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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8. 2022

혼자가 혼자에게

― 이어도공화국 18






혼자가 혼자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그가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칼의 말을 그가 말했다

혼자가 혼자에게 그렇게 말을 하였다

나는 이제 혼자 살기의 달인이 되었다

병률이는 저렇게 성장했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놀았던가

나는 왜 그렇게 꿈만 꾸고 살았던가





이병률 시인의 북콘서트 소식을 듣고 예약을 하였다. 기저질환자인 나는 코로나 걱정이 되었지만 꼭 보고 싶어서 예약을 하였다. 백신 접종도 2차까지 마친 상태여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 나의 첫 행사 참여가 될 것이다. 그만큼 나는 그가 보고 싶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를 생각했다.


산방독서회에서 함께 갔다. 서귀포예술의전당 주차장에서 현택훈 시인과 김신숙 시인을 만났다. 코로나 방역을 위하여 체온을 측정하고 제주안심코드 QR 인증도 하였다. 저 멀리 이병률 시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운 사람은 뒤통수만 보여도 좋다고 하였던가.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있는 것 같아서 그를 따라갔다. 분장실에서 나를 알아보고 격하게 안아주었다. 내가 오히려 당황하였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것인데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대단했다. 그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작업실이 성산포 쪽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다음을 기약하며 연락처를 받았다.


곧 북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회장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었고 소금인형의 노래로 문을 열었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라는 노래가 좋았다. 이병률 시인의 '혼자가 혼자에게 말을 걸다'라는 이름으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조용조용한 말투로,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그러면서도 힘 있고 폭넓은 철학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내용이었지만 특히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좋은 강의가 될 것이므로 많은 학교에서는 반드시 초청하여 강의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천합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들보다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행간에 채워 넣는 내용이 더욱 좋았다. 그래서 나는 혹시, 강의 자료를 공유하면 병률이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화면 몇 개를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혹시라도 이것이 다가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어디에서 초청하여 강의를 듣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많은 곳에서 그를 초청하여 좋은 자리 많이 만들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는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파리에 갔다고 하였다. 26살 때 파리로 가서 2년을 살았다고 하였다. 공부하라고 하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어서 갔다고 하였다. 공부를 더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어서 갔다고 하였다. 남들처럼 좋은 직장에 들어가라고 하는 잔소리가 싫어서 갔다고 하였다. 1개월만 여행하고 돌아오겠다고 떠나서 파리에서 2년을 살았다고 하였다. 참으로 용감한 이병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다소 긴 그 혼자만의 여행이 그를 그렇게 바꾸어놓았다고 하였다.


내가 남몰래 25년을 함께 살아온 나의 심장병과 이별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이병률은 피리에서 새롭게 부활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기까지 하였다. 참으로 이병률이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 아이슬란드 이야기와 폴란드와 노르웨이 사람들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얼마 전에 제주도의 어느 중학교에서 강연하고 인연이 되었다는 어느 중학생과 짜장면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제주도에서 작업실을 얻는 과정과 그 작업실에서의 사유도 흥미로웠다. '바람에 동백나무가 잠시 흔들렸습니다'는 참으로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병률은 어느 누구보다도 시를 잘 쓰고 산문을 잘 쓰고 사진을 작 찍고 술을 잘 마시고 식물을 잘 기르고 사랑을 잘하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병률 시인은 책을 너무나 잘 만드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1인당 1.6권의 책을 쓴다는 말도 좋았고 겨울을 좋아한다는 말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그도 좋아해서 좋았다. 파스칼의 이 말을 오래전부터 나는 좋아하였다. 내가 만드는 이어도공화국의 핵심 키워드 또한 이 말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 혼자만의 방" 병률이는 이미 진작부터 이 말을 너무나 잘 실천하고 있었다. 


"인류의 모든 문제는 홀로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무능함에서 유래한다." 

ㅡ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 (1654) 


*


좋은 행사도 하시고 좋은 책도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방역 준수를 위하여 미리 저자 사인도 받아서 나누어주시는 그 섬세하고 의미 있는 일들이 너무나 고맙고 너무나 감사하고 모두가 덕분이어서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북콘서트였음에 다시 한번 절을 합니다.  






이병률 작가의 북콘서트를 듣고

함께 간 제주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제주 4.3 희생자들 한 사람 당

1억 원가량의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며

후손들이 그 돈 때문에

서로 많이 다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요즘 제주도 사람들은 보상금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꿈을 꾸었다

다섯 명이 일조가 되어

석탄 상탄 작업을 하는 꿈을 꾸었다

한 사람은 석탄을 캐고

한 사람은 석탄을 두레박에 퍼 담고

한 사람은 두레박을 끌어올리고

한 사람은 두레박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붓고

한 사람은 컨베이어 벨트를 운전하고

아, 너무나 힘든 일을 기계처럼 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라도 쉬면 일이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쉬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잠을 깨서 생각하니 

어쩌면 나의 진짜 현실이 그런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깊이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4.3희생자 배.보상금 1인당 '8960만원' 지급...유족회 '수용' 가닥

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21.10.08 15:16


정부, 배.보상 기준 용역 통해 '8960만원' 균등지급 제시
4.3유족회 운영위, '수용' 결정..."대승적 차원 받아들이기로 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4.3희생자 배.보상금이 내년부터 지급될 예정인 가운데, 1인당 지급액은 '8960만원'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이 지급액 기준에 대해 제주4.3 유족회가 세부적 협의를 전제로 해 일단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8일 오후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부 용역을 통해 제시한 배.배.보상금 성격의 위자료 지급액에 대해 논의한 결과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임종 회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는 전날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던 4.3수형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 결과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법원은 4.3수형인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개별적 추가 피해는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 지급을 결정했고, 배상금액에 있어서도 형사보상금이 지급된 경우 그 금액만큼 공제해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오 회장은 "어제 재판 결과도 있고 해서, 앞으로 정부에 그런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승적으로 (보상금 기준안을) 받아들이면서 정부에 당당하게 4.3해결을 요구하고, 촉구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에 있어서는 일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족회가 기준안에서 제시된 금액에 대해 일부 불만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4.3유족회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은 큰 틀에서 정부의 용역안에 대해서 수긍했다"면서도 "예비검속 등 이미 보상이 이뤄졌던 사안과 비교해 금액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점, 4.3특별법상 '희생자'에게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어 희생자의 미망인과 유족에 대해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는점 등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최근 유족회와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1인당 8960만원을 균등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금액은 1954년 기준 통상임금과 화폐가치를 현 시점으로 환산해 배.보상금 6960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을 합쳐 산출된 것이다.


당초 용역진은 4.3당시 희생자의 직업·재산·소득 등에 따라 배·보상금을 차등 지급하는 '일실이익(逸失利益)' 산정법을 검토하면서, 4.3단체 및 유족 등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결국 김부겸 국무총리와 전해철 행안부 장관이 '차등지급은 4.3특별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라며 차등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용역진에 요청하면서 차등지급안은 철회됐고, 균등지급안이 제시됐다.


한편,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4.3희생자 배.보상금을 포함해 4.3특별법 개정 후속조치 사업비가 총 1908억 원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810억원은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금으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배.보상금 지급은 본격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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