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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Dec 15. 2024

이탈리아 로마,
"역사 인식의 중요성"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51 _ Rome, Italy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이탈리아 로마,

첫 번째 이야기: 역사 인식의 중요성.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 토리노, 제노바, 그리고 피렌체를 거쳐 계속해서 남쪽을 향해 내려갔다. 6월 중순의 여름, 피렌체에서 냉방시설이 없는 트렌이탈리아 찜통 기차를 타고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이탈리아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 세계 모든 교육받은 사람들은 이 이름을 알고 있다. 세계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천년 이상 존속한 제국의 이름이며, 중세시대에 그 이름이 잠깐 부활해 다시 한번 더 유럽 대륙을 흔들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탈리아 국가의 수도로써 그 명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로마 건국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753년 국가로써 출발했음을 추측할 수 있고,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약 3천 년 동안 그 존재를 지켜온 도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로마를 향해 조금씩 다가갈수록 나의 시간도 3천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로마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아무것도 아닌 작은 들판과 바위조차 과거 사람들의 흔적이 녹아있을 것 같았다. 용맹한 로마 군단과 그들을 이끄는 백부장의 근엄한 모습, 타락한 로마 귀족들의 환락가, 사람들을 괴롭힌 폭군 황제들과 관련된 다수의 역사적 인물들 등 우리가 미디어와 교과서를 통해 늘 접해 왔던 옛날 로마 사람들의 모습이 그 장소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실제 도시 안에서 심심치 않게 과거 로마 제국의 역사적 건물들, 유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로마에서는 함부로 지하철 공사도 하지 못하는 슬픈 사실이 있다.



    로마는 나에게 전설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다. 역사를 좋아하고 서양 세계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늘 로마의 오래된 유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살았고, 그 유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기에 살면서 꼭 방문하고 싶은 일순위 도시들 중 하나였다. 게다가 과거의 유적들과 노을이 만들어낸 묘한 낭만적인 분위기와 해가 지고 난 뒤 밤의 은은한 불빛을 품은 로마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한 이탈리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도시이자 상상 그 이상으로 나에게 만족감과 행복을 준 도시였다.


    하지만 로마의 여행에 낭만만 있지는 않았다. 로마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랜 제국의 명성에 걸맞게 많은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로마를 방문하는 만큼, 그들을 향한 경범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로마 지상 교통에서 대표 관문 역할을 하는 '로마 테르미니'역과 그 근방에 부랑자와 소매치기 범죄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낮 시간 일찍 역에 도착했지만, 실제로 왠지 모를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꼈다. 다행히 여행 중 소매치기를 당한 적은 없으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늘 주변을 경계하며 긴장한 상태로 로마를 여행했고,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아쉬운 요인이었다.


    로마의 넓은 면적도 여행을 수고롭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유럽의 도시들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과 볼거리가 풍성한 만큼 행동반경이 넓고,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 오랜 시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여름의 무더운 날씨 속 그 먼 거리를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노후화된 교통수단, 거리를 가득 매운 인파, 그리고 그 속의 호객행위와 소매치기를 피해 여행하기란 큰 결심과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며 여행을 끝마치고 난 뒤 돌아봤을 때, 도시가 주는 황홀경으로 충분히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힘들었어도 매우 가치 있는 여행이라 생각 들었고, 그리고 '이것이 로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Rome, Italy





로마의 흥망성쇠



        우리는 아직까지도 로마영향력 아래에 살고 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지 약 1,500년, 동로마 제국이 멸망한 지 약 500년이나 지났는데도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사 책을 펴면 왜 늘 이집트-그리스-로마 순으로 나오는지, 로마와 관련된 콘텐츠는 왜 그렇게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지, 그리고 서양인들은 왜 그렇게 로마의 역사와 강했던 힘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된다. 그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로마 제국이 유럽의 절반중동, 북아프리카 전역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며 남긴 유산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은 지금 존재하는 서양 국가들의 정신적, 문화적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로마 제국과 지속적인 전쟁을 했던 게르만, 노르만 계열 민족국가들의 경우 직접적인 후손이라 보기 어렵지만, 숱한 전쟁과 분열 및 통합 과정에서 로마 제국 문화와 자연스럽게 융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후 독일(Germany)의 전신이라 볼 수 있는 '신성로마제국'에 역설적으로 '로마'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로마의 영향력은 가히 대단했다.


