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김연수
원칙적으로 고통은 기억되지 않죠. 그래서 인생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죠. 엄마들은 둘째를 낳고, 저는 다음 소설을 또 쓰기 시작하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사람들이 흔히 고통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 순간 견딜 수 있으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에요. 우린 다 존엄하게 태어났으니 그런 고통 따위는 가볍게 웃으며 견디기로 해요. 우리 인생보다 더 오래가는 고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의, 또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영원히 우리 안에 남는다는 점이죠. 그런 까닭에 때로는 그게 훨씬 더 고통스럽기도 해요. 이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제가 좀 슬프겠죠. 그건 당신에게 사랑의 경험이 없다는 소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