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맥주에 하루의 즐거움이 달려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도시, 그라나다에는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담하고 투박한 바가 나타난다. 아침엔 옆구리에 신문을 낀 채로 커피를 마시는 아저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오후엔 간단한 요깃거리에 맥주 한 잔을 홀짝이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카페라기에는 갖춘 것이 많고, 레스토랑이라기엔 간편하기에 딱히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스페인만의 간이식당.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장사를 해온 듯 서민적인 분위기가 폴폴 나는 정겨운 곳. 장엄한 건축과 화려한 예술 유산이 뿜어내는 귀족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동네 바에서 접하는 스페인 음식 문화는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드는 바 입구의 유리 진열장에는 다양한 타파스가 작은 접시에 담겨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와 달리 인심이 넘치는 안달루시아에서는 타파스를 따로 주문하지 않더라도 맥주 한 잔을 시키면 작은 접시에 그날그날 다른 타파스가 함께 따라나온다.
타파스는 알코올만 섭취할 때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들어 낸 간단한 요리를 통칭한다.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시는 우리의 문화와 닮아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이들은 매일 습관처럼 홀짝거리는 한잔의 맥주에 하루의 즐거움이 달려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맥주에 곁들여 먹는 타파스는 즐거움을 더욱 북돋워줄 것이다.
타파스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다면 무엇이든 타파스라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몽이나 크로켓, 푸아그라나 토르티야, 올리브나 치즈, 쵸리소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타파스를 주문하면 얇게 썬 바게트 위에 얹어주기도 하지만 작은 바구니에 따로 빵을 내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요리와 함께 공깃밥을 주문할 수 있듯이 스페인 식당 메뉴에는 언제나 별도로 주문할 수 있는 식사용 빵이 있다. 날씨가 더운 스페인의 요리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담백한 빵은 요리의 짠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남부 지방의 카페테리아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타파스이자 아침 메뉴 하나를 소개하자면 '판 콘 토마테'가 있다. 안달루시아에서는 바삭하게 구워진 바게트 위에 고소하고 향긋한 올리브유를 바르고 그 위에 신선한 토마토 퓨레를 잼처럼 발라 먹는다. 시원한 토마토 수프인 가스파초와 함께 대표적인 토마토 요리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재료인 토마토 특유의 신선함을 살려 만든 음식이니 입맛에도 딱 맞을 것이다. 더운 여름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기운을 북돋아줄 판 콘 토마테와 가스파초를 꼭 맛보도록 하자.
이 포스팅은 <올라! 스페인>의 일부를 발췌하여 편집한 글입니다. <올라! 스페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