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지는 붉은 밤이면
두 눈에서 자유로운 추상화를 그리고 싶다
한 사람은 독수리라고 하고
한 사람은 엉겅퀴라고 하고
한 사람은 절망이라고 하는
그런 그림이면 좋겠다
겨울날 아침
하얀 성에가 낀 유리창을 보면
내게서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다
앞마당 명자나무도 알아듣고
내 강아지 순백이도 알아듣고
잘난 척 뻐기는 앵무새도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나의 삶은 이제
너라는 목적어를 빼고 사랑을 읊고 싶다
고기를 낚는 어부여도 좋고
봄날 밭을 일구는 농부여도 좋고
시를 쓰는 게으른 남자여도 좋다
꿈이 꿈을 꾼다
나도 없는 빈 방에서