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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Nov 28. 2023

스페인 네르하,
"견문을 넓혀야 하는 이유"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27 _ Nerja,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네르하,

견문을 넓혀야 하는 이유.





유럽의 발코니



    한국 여행객들에게 "네르하"라는 도시 이름은 많이 생소할 것이다. 스페인의 다른 유명 관광도시들에 비해 그 인지도가 많이 낮으며, 실제로 한국인 여행객들도 상대적으로 많이 찾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네르하를 방문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네르하와 붙어있는 "프리힐리아나" 마을을 가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사람들에게 있어서 네르하는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다.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어 휴양지로 매우 유명하다. 과거 알폰소 12세 스페인 국왕이 네르하를 방문하고, 그 경치와 도시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은 유럽의 발코니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후, "네르하"는 유럽의 발코니로 불리며 명실상부 스페인의 휴양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유럽의 남대문



네르하 골목

    네르하 도심의 경관은 매우 단조로웠다. 건물의 색깔을 '베이지&브라운' 톤으로 맞추고, 건축적 디자인을 비슷하게 함으로써 정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새가 꼭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을 넓게 확장한 느낌이었다.


    네르하 도심을 거닐다 보면 비슷한 모습의 거리가 많아 왠지 이전에 지나갔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작은 골목들이 많았고, 지도를 보고 길을 찾을 때도 헷갈려 나를 여러 번 헤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관성 있는 거리의 모습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골목마다의 사소한 차이점, 왠지 모를 다른 분위기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길을 잃음에도 거리의 미관이 아름답게 느껴져 마냥 행복했다.


    네르하에서 나는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아주 웃픈 해프닝을 경험했다. 바로 바지의 남대문을 실수로 열고 관광을 다녔던 것이다. 사실 언제부터 '이 친구'가 열려있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네르하 여행을 마치고, 말라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직전이었다. 잠시 쉬려 공원에 앉아 우연히 열려있는 '이 친구'를 보았을 때, 민망함과 모멸감에 멘탈이 무너졌다.


    아침 해 뜰 때쯤 나와 오전 내내 산 중턱 프리힐리아나 마을을 구경하고, 네르하로 내려와 4시간 정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였다. 언제부터 '이 친구'가 열려 있었을지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짐작 가는 부분이 없었다. 아마 점심쯤 화장실에 들른 이후로 추측하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봤을까 상상할수록 괴로웠다. 봤다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남자들이) 나에게 언질을 주지 않았을까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이후 유럽여행을 다니며 철저히 문단속을 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거기 보지 마세요. 어차피 안 보여요.





견문을 넓혀야 하는 이유



    스페인을 여행하며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은 부분이 있었다. 남부 지중해 해변가를 거닐다 보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상의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여성분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 '유교보이'로 자라온 나에게 스페인 사람들의 자유로움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과거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존재했던 것처럼 엄격하게 남성과 여성을 구분했던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달리, ''에 있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럽국가들의 관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유럽여성들의 당당한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런 문화를 접하였을 때 이상한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에 놀라긴 했어도 곧 이내 그 모습에 적응하게 된다. 과거 미국유학 당시에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었다. 내가 재학하던 대학교는 기말고사 시험 전날 밤 0시 자정이 되면 수십 명의 학생 무리들이 나체로 도서관을 뛰어다니는 전통이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축제처럼 해당 이벤트를 즐기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마이애미에 있는 누드비치에 방문하였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해당 문화들을 접하면서 여성들도 본인의 몸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다. 문화권에 따라 사회적 억압과 시선에 의해 의상을 통제받는 여성들도 있다.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음으로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로서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나는 절대 유럽의 개방적인 문화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 주제를 두고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한 의견을 "제대로"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유연한 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견문을 넓힘으로써 기존 생각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관념에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나는 "여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네르하의 청량한 바닷가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행복노트 #24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생각의 틀을 확장할 수 있다.





말라가로 돌아가는 길




    오후 4시를 넘어서 말라가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직사광선을 쬐다 보니 살이 달아올라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하루하루 여행할수록 점점 까맣게 익어가는 피부였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을 감상하기 위해 버스 창가에 앉았다. 내가 지나온 길과 다가올 풍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려 애썼다. 그러나 낮 시간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어느새 도착할 때가 되어서 갑자기 잠에서 깬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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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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