    현대 우리 일상 속에도 로마의 흔적들은 많이 남아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달력은 로마력에 기원하며, 서양 국가들의 언어를 넘어 동양 국가들의 문자로까지 표기되는 알파벳의 경우, 로마가 직접적으로 유럽 전역에 퍼뜨렸기에 가능했다 (로마 알파벳은 고대 그리스 문자에서 기원했다). 로마에서 사용했던 언어를 '라틴어'라 지칭하며, 지금의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로망슈어 등 언어들의 기원이 되었다. 라틴어는 공식적으로 죽은 언어지만, 의학용어, 법문, 학문 등에는 라틴어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종교, 정치, 건축, 예술 등 다방면으로 서양 세계 전역에 그 유산을 남겼다.


모든 길은 다 로마로 향한다.



    로마 제국이 이렇게까지 크게 번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당연히 강했던 군대와 군주의 지도력 덕분에 전쟁에서 이기고 영토를 확장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가진 우수한 기술, 지리, 문화 등 성장할 수 있었던 우연과 기회들도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군사력과 기술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토록 성장하고 이것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기반이 없으면 전쟁에서 이기고 점령해도 다시 쉽게 무너지며,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늘 쇠약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 번영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개방성'이었다. 로마 제국의 군사력은 강했다. 그러나 전쟁에서 이긴 후 그들은 점령 지역을 모두 합병하기에 여러 현실적 어려움들이 있을 것으로 진작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점령 지역을 직접 통치하기보다 간접적인 통치 방식을 선택했다. 지금으로 치면 식민지 형태와 비슷한데, 기존 지배 권력층을 유지하여 그들의 힘이 더 커지지 않도록 견제하고, 로마의 뜻에 잘 따르게끔 했다. 이렇게 기존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그리고 통치자에 대한 큰 변화가 없자 시민들의 삶과 문화는 똑같이 지켜졌고, 이에 일상생활을 그대로 이어 나갈 수 있음에 상대적으로 반감이 덜했다. 물론, 시대와 사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로마가 성장하는 과정 중에 그들은 피지배층에 그들의 문화와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존중했다. 오히려 로마는 새로운 지역의 어떤 실용적인 기술이나 좋은 문화들을 수용하며, 그들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적극적이었다.


    이처럼 로마 제국이 크게 번영할 수 있었던 '개방성' 공식은 사실 지금도 꽤나 유효한 듯하다. 역사적으로 큰 대국을 이루고 오랜 기간 유지했던 국가들의 배경에는 로마 제국과 비슷한 개방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던 '대영제국'은 직접 통합하고 통치했던 프랑스와는 달리 로마 제국처럼 식민지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며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었다. 그들의 이런 간접적인 통치 방식은 지금의 어지러운 국제정세와 많은 갈등을 야기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이런 개방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강한 제국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도 다양한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화, 삶의 방식 등을 잘 흡수하며 지금의 미국이 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역사 속 대국들이 모두 피지배 지역을 존중했기에 수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패악질을 현지에서 행했겠지만, 그들이 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 안에는 개방수용이 가히 필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기존과 새로움이 만나 서로 영감을 주고 융합되며 조화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올 때 거국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반대로 로마 제국의 멸망에도 주변 국가들의 세력 강화 및 내부분열과 같은 다양한 몰락 요인들이 있다. 나는 그러나 그들이 멸망한 배경에는 위기의식이나 발전에 대한 동기를 잃은 채, 권력층은 그저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지키고 누리는데 집중하고, 피지배층은 그런 권력층에 착취를 당하거나 개선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망했다고 생각한다. 즉, 본인의 안위안식만 챙기거나 어떤 부문이든 새로운 자극 없이 발전을 등한시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기고 불거지며, 결국 공동체와 사회, 국가 전체적으로 쇠퇴하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에 있어 여러 가지 학술적 가설들만 있을 뿐, 정확한 사유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추측컨대, 시민들의 타락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지금 누리는 것들이 모두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 위기의식의 부재와 안일한 삶의 태도는 로마 제국뿐만 아니라 비단 역사 속 많은 국가들의 몰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화 속 대표적인 타락 도시들인 소돔과 고모라, 바빌론과 폼페이를 제외한 프랑스 왕국 말기 귀족들의 사치라던지, 청나라의 아편 중독, 현대에 들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무분별한 복지로 인한 경제몰락 등 동서양과 민족을 막론하고 인간의 1차적 욕구에 충실하거나 특별히 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을 시, 사람과 사회 그리고 국가 순으로 서서히 몰락으로 이어진다.


