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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다은 May 25. 2015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스페인 코르도바의 파티오 경연대회


지도에 표시된 관광 명소는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만큼 코르도바는 작은 마을이다. 내 발걸음이 지도 밖으로 나아간 것은 방향을 정반대로 착각했기 때문이지, 내가 특별히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구호를 가슴에 품은 용감한 여행자여서는 결코 아니다. 지도 밖으로 나간 줄도 모르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찾던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곳을 헤매기 시작했다.


지도에도 없는 코르도바의 외곽 마을을 헤매면서, 지도 밖으로 벗어나면 대체로 볼거리가 없는 평범한 주거지가 있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져내렸다. 허물어진 고정관념의 틀 밖에는 기대 이상의 볼거리가 가득했다. 인사동을 구경하러 갔다가 길을 잃고 북촌 한옥 마을에 들어선 외국인이라면 내 기분을 이해할까.








코르도바는 해마다 정원을 꾸미는 파티오 경연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스페인 남부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사는 소박한 사람들은 집 마당과 창가를 화분으로 살뜰히 꾸며놓았다. 축제가 열리는 5월에는 집집마다 마당의 문을 활짝 열어두어 누구나 마음껏 들어와서 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대문이 활짝 열린 집이라니, 동화 속 이야기 같다. 







파티오 경연 대회에서는 매년 우승자를 뽑아 영광의 타일을 수여하는 모양이다. 정원이 유난히 예쁘고 화려한 집 앞에는 어김없이 몇 년 치 수상의 영광을 보여주는 타일이 반들반들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붙어 있다. 아직 바람이 쌀쌀한 2월에도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정원을 꾸며놓았는데, 축제가 한창인 5월에는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울지 상상해본다. 화창한 5월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집 앞에 나무 한 그루 심어놓을 마당조차 허락하지 않는 서울의 삭막함에 지쳐 있던 마음은, 코르도바 사람들이 가꿔놓은 작고 소박한 정원과 창가의 화분을 보며 이내 위로를 받는다. 작은 도시는 소박하고 수수하다. 물가는 낮아지고 인심은 넉넉해진다. 대도시 사람들처럼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며 아등바등 눈에 불을 켜고 품위를 잃으며 살아가지 않는다. 어디에 살든 느긋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생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소박한 코르도바 사람들처럼.





이 포스팅은 <올라! 스페인>의 일부를 발췌하여 편집한 글입니다. <올라! 스페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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