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고 싶은 마음으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3년이 넘도록 마음공부를 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노래 가사가 딱 그날의 나였다. 그 많은 날들, 내가 원했던 것은 그 어느 순간의 나라도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위로의 마음이었다. 그 위로가 너무나 간절했고, 나는 나에게 왜 그런 위로를 줄 수 없는지 안타까웠다.
실수를 하는 순간 가차 없이 목소리가 날아든다. "그 딴 실수를 하다니, 정말 형편없구나, 그런 실력으로 뭘 해 먹겠니?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의 실수에 냉정한 내 안의 심판자 자아는 나를 그렇게 몰아붙이며 불안장애를 내게 선물했다. 받고 싶지 않은 그 '불안'이라는 선물 꾸러미를 아주 오랫동안이나 받았다.
하고 싶은 일 보다 '해 내야 하는 일'들이 가득 삶에서 쏟아진다. 매일 "해야 해, 해야 해, 해야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더니 어느 순간 삶은 내게 '우울증'이라는 선물을 주고 갔다. 이유도 모른 채 아침부터 눈물을 흘리며 속으로 되뇌었다. "왜 또 아침이 온 거야? 왜 또 눈을 뜬 거냐고. 그냥 계속 잠자는 세상 속에 살 순 없을까?"
이것이 내가 만난 두 가지 지배적인 감정이었다. 실수할까 불안하고, 일이 없어질까 불안하고, 사랑받지 못할까 불안하다. 인정받지 못할까 불안하고 내 안의 무능이 들킬까 불안하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그 일을 해 내야 나는 실수를 하지 않을까 봐 또 해내려 하는 나.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잊고 살면서 해 내야 하는 일들을 꾸역꾸역 반복하다 보니 우울이 나는 집어삼키려던 순간.
감사하게도 나는 나를 구해 냈다. 글을 쓰고, 내 마음을 진심으로 보겠다는 결심을 하며. 미치도록 보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수도 없이 만나면서 필사적으로 나를 구해낸다. 살아야겠기에. 태어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럼에도 한 발 더 나아가 보자는 감사한 내 안의 목소리를 안은 채. 나는 살았다.
안타깝게도 나처럼 자신을 구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슬픈 눈을 하고 삶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를 슬프게 한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우리는 생과 사를 오간다. 어떻게든 삶이 지속되는 한 희망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 한순간이 지나면, 다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일들이 살다 보면 다가온다.
우리는 어떤 소리를 더 크게 들을지 매 순간 결정할 수 있다. 나를 비판하고 냉혹하게 몰아붙이는 무자비한 심판자의 목소리를 들을 것인지, 그럼에도 그 모든 일들에 자비의 눈으로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목소리를 들을 것인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목소리는 그 어떤 날, 어느 순간에도 나를 따뜻하게 봐주는 사랑의 목소리였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누구나 고난의 순간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나의 지난날, 어리석음으로 저지른 수많은 과오들을 안고 오랫동안 죄책감에 떨었다. 무능한 나를 붙잡고 수치스러움에 떨었으며, 가치를 잃고 스스로를 쓰레기 취급하며 이미 망했으니 대충 살아라는 목소리도 만났다. 그 모든 수많은 내 안의 마음들은 그러나 결국 한 목소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친다.
결국, 나는 두려움보다 사랑을 택할 것임을 안다. 내 안의 비판자도, 수치심과 불안, 죄책감과 우울도 모두 내가 행복하고 사랑 안에 살길 원하는 마음에서 나타난 감정들이었다. 이 지구별에 온 이유가 결국 다양한 체험 속에서 진정한 나의 본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나답게 살아가기 위함인 것이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내 영혼은 언제 가장 행복해할까? 결국 스스로의 느낌을 길잡이 삼아서 살아야 한다. 양심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마음이 가장 원하고 편안한 길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답을 알면서도 또 때론 길을 잃을 것이다. 유혹에 흔들리고, 엉뚱한 길을 들었다가 다시 돌아 나오길 반복할 것이다. 그것이 삶이니까. 그러니 다양한 체험을 환영하자. 지금 내게 온 그 사람과, 그 일들 속에서 느낄 그 온갖 마음들이 다 생의 축복이고 선물이니까 오늘도 내 마음 보기에 진심이 되어 가장 행복한 내가 되자.
돌고 돌아,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영어를 가르치고, 길을 잃은 날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엄마로, 친구로, 이웃으로 그렇게 살던 삶을 산다. 아빠는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나는 아빠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내 안에 잠들었던 마음을 만나 마음 여행을 시작했다. 아빠는 아빠의 거대한 삶이라는 미션을 마치고 떠나셨고, 나는 아직 지구별에 할 일들이 많아 살아 있다. 아직 할 일들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친 시간이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 자기의 마음을 진심으로 보는 일을 잊지 않고 오늘을 산다. 부디 한 마음으로, 그렇게 다들 남의 마음만 먼저 챙겨 봐 주지 말고, 자기 마음 먼저 진심으로 봐주면 좋겠다.
그동안 연재 스토리북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을 함께 봐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한 해 마무리를 뜻깊게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