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

by 윤슬 김지현

우리 집 안은 사실 흔히 말하는 문과 머리다.

부모님도 그러셨고 남동생마저도 문과를 나왔다.


나는 어린 시절 늘 산수가 어려웠다.

그 탓에 아빠는 늘 산수를 직접 가르쳐 주시며 강조하셨다.

그 덕분인지 집에서 나 혼자 이과를 가게 되었고 수학과에 진학했다.


수학과는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단순히 공식을 외우고 열심히 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공대생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수학과에서의 첫 수업은 1과 1을 더해 2가 나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수학과는 공식을 만들어 내고 증명하는 일이 기본이었다.


나는 이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고 전과를 결심하던 때 마침, 우리 학교에 최초로 복수전공제가 시행되었다.


나는 그것이 전과인 줄 착각하고 컴공과 와 영문과 두 군데에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결국 문과인 영문과를 선택했다.


'이제 좀 살겠구나'했더니.

웬걸, 두 과를 다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3학년 1학기부터 동시에 수업을 듣게 되었고 학점을 미리 이수한 덕에 2학기부터는 다행히 영문과로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3학년이라는 때는 벌써 다들 친구들을 사귄 때였고 더 이상 내가 낄 곳은 없어 보였다.


나는 한 없이 외롭고 혼자 다니는 게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생각해 냈다.

지나가다 아무나 아는 수학과 사람만 만나면, 그 자리에 끼어 밥도 같이 먹고 같이 이동도 했다.

그렇게 나는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나는 스스로 친구가 없어 외롭고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졸업하고 한 참 지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의외의 소리를 들었다.


"넌 친구도 많고 참 좋겠다. 모르는 친구가 하나도 없잖아. 늘 많은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니고!"


그랬다.

나는 홀로 외로워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해 불편하게 만날 때,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는 내가 친구가 많은 부러운 친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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