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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Feb 17. 2023

유럽여행 프롤로그,
"우리가 자라온 시대"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1 _ Prologue 1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우리가 자라온 시대,

당연한 이야기.




    내 또래 그리고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대와 20대를 비슷 으로 살아왔다. 여기서 "비슷한"의 의미는 '비슷한 환경과 생활 방식'이라기보다는 '비슷한 생각의 방식'이다.




10대, 학업에 전념할 나이



    먼저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교육열이 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학원들을 다니며, 친구들과 뛰어노는 시간보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한창 방황할 사춘기의 중학교 친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시간을 방과 후 학원에서 보낸다. 심지어 고등학교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선행학습을 하며 그때부터 학업이 삶의 전부가 된 친구도 있었다. 비로소 대한민국 공교육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학생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눠진다.


첫 번째,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취업하기 위해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

그리고 두 번째, 대학 진학을 위해 내신을 관리하며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


    대학 진학을 희망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한 많은 학생들은 오로지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침 8시 이전의 등교부터 밤 9시에 끝나는 야자(야간자율학습)까지 모두에게 필수적인 분위기였다. 우리에겐 방학도 없었다. 또한, 보충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방학에도 학교에 출석하며 공부를 이어나갔다. 심지어 밤 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았고, 추가적으로 과외나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게다가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예체능 수업은 수능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되어 수업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즉, 다른 많은 생각들을 할 겨를도 없이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만 했다는 것이다.


    물론,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고 학창 시절 소중한 시간을 공부보다 친구들과의 친목 다짐(PC방, 노래방 등)으로 보낸 사람들도 많다. 그중의 한 명이 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대한민국 1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학업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좌절도 해본다. 즉,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생으로서 알게 모르게 학업에 대한 내재된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렇게 10대를 학업 하나에 집중해 살아가는 것은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통념이자 당연 생각의 방식이다.





20대, 책임을 짊어지는 나이



    학업을 선택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20대가 되었다.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대학교에 진학한다. 스무 살 봉인 해제와 함께 자신을 구속했던 모든 속박을 벗어던지고,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에 대한 보상인 듯 밤새 게임도 해보고, 이성을 만나 사랑의 꽃도 피운다.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한 자유를 만끽한다.


    하지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불안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는 것도 지루해지고,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라는 고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보통 남자들은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이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한다. 수업과 시간표도, 동아리 활동과 교외 활동도, 인턴과 취업도 모든 것에 고민이 든다. 지금까지 많이 해본 것도 없고, 생각해 본 것도 없지만 일단 사회에 내던져졌다. 대학 생활 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확신을 가지는 친구들은 축복받았다. 지금에서야 열심히 고민을 시작해 보지만, 옆 동기들의 나아가는 모습에 나만 서서히 뒤처지는 느낌이다. 마음은 조급해진다.


     '내가 누군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자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사춘기 때는 학업에 대한 고민만 우선적으로 안고 살아갔었다. 그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보다 더 정확한 적성을 알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매진해 있었다. 그렇게 학교와 학원이라는 갇힌 사회 안에서 살아갔다.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고민해야 할 시기에, 이것저것 몸으로 부딪히며 도전해 봐야 할 그 시기에,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획일화된 커리큘럼을 따라 그대로 어른이 되었다. 좋은 대학이 모든 것의 정답인 양.


    다행히 무사히 졸업하고 무사히 취업했다. 하지만 고민은 더 깊어졌다.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었다. 끊임없이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의 미래가 크게 기대되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 나의 격차가 더욱더 가시적으로 눈에 띄기도 한다. 스스로 남들과 비교하며 우울해지기도 하고, 혹여나 도태될까 불안한 마음에 명확한 목표 없이 무작정 다른 이들을 따라 하기도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을 짊어진다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버티고 또 버틴다. 그렇게 20대 후반이 된 나는 중요한 것이 해결되지 않은 채 똑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달라도 괜찮아. 틀린 게 아니니까.



    해결되지 않는 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살아가다 보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주기적으로 우울과 불안이 불현듯 엄습해 왔다. 아직은 어리다면 어린 나이이지만 그럼에도 짊어질 책임이 있기에, 주위의 시선과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에, 섣불리 모든 것을 결정하기엔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이대로 생각의 개미지옥에 갇혀 끝없는 수렁으로 빠지는 것보다 한 번 정도는 발버둥 쳐봐도 되지 않을까'

    '10걸음 전진을 위해 한 걸음 정도 후퇴는 괜찮지 않을까'


    조금은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걸음의 속도가 아닌 걸어가는 방향이라 생각했다. 이때까지 가지고 살아왔던 생각의 방식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새로운 방향에서 나를 바라보기로 한다. 조금 늦으면 뭐 어때. 조금 다르면 뭐 어때. 내가 행복하면 됐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내가 원하는 건 뭐지?' '나답게 사는 것은 뭐지?'


    기존의 생각 방식이 아닌 다른 시선에서 이 질문들을 던져보려 한다. 한 발자국 떨어져 나를 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다. 어떠한 사회관계로부터 자유로워져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내 모습일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나에게 필요했다. 어떤 해답을 찾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나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만의 유럽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god -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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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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