석, 할망석 .....

방향에 따라 모양도 결도 느낌도 다양해진다 


나의 눈에는 자꾸만 나의 거시기로 보인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심근증 환자여서

함부로 사랑할 수 없어 선녀탕이나 훔쳐보고

홀로 누워서 빈 하늘이나 몰래 사랑하는 나는

오늘도 이렇게 빈 선녀탕을 보고 곁에 누워서

홀로 뜨거워진 마음을 바람과 파도에 식힌다 


설문대할망을 잃은 설문대하르방도 나처럼

한라산 베고 누워 빈 물장구를 치고 있구나

서귀포 칠십리에서 만나 서로의 어깨 친다 


외돌개는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랫도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어져 있다

모두가 이어져 있다 너와 나도 이어져 있다 


오늘도 혼자라서 외롭다고 울부짖는 그대여

다시 한번 돌아보라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뿌리 쪽부터 돌아보라 


저 외돌개도 외로운 돌과 포구가 한 몸이다

"개"는 포구이니 포구에는 배들이 드나들고

우리들 마음의 포구에도 돌기둥은 필요하다




외돌개 4



포구를 의미 할 때는 개라 하고

언덕이나 굴 또는 암석을 의미 할 때는 괴라 한단다

그러니까 외돌개는 포구에 있는 돌기둥

포구에 외롭게 홀로 서 있는 돌기둥

그러니까 다른 곳에 있었다면 외돌괴

개와 괴는 천지 차이, 산과 바다 차이

나는 외돌괴가 아니라 외돌개라서 좋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는 돌말뚝 하나

바람의 배가 드나들고 파도의 배가 드나드는

서귀포 칠십리 아름다운 포구의 돌말뚝

나는 이곳에 나의 마음과 당신의 마음을

바람의 배와 파도의 배와 함께 묶어둔다

사랑의 밧줄이 팽팽해질수록 삼매봉과

한라산이 뒤로 쓰러지며 버티는 줄다리기

앞바다가 움찔하니 태평양 수평선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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