행복노트 #48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으면 썩는다. 


    물이 고여있으면 썩는다. 고여있는 물 안의 박테리아가 계속해서 번식하기 때문이다. 타락과 악습, 안일함과 나태가 당연시되는 사회 풍조는 똑같은 박테리아들을 계속 낳게 되고 그렇게 사회는 편향되며 썩어간다. 이런 사회에서 자신만의 도덕이나 윤리, 신념과 지조를 지키며 살아가는 게 인간으로서 쉽지는 않다. 자칫 잘못하다 본인만 손해 보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이 왕왕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같은 박테리아가 되어가며 함께 멸망의 길로 걸어간다.






역사 인식의 중요성



우리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나는 여행 에세이스트이지 지역의 역사를 다루는 역사 에세이스트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지만,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전에 작성한 글들에는 대부분 내가 방문한 도시의 짤막한 역사나 과거에 있었던 흥미로운 사건들 등 조금이나마 그곳의 과거를 다루며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런 사실들이 우리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흔히 역사를 공부하고 알아야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은 지겹도록 들어 알 것이다. 지겹도록 들었다는 말은 반대로 그만큼 많은 이들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나도 다른 많은 이들처럼 '역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늘 강조하는 편이다. 우리는 망각하는 존재이기에 한 두 세대가 지나면 지난 과오를 잊어버리고 반복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늘 기록하고, 그때 얻었던 교훈을 명심하며, 후대에게 전달하는 일은 전 인류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마' 주제를 빌미 삼아 이번 글에는 여행보다는 역사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했다.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역사를 배움에 있어 열린 마음과 다양한 해석의 여지 그리고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를 개선하고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래 주변을 보며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역사가 현재와 관련 없다 생각하며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역사를 편향적으로 해석해 자신만의 엉뚱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도 보았다. 이로써 안타까운 마음에 글의 주제를 정하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로 우리의 현재과거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린 그 당연함을 망각한 채 최근 뉴스와 국제 정세를 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조짐이 많이 보인다. 미디어의 발전과 많은 유흥거리가 보급되어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벼운 욕망을 위해 가치관이 무너진 사람들, 기술과 경제가 발전한 만큼 점점 편리함과 나태에 익숙해지는 사람들, 본인의 안위안식을 위해 남들을 상처 주고 착취하며 결국 그들을 밟고 일어나는 사람들, 각박한 사회 속 여유를 잃어버려 나와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볼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등 어쩔 수 없는 인간 사회의 숙명일까 역사를 통해 분명 잘못됨을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대로 답습하는 중이다.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다. 수많은 철학자들과 역사가들에 의해 인용된 이 문장은 한국어 3 단어로 이루어진 짧은 문장이지만, 나는 진실로 인간사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그리고 필요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스스로 아는 것, 즉 자신에 대해 늘 고민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 그에 맞게 때론 나를 다독이기도 때론 나를 밀어붙이기도 하며 끊임없이 고뇌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 사회에서 남탓하지 않고 먼저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치부와 단점을 인정하고 그 또한 사랑하며 남들도 나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은 우린 별반 다르지 않은 모두 같은 인간임을 인식하는 것,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발자취와 기억의 조각을 맞춰 본인 스스로를 기록한 역사책의 페이지를 펴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펴며 우리 인간을 알아야 한다. 기록된 역사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현재에 대입하며 관용과 중용의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야 한다. 다양한 시각으로 과거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여러 가지 방면으로 고민하며, 현재에 대한 많은 해석을 남기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야지만 과거로부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우리 인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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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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